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미 Jan 24. 2024

형사님! 난 가벼운게 좋은데...

철제 수갑 VS알루미늄 수갑

어린 조카가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동생이 아이 밥 먹이면서 전화한 모양이다.

"이모, 도둑 얼마나 잡았어?"

4살짜리 조카는 경찰관은 무조건 도둑을 잡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나는 휴직 중이라 일을 안 하는 데다가

절도범을 잡은 적이 없는데 사실대로 말해줘야 하나?

못 잡았다고 하면 조카가 실망할까봐 하얀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몇 명 잡았다고 하지? 2명?

 아니다... 2명은 너무 적어서 실망하려나?

좋았어! 3명으로 하자


"웅! 이모~ 3명 잡았어!"

"경찰차 타고 잡았어? 봉고차 타고 잡았어?"

조카는 형사들이 꼭 순찰차를 타지 않는다는 것을 나와 남편의 설명으로 알게 되었다.

그 부서에 배정된 관용차를 타고 다닌 경우가 대부분일 것 이다. 형사들은 업무의 보안성도 고려하고 여러 명 범인을 검거하기도 하고 팀으로 움직이기에 승용차인 순찰차보다는 승합차를 타는 경우가 많다.


"범인이 여러 명이니까 봉고차 타고 잡았지!"

"그럼 수갑을 채웠어?"

오잉 이 녀석이 수갑을 어찌 안 걸까?

수갑이야기는 해준 적이 없는데

동생에게 물어보니 조카가 보는 만화에 나쁜 사람을 수갑 채우는 장면이 나온다고 했다.

"웅 수갑 찼지!!"

"이모 다음에 올 때 수갑 보여줘~"


수갑? 하니 갑자기 머리가 하얘진다. 휴직하고 부서에서 짐을 챙길 때 제복이랑 무전기 수갑을

챙겨놓은 가방이 있었는데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거기 있으려나???

남편한테 물으니 옷 방에서 무전기는 봤는데 수갑은 못 봤다고 한다.


"수갑 못 찾으면 경고장 하나 받으면 되지 뭐! 어디 있을 거야 잘 찾아봐!"

남편은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설마 수갑 어디다 흘린 건 아니겠지?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결국 옷방 구석에 아주 정성스럽게 보자기에 싸서 눈에 안 띈 수갑을 찾았다. 한시름 놓았다.

잘 보관한다고 어디 잘 넣어 놓은 게 이렇게 돼버린 거다.


나:  "당신은 알루미늄 수갑이지??"

남편:  "아니 나 철제 수갑인데?"

나: "왜 알루미늄 수갑이 아니야? 중에서 안 줬어?"

남편이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받을 때는 알루미늄 수갑이 보급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 이후 알루미늄 수갑으로 바뀐 이후에도 받지 못하기도 했고 특별히 불편한 점이 없어 철제 수갑을 쓰고 있다고 했다.


확실히 철제 수갑은 좀 무겁다. 휴대하는 경찰관들은 알루미늄인지 철제인지 크게 개의치 않는데 착용하는 대상자들은 좀 다른가 보다.


남편은 2명의 피의자을 체포해서 중 한 명은 철제 수갑을 채웠고 한 명은 알루미늄 수갑으로 채워서 경찰서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남편은 철제수갑이 있고 같이 간 후배형사는 알루미늄 수갑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다.


철제 수갑을 찬 피의자가 알루미늄 수갑을 피의자에게 "왜 네 수갑이 더 가볍냐? 난 무거운데"라며 불만을 표시해서 남편이 "다음에는 바꿔서 채워줄게요!" 하니까 알루미늄 수갑을 찬 범죄자가

"형사님 왜 바꿔요~~!! 난 가벼운 게 좋은데..."라며 안된다고 정색을 했다.편은 그들을 쏘아보며

 "다음에 수갑을 안 찰 생각을 해야지 가벼운 게 중요해요?"

뭐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경찰서로 복귀했다고 했다.


그 이후에  그 사람들 또 수갑을 찼으려나?

철제 수갑을 찼던 사람은 이 후 알루미늄 수갑을 차서 확실히 가볍구나를 알게 되었을까? 알루미늄 수갑을 찼던 피의자는 어쩌다 철제수갑을 차서

역시 수갑은 알루미늄 수갑이야 했으려나?

실 없는 생각을 해 본다. 그때의 수갑이 처음이자 마지막 수갑을 찬 경험이길 바래본다.



작가의 이전글 경찰관님을 죽여도 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