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십세기 소년 Feb 08. 2021

#모두의 4차 산업혁명 : 36교시

거대사를 통괄하는 산업혁명 클래스

#42. AI 아티스트     

              

                              


 이번에는 인공지능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주로 제가 직접 실험하고 겪은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을 드릴테니 여러분도 꼭 시간 내서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앞장의 그림을 한번 봐 주시겠어요?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뭔가 화려한 색감을 사용한 추상화 같은 느낌도 있고 어렴풋이 빌딩들이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형형색색의 새들로 묘사되어 있는 오묘한 도시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신지요? 이 그림은 ‘City of Inspiration(영감의 도시)’라는 제목의 제 작품입니다. 아쉽게도 제가 손수 물감을 섞어 붓으로 그려낸 그림은 아닙니다. 바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만든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저만의 작품이랍니다. 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실체화시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캔버스 인쇄 업체를 알아본 뒤 적절한 크기의 캔버스로 만들어 직접 소장하게 되었지요.


 아래의 사진은 저 집 거실 피아노 위에 그림을 장식해 둔 모습입니다. 어때요? 나름 근사하지요? 이렇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미술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간이 작품에 대해 고뇌하며 스케치와 붓 터치를 하는 모습이 당연한 창작의 과정이라고 여겨왔다면 이제는 인공지능과 협업을 통해 충분히 작품에 의미와 의도를 불어넣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경매에서 43만 2,500달러(약 4억 9,400만원)에 팔린 일이 있었습니다. 세계 3대 경매사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티가 2018년 뉴욕에서 진행한 경매에서 나온 결과였습니다. 다음 장의 초상화는 캔버스의 가운데만 그림으로 채워져 있으며 바깥쪽은 아무런 덧칠도 돼 있지 않죠. 특히 초상화의 주인공 얼굴이 희미하게 처리돼 있는 것이 눈길을 끄는데 이 인물의 의상은 17세기의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의상과 비슷하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 그림의 작가는 파리의 예술공학단체 오비우스(Obvious)의 프로그래머들이 개발한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이었어요.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 중 처음으로 경매에 붙여진 ‘에드먼드 데 벨라미’. ⓒ 오비우스


 이 인공지능은 14~20세기의 그림 1만5천여 작품을 학습한 끝에 이 작품을 그려냈다고 하는데요. 생성자가 이미지를 만들면 판별자가 이것이 실제 사람이 그린 그림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상호경쟁 방식의 ‘생성적 대립네트워크(GAN)’라는 머신러닝 기술을 사용해 학습했다고 합니다.


 자, 다시 돌아와서 제 그림의 탄생 배경을 공개해보죠. 저는 ‘딥드림(Deepdream)’이라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컴퓨터 비전 프로그램을 사용했습니다. 딥드림은 인간의 뇌에서 정보를 보내는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 신경망을 통해 수많은 이미지를 인식 및 저장하고, 이 이미지의 특징들을 추출해 시각화합니다. 그 결과물이 마치 꿈을 꾸는 듯 추상적이라고 해서 ‘깊은 꿈’, 딥드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죠. 이 AI 화가는 똑같은 형태가 패턴을 이루면서 끝없이 되풀이되는 프랙탈(fractal) 구조를 활용해 그림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앞서 설명했다시피 예술공학 단체 오비우스의 작품이 경매에서 팔렸듯이 딥드림이 그린 작품 29점이 2016년 샌프란시스코 미술 경매에서 총 9만 7,000달러(한화 약 1억 1,000만원)에 모두 팔리기도 했답니다.    


[ⓒ 딥드림(deepdreamgenerator.com)]


 원리는 어떨까요? 딥드림에 새의 이미지를 입력하면 알고리즘을 거쳐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 집니다. 이 과정을 쉽게 설명하면 알고리즘이 먼저 이미지 속에 담긴 요소를 하나하나 쪼갭니다. 그 다음 어떤 물체인지 인식하기 위한 특정 패턴을 찾습니다. 이전에 언급했던 딥 러닝 방식과 같지요.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패턴을 적용해 자신이 인식한 대로 결과가 나타나도록 이미지를 조작하고 왜곡시킵니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식이지요. 결과적으로 알고리즘을 거치면 기존의 단조로웠던 새의 이미지는 빈 공간을 원과 선 등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패턴의 이미지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저는 미국 뉴욕 출장 중에 직접 찍었던 이 사진을 오리지날 데이터로 삼았습니다. 당시 차안에서 비오는 도시 풍경이 왠지 운치 있게 보이지 않으시나요? 아무튼 이 사진을 딥드림에 넣고 마음에 드는 변형 방식을 고르면 순식간에 나만의 작품이 완성된답니다.


자, 이렇게 근사한 작품으로도 변형이 되지요. 이를 오프라인으로 현실화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고 저작권 등록이나 전시회까지 출품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제 친한 지인들과 인공지능과 협업해 만든 작품들로 실제 오프라인 전시회도 기획해보고 있기도 합니다. 스스로의 귀차니즘만 극복한다면 아마 제 전시회를 직접 보실 수도 있으시겠죠?(웃음)


 실제로 노소영 관장이 이끄는 아트센터 ‘나비’에서는 2016년 국내 미디어 아트분야에서 최초로 컴퓨터 시각 분야를 연구한 신승백・김용훈 작가의 작품 ‘Flower’ 시리즈를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Flower’는 왜곡된 꽃의 이미지를 미술 작품으로 탈바꿈시킨 것으로 작가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모양을 뒤틀고 추상화 시킨 꽃의 이미지 중, 인공지능이 여전히 '꽃’으로 인식한 것들만 모아 공개한 전시회였지요.


 이렇듯 인공지능의 미술 작품 창작 활동은 기존 미술품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 경우 머지않아 기존의 인간 작품보다 더 뛰어난 예술품을 만들 가능성도 있겠지요. 사실 인간이 기계에 예술 생산을 위임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은 분명합니다. 인간 예술가들이 만들어내지 못했던 새로운 예술 형식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무한대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실험해볼 수 있고, 기존 예술가들의 익숙한 의례였던 창작의 고통도 점차 사라지게 되겠지요.


 그러나 이러한 창작물을 인간의 고귀한 창작으로 이루어진 예술 작품과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과연 인공지능이 화가들이 귀중한 가치로 삼고 있는 영감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미술 분야 외 음악, 문학 등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창작에 대해 많은 논란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결국 역사가 증명하듯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문화는 수요자의 몫일뿐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그동안 우리가 선택한 것들의 합입니다. 대량 생산된 변기가 예술품이 된 것도, 무엇을 그렸는지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는 그림이 예술품이 된 것도 모두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그것을 예술이라고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마르쉘 뒤샹, <샘>, 1917 / ⓒ wekimedia Commons]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모든 선택이 모여 오늘날의 예술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지요. 이처럼 인간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계 또한 현재 선택들의 합으로 구성될 것입니다. 기계가 만든 작품도 예술로 인정할 것인지, 인간 예술가는 기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모두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의 4차 산업혁명 : 35교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