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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형준 Sep 24. 2021

데이터의 대답

정향(Cloves) 이야기

정향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갈수록 결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려고 한다. 정향의 잘 알려진 부작용부터 특정 레퍼런스 없이 나열된 정보들까지 포함해서 언급할 계획이다. 정향은 과거 치과치료에 많이 사용되었던 아말감을 때울 때의 냄새와 거의 동일한 향을 가지고 있다. 향신료로 음식에 사용되기도 하며 차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향신료를 이용한 마살라 차이(masala chai)에 들어가기도 한다. 흔히 사용하지는 않지만 여러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해본 사람이라면 많이 써보았을지도 모른다. 


첫 번째 데이터다. 


1. 과량 복용 시 중독 가능. 약리 연구에서 dog에게 정향유와 땅콩유를 5g/kg 먹였더니 구토하며 죽은 개가 있었으며, 부검상 위저부 및 유문부 점막이 홍종, 궤양, 출혈되었다. 현미경적으로 간, 신장 조직에 어혈과 cloudy swelling이 보였으며, 부분적으로 간세포 괴사, 심근의 cloudy swelling이 있었다. 

2. Eugenol은 혈압강하, 호흡억제, 사지마비, 요실금 및 혈뇨를 발생시킬 수 있고 혼수도 유발할 수 있다. 

3. 정향 전탕액을 복용해 중독된 증상은 오심, 구토, 설사, 상부 소화관 출혈 증상, 심하게는 간 기능 장애, 호흡곤란, 심지어 혼미, 사망까지 가능하다. 보고에 의하면 잇몸 출혈에 정향을 먹은 뒤 대포성 표피 용해 위축성 약진이 발생한 예가 있다. 

4. 정향유는 과민반응, 피부 발진, 두드러기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시각 장애 유발 가능성도 있다. 


뚜렷한 부작용은 위장관 증상과 함께 소화관 출혈이 올 수 있다는 것이고, 피부 반응도 눈에 띈다. Eugenol만으로 따로 실험한 경우에는 혈압, 호흡 등 심각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성분만 추출한 경우는 재료 전체를 사용했을 때는 나타나지 않던 부작용들이 더 잘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인삼의 진세노사이드가 있다). 


두 번째 데이터다. 


1. 열병 및 음허내열한 경우 금기

2. 소화기 출혈 가능성이 있어 H2 차단제 복용자, 지혈제 복용자 금기

3. 과민성 피부염 발생 가능


한의학 용어인 '음허내열'은 간단히 말하자면 '쉽게 발적, 충혈, 발열 등의 항진 양상이 나타나는 몸 상태'를 말한다. 이 부분이 피부염 발생 증상과 연관될 수 있다. 


세 번째 데이터다. 


5%의 Eugenol 에멀전 제제는 위점막 분비를 현저히 증가시켰으나 위 내 산도(acidity)는 높이지 않았다. 정향유의 작용은 Eugenol 성분에 비해서는 효과가 좀 떨어지나, 이 또한 연달아 사용하면 위 점액이 소모되어 36시간 뒤에야 일부 회복되고 몇 개월이 지나야 완전히 회복되었다. 


Eugenol만을 따로 추출해서 먹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기에, 정향유의 작용으로 보자면 위에서 분비되는 점액을 빠르게 분비되게 하여 소모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작용이 위점막 환경에 영향을 주어 출혈을 더 쉽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네 번째 데이터다. 


FDA에서 정향, 정향유, Eugenol을 음식재료로 안전하다 한 바 있으나, 최근 들어 독성에 대한 고려가 재고된다. Eugenol이 치과치료용으로 사용될 경우 알러지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고, Eugenol과 정향 에센셜 오일은 6명의 불임 부부의 남성 정자를 이용한 시험관 내 실험(in vitro)에서 살정 작용이 보고되었다. 


참고로 정향, 정향유, 정향 전탕액은 여러 박테리아나 병원성 진균에 대해 항균 및 억제 작용을 발휘하는데, 이런 현상이 정자에서도 벌어진다. 이 문제는 조금 더 예민한 부분이다. 비슷한 다음 데이터들을 살펴보자. 


정향의 hexane 추출물을 15, 30, 60mg/kg 용량으로 수컷 마우스에 35일간 투여하였고, 30mg/kg 이상부터는 세정관(seminiferous tubule)의 퇴행성 변화를 일으켰고, 이어 일일 정자 생산 감소를 유발하였다. 


정향의 수 추출물, 알코올 추출물을 250, 500, 1000mg/kg/day 용량으로 34일간 수컷 마우스에 투여한 경우 1000mg/kg/day 투여군에서 정자수, 정자 운동성과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고 에스트라디올(에스트로겐) 농도는 증가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데이터들은 동물실험이나 사람의 정자를 따로 시험관 내에서 실험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세정관은 정자의 생성과 수송에 관여하는 가느다란 관이다. 실생활에서 정향을 hexane에 추출할 일은 없긴 하겠지만 수 추출물이나 알코올 추출물도 남성의 생식 능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요리를 할 때 정향을 넣고 청주나 미림을 넣고 볶는다면 수추출물과 알코올 추출물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임상적 연관성은 알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로써 정향이 어떤 생김새와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 조금 짐작할 수 있다. 실생활에서 정향은 보통 물에 끓여먹거나, 기름에 볶는 요리에 들어가는 향신료로 쓰이기에 정향 전탕액이나 정향유 정도로 감안하면 될 듯하다. 정향은 과다 복용할 경우 위 점막의 분비를 촉진해 소모시키며, 위 출혈을 유발하기 쉽고 몸을 항진 상태로 만드는 열성을 지니고 있고 따라서 피부 반응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남성의 정자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면모가 있다. 이러한 반응은 모두 정향을 과량 또는 과량 장기 복용한 경우 발생하는 것들이지만, 극단적인 설정의 실험을 통해 정향의 생김새와 본 성격을 추측해볼 수 있는 점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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