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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Dec 27. 2022

왠지 호떡이 먹고 싶은 날

호호호 호떡이 좋다.

겨울 간식, 나의 최애는? Ho Ho Ho Hotteok, 호떡!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는 조용하게 지나가고 있다. 차가운 북극 바람이 미국 전역을 향해 내려오면서 생긴 겨울 폭풍이 심상치 않다. 이 영향으로 여러 지역의 날씨가 좋지 않다. 기온이 크게 떨어졌고 더불어 교통 상황도 많이 안 좋아졌다. 주변 친구들도 집에서 조용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내거나 조금 이른 여행을 다녀온 경우가 많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날에 문자를 보내 준 미국 친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가족도 잠시 마트에 다녀온 것 이외에는 주말 내내 집에서 머물렀다.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머무르며 난방과 집안일 등으로 전기를 많이 써서 그런지 주말 동안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정전이 두 번이나 있었다. 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정전이 또 될지도 모르니 난방 온도를 조금 낮춰주고 식기 세척기나 세탁기의 사용을 하루 이틀 미뤄줄 것을 당부하는 공지가 올라왔다. 그 공지에는 이해 또는 불평의 댓글이 많이 달려 있었다. 크리스마스 식사 준비 때문에 오븐을 써야 하는데 정전이 또 되면 어떡하냐며 걱정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가족과 함께 집에서 있으면서 내가 주로 한 일은 식사와 간식을 챙기는 것이었다.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 왜 배꼽시계는 더 자주 울리는 것 같은지. 밥 배와 디저트 배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입이 허전하다 싶은 이유는 디저트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 및 디저트는 쫀득쫀득한 떡 종류이다. 하지만, 한국 마트가 없는 우리 동네에 떡 집 또한 있을 리가 없다. 뭐든지 홈메이드, 먹고 싶은 우리의 간식이 있다면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한다.


미국에서 산 5년 동안 여러 가지 간식을 많이도 만들어 먹었다. 이제 찰떡이나 약밥을 만드는 것에 자신이 붙었다. 주재료인 찹쌀이나 찹쌀가루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요즘 주로 만드는 것은 찐 호박을 넣어서 만드는 예쁜 노란 빛깔의 호박 찰떡, 찹쌀을 밤새 불린 후 전기밥통으로 휘리릭 만드는 약밥, 고소 달콤한 흑임자 소보로를 고슬고슬 뿌려 만드는 흑임자 찰떡, 이렇게 세 가지이다. 그 맛은? 미국에서 먹는 맛 치고는 아주 일품이다. 내가 직접 만들게 되면 설탕, 소금, 간장 등의 단맛과 짠맛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서 좋다.    



크리스마스 날, 무슨 떡을 해 먹을까 하다가 다른 떡이 생각났다. 겨울에 꼭 먹어야 하는 호떡! 똘똘이에게 호떡이 먹고 싶냐고 물어보니, "당연하죠, 엄마! 너무 좋아요. 빨리 먹고 싶어요!" 그런다. 씨앗호떡을 해 먹고 싶었지만 씨앗이 없는 관계로 구운 땅콩을 다져서 듬뿍 넣었다. 호떡 속에서 느껴지는 달콤 고소하게 씹히는 그 맛이 좋다. 호떡을 만드는 방법은 부풀리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베이킹파우더 쓰느냐, 이스트를 쓰느냐. 빨리 만들려면 베이킹파우더, 발효 시간을 1시간 이상 가질 수 있으면 이스트를 선택한다.


이스트로 부풀린 호떡이 더 부드럽고 우리가 흔히 사 먹는 호떡의 식감과 비슷하기에 여유 시간이 있을 때면 항상 이스트로 호떡을 만든다. 밀가루만 쓰는 호떡도 맛있지만 좀 더 쫄깃한 맛을 더하고 싶어 30% 정도의 찹쌀가루를 섞어 주었다. 속 재료는 흑설탕과 시나몬 가루에 밀가루 한 숟가락, 거기에 구운 땅콩 다진 것을 넣어서 만들었다. 밀가루 한 숟가락을 속 재료에 넣으면 설탕이 뭉치는 것을 방지해 주어서 좋다. 똘똘이는 호떡 구울 때 누르개로 누르는 것을 직접 해 보고 싶다며 미리부터 내게 당부를 했다. 나의 대답은 물론 오케이!   



집에서 호떡을 구우면 기름을 적게 쓸 수 있어서 좋다. 우리 가족은 튀기 듯 만드는 빵빵한 호떡보다는 기름기가 적은 납작 호떡을 선호한다. 코팅팬을 쓰면 약간의 기름만으로도 노릇노릇 호떡이 잘 구워지기에 문제없다. 호떡 반죽에 속을 한 숟가락 넣고 잘 오므린 뒤 팬에 살포시 얹는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지글지글 소리가 나면 뒤집은 후 누르개로 꾹 누를 차례다. "똘똘아, 얼른 와 봐. 호떡 누르고 싶으면!" 쏜살같이 달려온 똘똘이는 호떡을 지긋이 잘도 누른다. "엄마, 너무 먹고 싶어요. 엄청 맛있을 것 같아요." 벌써부터 난리다.


밀가루 300그램 정도에 찹쌀가루 100그램을 섞어서 반죽을 만들었는데 귀여운 크기로 호떡을 만들었더니 스무 개 가량의 푸짐한 양이 두 접시에 한가득 나왔다. 옆 집에 혼자 사시는 미국 할머니께도 "메리 크리스마스! 디스 이즈 코리안 스윗 팬케이크!" 하며 호떡 몇 개를 나눠 드렸다. 우리 가족은 갓 구워 낸 호떡 흰 우유와 함께 먹었다. 이 둘의 조합은 어지간해서 이기기 힘들다. 오후 늦게 호떡을 한가득 먹었더니 몇 시간이 지나도 배가 빵빵, 나의 크리스마스 날 저녁은 이걸로 끝! 남은 호떡은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데워 먹어야지.



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가족과 함께 몇 시간 떨어진 도시로 여행을 다녀왔었다. 그땐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았었기에 하이킹도 하고 쇼핑도 하며 바깥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올 크리스마스는 겨울 폭풍 때문에 집에서 푹 쉬었다. 오랜만에 호떡을 만들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갓 구운 호떡을 호호호 불면서 먹을 때는 세상 행복하다. 한국 음식이 귀한 미국 시골에서 살다 보니 호떡도 흔한 길거리 음식이 아닌 귀한 우리의 간식이 되었다. "산타 할아버지한테서 선물도 받고, 호떡도 먹고 진짜 기분 좋은 크리스마스 날이에요." 똘똘이의 한 마디로 엄마 아빠의 마음에는 미소가 핀다.


크리스마스 브레이크는 다음 주 초까지 이어진다. 온종일 가족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 이상 더 남았다. 이제 무슨 간식을 해 먹을까? 겨울이 가기 전에 또 호떡? 아니면 찰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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