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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 May 10. 2021

05. 노력은 배신하지만 나태는 배신하지 않는다.

디자인 농사일지. 05
노력은 배신하지만 나태는 배신하지 않는다.




프리랜서가 되고자 마음먹었을 때 나는 나 스스로와 '한 달에 조그마한 수익이라도 내자'라고 약속했다. 수익이 없을 경우 미련 같은 건 훌훌 털어버리고 취업준비를 하러 가자고 생각했다.


4월에는 총 7개의 공모전에 나갔다. 그리고 하나도 당선되지 못했다. 내가 나갔던 공모전은 전문성 있는 기관이 아닌, 개인이 공모를 열고 채택을 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잘 만든 디자인이 뽑히지 않을 수 도 있었다. 이 사실에 작은 위안을 얻었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으니 자신감은 점점 떨어졌다. 정말 취업준비를 해야 하나? 하는 착잡한 생각이 마음을 우울로 물들였다. 그래도 다행히 3월에 채택되었던 공모전의 주최자 분께서 추가 의뢰를 해주셔서 어떻게든 4월에도 돈은 벌긴 했다.







목요일엔 고등학교 친구를 3년 만에 만났다. 마침 공모전 발표날이기도 해서 친구와 함께 결과를 확인했다. 결과는 또 낙방!!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슬픈데, 비슷한 디자인이 채택이 되어서 '조금만 더 열심히 했더라면'이라는 미련까지 붙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슬픔으로 도배할 수 없어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애써 생각했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잠깐 길을 걷는데, 갑자기 어떤 아주머니께서 다가와 네 잎 클로버를 보여주시고는 몽땅 내 손에 쥐어주고 떠나셨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상황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미 저 멀리 떠나고 계시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에 감사하다고, 꼭 좋은 일 많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외쳤다.










신이 모두의 곁에 있을 수 없어서 가끔 좋은 사람들을 보내준다는데, 그 아주머니도 그랬던 것일까? 친구와 네 잎 클로버를 3개씩 나눠가지고 집에 돌아와 책 사이에 고이 끼워두었다.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아주 열심히 살 테니 그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결과에 운이 조금 더 붙는다면 좋고.



문득 '노력은 배신할 수도 있지만, 나태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저 열심히 살 수 밖에. 죽어라 열심히 산다면 언젠가 꼭 성공하는 날이 온다고 다시 한번 믿어볼 것이다. 힘든 오늘을 즐겁게 추억할 수 있는 미래가 오길 바라며, 공모전에 또 한 번 도전해 보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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