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이 지나도 새로운 목적지로의 비행은 궁금증과 설렘 듬뿍이다.
7월 한 달간 피트니스 인스트럭터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으며 비행이 없었다. 오피스 워커들처럼 일요일부터 목요일(카타르는 금토가 주말이다.) 트레이닝을 받고 규칙적으로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며 생활을 했다.
Back to the flight life on August
8월 다시 비행을 시작했고 그중 하게 된 첫 밤비행.
Airbus320 에어버스 320으로 내가 비행 가는 기종 중 가장 작은 기종이다. 슈퍼바이저는 부사무장 한 명이고 두 분의 기장님들을 포함해 총 여덟 명의 크루셋이었다.
기장님 두 분은 그리스, 이탈리아 분이셨다.
가는 길에는 4시간 55분 비행 38,000피트, 노 터뷸런스 예상이었다.
가는 길 포지션은 R1이었다. 비즈니스 클래스 갤리 및 조종실 담당. 같이 일하는 태국인 부사무장은 스트레스 없이 즐기며 일을 해야 한다며 정말 많이 도와주고 편하게 해 주었다.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있는 리더십에 정말 감사했다. 비즈니스 클래스 12 좌석 중 9명의 승객이 있어 세 좌석이 비었다.
서비스가 다 끝나고 새벽이 되어 갈 즈음 일은 수월하지만 졸음이 쏟아졌다. "나 너무 졸려 죽겠어. 우리 비즈니스 클래스 빈 좌석에서 번갈아서 한 시간씩 자는 컨트롤드 레스트 할까?" 하고 장난식으로 말했다. 그런데 정말로 온 크루에게 한 시간씩의 레스트를 주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이보다 긴 비행은 허다하고 레스트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잠은 푹 못 자더라도 잠시 눈을 감고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준다. 번갈아서 쉬고 일어나 더 집중되고 리프레쉬된 상태로 되고 안전하게 랜딩 할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장님들께는 크루밀도 있지만 승객 밀들을 오퍼 해 드렸다. 이탈리안 기장님은 치즈케이크에 카푸치노를 마셨고 그리스 기장님은 수프와 그린카레와 밥을 드셨다. 여유롭게 예쁘게 플레이팅을 해 드렸다.
중간에 자주 조종실을 갔는데 중간에 조종실 화면에 알람으로 플라잇 컨트롤 플립 1 시스템 1 펄트가 떠서 리포트를 보내는 것을 봤다. 다행히 비행하고 랜딩 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랜딩 후 엔지니어가 와 점검을 하고 테이크오프 할 때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고쳐야 한다고 했다.
Landed to Malta island
다행히 몰타에 무사히 도착했다. utc +2로 도하 +3와 한 시간 차이였다. 호텔에 도착하니 아침 8시쯤이었는데 바로 블루라군을 갈까 하다 너무 졸려 낮잠을 자고 오후 2시에 로비에서 만나 ghadira bay에 가기로 했다. gh는 묵음이라 아디라 베이라고 발음한다.
샤워를 하고 잠을 자고 일어 나니 훨씬 나았다. 기장님 두 분과 크루 두 명과 총 다섯 명이서 큰 우버를 불러 바다로 향했다. 호텔 바로 앞바다보다 훨씬 넓고 에메랄드 그린 빛이었다.
점심으로 이탈리안 음식에 몰티즈 로제 스파클링 와인을 곁들어 마셨다. 오후 느즈막했는데도 햇볕이 쨍쨍했다. 여름 유럽의 낮은 길다. 찍고 싶었던 트와이스 this is for 춤 인스타그램 릴스를 필리피노 크루에게 찍어 달라고 해서 급 찍고 자리를 잡고 바다로 들어갔다.
처음에 그냥 들어갔다 눈이 따가워 물안경을 다시 갖고 들어가 풍덩 자유롭게 수영을 했다. 한참을 놀고 다 같이 아까 점심을 먹을 때 봤던 플라잉 소파 보트를 타기로 했다. 큰 튜브 위에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앞에 보트가 끌어주는 것이었다. 해가지는 선셋을 보며 푸르른 바다에 거친 바람을 느끼며 달렸다. 바다에 안 빠지려고 하도 세게 잡아서 아직까지도 팔에 근육통이 있다. 돌아오는 비행 모든 크루가 팔이 아프다 해 웃겼다.
그 보트 가게의 아들이랑 얘기했는데 몰타 섬 밖의 해외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몰티즈와 영어를 할 수 있고 이탈리안 관광객이 많아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건축 인테리어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 아들의 아버지는 나에게 계속 드링크를 주셨다. 스트로베리 진에 스파클링 레모네이드를 타서. 태양에 태닝 된 부자의 피부는 닮았다. 첫 번째 와이프와 두 아들이 있고 지금은 새로운 파트너가 있다고 했다.
돌아오는 비행은 L4로 이코노미 총괄담당이었다. 오랜만에 이코노미에서 일을 해봐서 꽤나 재밌었다. 퍼스에서 온 호주 승객들이 호주 동물들이 그려진 초콜릿을 선물로 주셨다. 이코노미에서 일을 할 때 승객들에게 감동이고 귀여운 선물들을 많이 받는다. 그런 작은 선물들에게 그들의 넓은 마음이 느껴진다. 그런 분들은 오히려 더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초콜릿과 야자대추와 볼펜을 가져와 선물로 드렸다. 주신 초콜릿들 크루들과 동물 하나씩 나눠가졌고 덕분에 에너지를 얻어 비행을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퍼스까지 안전히 가시라고 인사했다.
한국 승객도 있었는데 와인을 좋아하셨다. 레드와인이 좋다고 세 잔을 마시고 화이트와 스파클링도 마셔보라고 드렸다. 너무 귀여우신 게 무슨 말을 하시나 했는데 나에게 넷플랙스에 모태솔로 무슨 프로그램이 있는데 너무 재밌다며 추천한다고 꼭 보라고 하셨다. 한국 승객들을 보면 항상 너무 반갑고 가족끼리 여행을 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형부와 둘이 한국을 돌아간다고 했다. 친언니와 나이차이가 무려 25살이나 나서 형부가 거의 딸처럼 키우듯이 했다며 정말 보기 좋았다.
같이 비행을 한 한국인 크루 한 명은 친구가 승객으로 탔고 레이오버를 같이 보냈다. 친구가 승객으로 타고 레이오버에서도 만나면 참으로 특별하다. 친구가 승객으로 타거나 레이오버에서 만난 경험들이 있는데 더욱이나 기억에 남는다.
Landed back to Doha
도하에 무사히 돌아오고 짐을 찾고 다 같이 만나서 단체사진을 찍기로 했다. 포토부스에 모여 다 같이 찰칵하고 집으로 향했다.
새로운 목적지에서 작은 비행기에서 옹기종기 모여 일을 하고 아무리 돌아오는 길에는 로드가 풀이었어도 누구와 일을 하냐는 정말 중요하다. 리더가 어떤 분위기를 이끌고 팀원들끼리 연결되어서 재밌게 일하면 아무리 풀로드이든 힘든 비행이든 재밌는 놀이가 된다. 승객들도 우리의 바이브를 느낄 수 있고 오히려 더 편한 분위기가 된다.
행복한 승무원이 행복한 승객을 만든다고 믿는다. 우리가 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것보다 최고의 일은 없다. 압박이나 업무가 아닌 편안한 환경에서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하면 놀랍게도 일의 효율은 엄청나게 올라간다. 많은 리더십이 이를 이해했으면 좋겠지만 굉장히 드물다. 나중에 이런 슈퍼바이저가 되어야지.
몰타 비행을 재밌게 다녀와서 참 감사하고 햇볕을 받고 바닷물에 담근 몸은 자연과 연결되어 평화로웠다. 황홀한 풍경에 영혼은 정화되고 자연에 닿은 몸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게 했다. 욕심을 버리고 주변을 바라보고 나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상기시켰다.
점심으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스타 탈리아텔레를 먹었었다. 프레쉬했고 처음 먹어보는 알티초크 하트 페스토였다. 조식은 무료였는데 퀄리티가 너무 좋았다. 큐어드 살몬에 루꼴라와 에그베네딕트 그리고 프레쉬 스퀴즈드 오렌지주스와 아이스 카페라테는 꿀맛이었다. 레이오버에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행복이지 별거 있나. 이렇게 한 비행 한 비행 주어지는 모든 경험에 이 경이로운 느낌에 감사할 뿐이다. 사랑하는 이와 돌아오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