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기고한지 1년이 좀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지금의 나는 취업을 했다! 불과 약 2년전에 '취업 절대 안할거야' 라고 글을 적었는데... 인생 모르는 일이니 그럴수도 있지, 생각해 주십쇼!
지금으로 부터 2년전은 기쁜날보다 좌절한 날이 더 많았던것 같다. 당시의 나는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문구사업에 뛰어들었고, 그와동시에 노트폴폴오, 비핸스 등 다양한 디자인 사이트에 내 작업물들을 올려 외주를 받고자 했다. 이 두개의 길이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아서 결국 자소서를 쓰고,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박박 갈고 닦았다. 개인사업, 프리랜서, 직장인... 어떤 씨앗이 싹을 틔울지 몰라 싹다 심어버렸다.
1. 개인사업
공모전에서 떨어진 캐릭터를 내버려두기 너무 아까워서 시작.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원래 인쇄쪽을 다루던 사람이라 제작에 관해 어려움은 없었는데, 이 사장이 워낙 크다보니...그리고 '귀여움' 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나올 수 있는 느낌이 대부분 비슷하다보니 인스타 팔로우 500만드는것도 힘들었다. 내가 너무 아무생각 없이 뛰어들었다는 느낌도 들고, 다 비슷비슷한 느낌의 그림들이 난무하는곳에 염증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도 운이 좋아서 작은 소품샵에 입점 성공했지만 여전히 힘들었다. 입점만 하면 쑥쑥 팔릴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홍보도 하고, 새 상품 입고도 해야하고, 바코드도 만들어야 하고, 덤스티커 같은 이벤트도 챙겨야 하고.... 현금계산서 떼어주는일, 세금내는일도 어려웠다. 포장및 배송업무도 직접하다보니 뭔가 자꾸 수지타산이 안맞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2. 프리랜서
사실 거창하게 말해서 프리랜서지, 제대로 된 외주는 받아본적이 없다고 해도 만무. 왜냐면 그동안 받아들인 일은 거의 다 지인들의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는 사이라 현금으로 주셨지만 세금신고는 확실히 했다. 개인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는사람 일이라 소통적인 부분은 편했지만 그만큼 돈 달라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어떤분의 작업은 3개월을 꼬박 매달려서 돈을 받아낸 적도 있다. 큰돈도 아니고 40만원을. 3개월동안. ㅎ...다른사람들이 선금을 받는 이유가 있었다. 아무튼, 지인이 아닌 경우는 내 노트폴리오와 비핸스에 올려둔 작업물을 보고 연락이 왔던 경우다. 하지만 죄다 가격만 물어보고 일은 주지 않았다... 뭔가 한번 물꼬가 트이면 정말 쑥쑥 헤쳐나갈수 있을것 같았는데 그게 정말 잘 안됐다.
3. 직장인
돈은 없고, 1번과 2번처럼 타산이 맞지 않는 일을 계속하다보니 점점 지쳤다. 게다가 '진작 취업한 친구들은 몇년만 있으면 승진도 하고 연봉도 오를텐데.' 하는 생각이 퍼뜩 들어 내 미래가 진심으로 걱정됐다. 그래서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를 열심히 만들었다. 30군데 넣고 면접은 딱 3번 봤다. (따지고 보면 한군데는 교수님 추천이니 1/15 확률의 면접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어떻게 어떻게 하다보니 + 운도 좀 따라줘서 그동안 지원했던 30군데 중, 내게 제일 잘 맞는 회사에 합격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개인사업과 프리랜서는 병행하기가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폐업신고도 하고 입점처 정리도 싹 다 했다. 조금 섭섭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홀가분 했다. 왜냐면... 이제 불안정한 수익과 수많은 cs업무들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때문에! 프리랜서와 사업활동을 잘 이어 나가서 유명해져보는것이 꿈이었는데, 역시 꿈과 현실은 조금 다른법 이었나보다.
내가 가장 걱정하던건 '내가 남의 지시에 맞춰 일을 할 수 있는가?' 였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신입에게도 신입의 의견을 많이 반영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받았었다. 누끼따기 같은 단순반복 작업도 많이 했지만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을들 꾸준히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해주시는 상사를 만났다.
그리고 강제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되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그동안은 늘 오전 6시 취침, 오후 12시 기상 이었는데, 이제는 오전12시 취침, 오전6시 기상을 하며 생활리듬을 개선했다. (물론 주말에 다시 개판됨. 지금도 새벽 3시임.) 건강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기분이 좋다. 해가 떠오를때 나도 무언갈 시작한다는 기분이 나를 의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는것 역시 장점중 하나. 그동안은 같이 작업하는 친구들 몇명이 내 인간관계의 전부였는데 이제는 정말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을 만나며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었다.
위 3가지 사항떄문에 나는 직장인이 된것에 꽤 만족하고 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인생의 교훈을 하나 더 얻었다. 이전에 취업하지 않을거라고 적었던 글은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남겨놓을테다. 그때의 내가 있었기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거라 생각한다.여러가지 도전도 해보고 좌절도 해보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안정적인 삶을 찾아주려고 노력했던 지난날의 나에게 셀프 박수갈채를 보낸다. 더불어...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회사를 욕하며 퇴사하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그 외의 다른 문제로 힘들어 할 수 있을테지만 지금의 이 박수갈채에 힘입어 또 화이팅 할 수 있길 바란다.
누군가 나와 같이 이것저것 다 해보고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을것이리라 감히 장담해 봅니다. 스스로를 돌보고 책임지려고 노력하는 멋진 어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