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live Apr 02. 2023

영어, 왜 말을 못 하냐고!

영어에서 뭐가 중요할까

The English language is a work in progress. Have fun with it.


영어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마음은 진심이다. 아니, 진심 이상의 레알 찐심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한국인의 사교육은 학생 4명 중 3명이 받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고 사교육비의 규모도 20조 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정말 어마어마하다. 많고 많은 사교육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과목은? 단연 영어다. 전체 사교육비의 40~50%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영어에 쏟아부어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유치원은 문을 닫고 있지만 영어 유치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과거의 나도 그랬다. 학창 시절에 영어 과외를 받은 적이 있고, 영어 학원을 여기저기 많이 다녀보았다. 토익, 토플, 회화 영어학원 두루 다 경험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영어 학원에 다니는 분위기였기에 나도 이에 휩쓸려 영어 학원을 꼭 다녀야만 할 것 같았다. 학교 공부만으로는 영어를 결코 잘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에선 학원 공부를 추가로 더 해야지만 영어 실력이 향상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심어 주었다. 늘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영어 시험 점수를 높이기 위해 애를 써야만 했다.


영어 공부를 중학생 때부터 꾸준히 했고, 사교육도 받아 봤으며, 대학원에 다니는 동안 영어 원서책도 비교적 많이 본 나였다. 하지만 미국에 온 이후 나는? 영어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있어서 한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영어를 읽고 해석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영어를 듣고 대답을 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고 두려웠다. 영어로 소통을 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입을 그저 다물 싶었던 적도 많았다. 그동안 배운 영어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듯, 처음에는 간단한 인사말조차도 쉽게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동안 한국에서 배운 영어는 문법에 중심을 둔 영어, 해석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 온통 관심이 가 있었다. 영어 수업에서는 읽기와 쓰기가 주를 이루었고, 듣기 평가도 이루어졌지만 유독 말하기의 비중은 약했다. 학창 시절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영어를 배웠지만 영어 말하기를 제대로 연습해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소통을 쏙 뺀 문법과 해석 중심의 영어 학습은 미국에 온 내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학교에서 영어는 하나의 중요 과목으로서 영어 시험, 테스트, 퀴즈 등 변별력을 요하는 평가에 늘 중심을 두고 있었다. 그 오랜 기간 동안 나는 소통 수단으로써의 영어를 배운 것이 아니라, 시험을 위한 영어를 배운 것이었다. 학창 시절 동안 영어로 누구와 대화를 해야  필요성, 소통을 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거의 경험해 보지 못한 나는 처음 미국에 와서 몇 달 동안이나 영어 소통에 큰 어려움과 불편함을 느꼈다. 마치 다시 영어를 배우는 마음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작년 여름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 서울에 사는 고등학교 동창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내 친구는 우리 아들과 동갑인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친구네 집은 사교육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서울 대치동 근처에 위치해 있다. 내 친구 아들의 책꽂이에는 영어 동화책이 전집으로 있었고, 영어 학원에서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게 한다고 했다. 너무 놀랄 일이었다. 한 권의 두께가 꽤 두껍고 내용도 그림보단 작은 글씨가 대부분인 초등학생이 읽기에 꽤나 수준이 높은 책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미국 똘똘이네 초등학교에서는 그 전집에 있는 책 중에서 같은 제목의 동화책 한 권을 한 학기 동안 읽는 것이 과제였다. 한 챕터를 한 주 동안 읽게 했고, 그 내용에 대한 활동 과제를 그다음 주에 하게 했다. 그렇게 한 챕터의 진도를 2~3주에 걸쳐 진행하다 보니 한 권을 모두 읽는 데 한 학기가 걸렸었다. 그런데 한국의 영어 학원에서는 초등학생에게 일주일에 한 권을 다 읽게 고, 한 학기 동안 그 많은 전집을 거의 다 읽게 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영어 동화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한 권의 책을 빨리 읽는 것보다는 그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마음으로 소통해 보며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영어를 쓰는 미국 초등학교에서 조차 한 권의 동화책을 한 학기에 걸쳐 읽게 하는데 한국의 영어학원에서는 무엇을 목표에 두고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빨리 책을 읽도록 시키는 것일까? 또한, 그 엄청난 영어책 읽기 과제로 인해 아이들이 받을 스트레스도 얼마나 클까!


아주 열심히 공을 들이고 돈을 들여서 영어에 투자를 하는 우리들. 그러나 영어 공부에 쏟아붓는 노력만큼 한국인들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도 높다고 할 수 있을까? 영어를 배워야 하고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영어로 소통하고 싶은 친구가 있는지, 영어를 일상생활에서 꼭 써야 하는지, 영어를 전공할 생각이 있는지, 미국과 같은 영어권 나라에 이민 갈 확률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그렇게 많은 돈, 시간, 노력을 들여서 영어를 공부해야 하고 영어 공부를 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까?


미국에서 어느덧 6년이 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영어는 정말 어려운 언어라는 것, 그리고 한국사람으로서 영어를 잘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영어는 많고 많은 언어 중 하나이며, 언어는 무엇보다도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써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어는 매일 스스로 공부하고 입으로 연습해야 습득이 가능한 언어이다. 그리고 입에 붙지 않은 언어, 필요성이 없는 언어는 금방 잊어버리게 되고 사라지게 됨을 기억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영어? 뭣이 중헌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