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live Feb 13. 2023

한국은 헬조선인데 왜 돌아와?

언제나 그리운 우리나라, 대한민국

Paradise is not a place, it's a state of mind.


작년에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나의 기분은 연일 '매우 좋음'이었다. 오랜만에 방문을 했기에 부모 형제,  친구들을 만나 좋기도 했고, 아름다운 계절인 5월에 시간을 자유롭게 보낸 것도 큰 이유였다. 미국으로 오기 전, 내 인생에서 5월 동안 일주일 내내  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 학생 때는 중간시험과 과제로 늘 바빴던 시기가 5월이었고, 바로 교사가 되고 나서의 5월은 가정의 달로 운동회,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각종 학교 행사와 기념일을 준비하고 치르는 아주 바쁜 한 달이었다.


대한민국의 5월은 정말로 눈부셨다. 적정한 온도와 봄 꽃이 우리를 반기는 포근하고 아름다운 달이었다. 향기로운 아카시아 꽃이 동네 공원에 가득한 걸 작년 한국 방문 때 처음 알았. 5월의 평일 한낮에 가족과 손잡고 공원을 한가로이 돌아다니며 산책을 하고 근처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사 먹은 것도 처음이었다. 식사 후 빵집과 떡집에 들러 여러 가지 간식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소지어졌다.


한국 방문이 너무도 좋았던 기억이 나서 주변의 친구들에게 "우리 가족 한국으로 다시 돌아까?" 조언을 구했다. 그런데 모든 친구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한결같이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 '왜' 먼저 물었다. 조심스럽게 "나라면 안 돌아올 것 같아."라고 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아주 단호한 말투"한국은 헬조선인데 왜 돌아와?"라며 반문을 한 친구도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지닌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어쩌다 헬조선이 되었을까? 아마도 그런 신조어가 나오게 된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문화가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헬조선, Hell(지옥)과 조선(朝鮮)의 합성어
2010년대 들어 유명해진 인터넷 신조어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를 의미

입시 경쟁, 성과 경쟁, 승진 경쟁으로 이어지는 평생에 걸친 지나친 경쟁 문화 속에서 한국인은 극도의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은 낮은 행복감으로 이어지고 결국 높은 자살률로 귀결되고 있다. 한국은 '자살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자살률이 매우 높은 나라다. 40분마다 한 명씩 자살을 하고 있다. 자살은 10~30대 연령층에서 사망 원인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너무나도 슬픈 현실이다. 내 주변의 한국 친구들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내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지 말 것을 조언했다. 경쟁 때문에 힘든 사회로 굳이 다시 돌아올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기본적인 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유독 한국 사회만 경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다른 나라에도 경쟁은 존재한다. 미국에서도 살아보니 학교나 사회에 경쟁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없다. 좋은 자리를 두고 후보 간 경쟁을 하는 경우도 많고, 초등학교에서도 각종 대회를 통해 1등을 뽑으며 경쟁을 유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을 강조하는 편이고 우열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학교의 평가도 기본적으로 모두 절대평가이기에 학업 스트레스도 크지 않다. 상대평가가 당연시되고 남을 이겨야 내가 올라갈 수 있는 한국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면 경쟁이 덜한 미국사회니까 모든 것이 좋을까? 그건 즉답이 가능한 질문이다. 절대 아니라는 것. 치열한 경쟁 문화가 없어서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치열한 경쟁이 멀어지면서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이 찾아왔다. 바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미국에서 사는 많은 한국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한국을 그리워하고 한국문화를 못 잊고, 그래서 한국 사람과 어울리는 삶을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안 입던 한복도 입게 되고 한국음식도 자주 먹는다. 나도 결국 한국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한국적인 것을 더 찾게 되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일지언정 한국이 지옥은 아니듯, 경쟁이 느슨하다고 해서 미국이 천국 될 수 없다. 미국에도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많다. 각 사회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기에 그것을 직시하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속한 사회의 장점은 마음껏 누리고 단점은 멀리하려는 노력만이 최선이다. 한국에서와 같이 치열한 경쟁은 없는 곳에서 살게 되었지만 내 마음속 한국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내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전파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밤이면 밤마다 소금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