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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만 InMan Jan 24. 2021

바이러스 코로나 찿아오면 이렇게 싸우라.

6. 중환자실 0.5평 침대 위에서 일상생활을 지켜라.

바이러스 감염 31일째, 입원 26일이 지나고 있다.

이곳 중환자실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격리 집중치료실로 4인실에서 2명이 지내고 있다.

반평짜리 침대 위에서 매일 지내고 있다. 육지(?) 땅을 밟아 본 지가  오래다. 온종일 우주인 생활하는 듯하다. 코에서 산소마스크, 정정맥 목덜미에서부터 시작한 팔. 다리. 가슴에는 각종 신체 모니터링 장치 센서들과 주변 측정기기에 둘러싸여 누워있다.

3일동안 4인 병실에 혼자 있게 되었을 때 마음 편한 저녁, 양말 한짝은 어디있는지 몰라 번갈아가면서 신는다.

집중치료실은 24시간 정기적인 필요에 따라 의료진들이 다녀가기에 깊은 숙면이란 기대하기 힘들다. 1시간 단위로 자다 깨고 하는 토막잠을 자게 된다. 난생처음 수면제를 신청하여 이틀 밤을 지내봤다. 도움이 안 된다. 짧은 토막잠일지라도 자연 수면이 깊고 달콤하다. 내게 허락된 이런 자연스러운 수면할 수 있음은 생각할수록 고맙고 강 사하다. 수년 전 내 아버지 암투병중에 주말 방문하여 아버지 침대 아래서 같이 자던 생각이 났다. 새벽녘 아버지 기척 소리와 함께 물어 오셨다.. "지금 몇 시고?" 그러시고는 "한번 더 자자"하더니 금세 코 고는 소리에 나 에게는 자장가처럼 들려오던 때가 기억이 나서 그때의 불편함을 잘 견뎌내어 준 아버지의 기억에 더욱 감사가 밀려온다.


 새벽 3시 '바시락' 소리에 잠에서 깼다. 방호복 의료진이다. 혼자 누운 병실에 들어와 목에 매달려있는 정정맥 수액 라인을 소독하고 정리한다. 혈압, 혈당, 체온을 확인하고 키오스크 단말기에 등록하고 스르륵 나간다. 고맙다. 돌봐주는 느낌은 꿈속에서도 감사한 마음이 현실과  꿈속을 오락가락 하면서 날이 밝아온다.


새벽 4시가 되면 일어나고 싶어 진다. 잠이 모자라면 오후에 낮잠을 잘 수가 있기에 마음 편히 선택할 수 있어 좋다. 일어나면 하루 일정계획을 구상해본다. 카톡 답변할 곳, 나의 상태를 걱정하며 기도와 응원해주는 가족, 친구, 공동체에게 보낼 상황 정리와 함께 나눌 글과 음악링크 등을 먼저 정리한다. 그리고 새벽 애청하는 CBS/KBS 클래식 음악방송을 들으면서 아침을 맞는다.

8:30 식사가 들어오기 전, 면도와 물 티슈로 세수하고,  손발 등을 닦고 로션을 바르며 기분 낸다. 즐겁다.


도시락 식사를 받아 들면 포장 봉지를 풀기 전 감사 기도하고 밥을 먹기 전 다시 기도 한다.

' 주님 이 도시락이 이곳에 배달되기까지 수고해준 의료진, 주방 셰프, 식재료 유통업 종사자, 농산물 생산자의 수고에 이르기까지 한분 한분 그분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소서.'

'주님 이제 이 음식을 먹을 텐데 이 모든 음식들이 소화기관으로 잘 전달되어 영양분이 되어 에너지로 바꿔지면서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기존 면역 질서체계들로 길 되신 주께서 인도해주소서, 태초 창조 때의 육신의 신진대사활동으로 복원하게 하사 모든 세포들이 더욱 강건 해져서 회복시켜 주소서.'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일에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과 의무는 식사를 깨끗하게 다 먹고 소화 시켜내는 일이다. 식사 후에는 간호사들이 꼭 체크 해온다.

"식사 얼마나 하셨어요?"

"100% 클리어 Clear 했습니다!"

"잘하셨네요~^^"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도시락 풀기전 수고해주신분들께 감사하고, 식사하기전 영양분들이 치료활동을 도와주시길 기도하고, 마지막 내가 할일은 100% 식사를 마치는 일이다.

오전에는 작은 움직임으로 침대 시트 정리를 하고 나서 10여분 스트레칭과 발끝 차기를 하고 나면 왠지 뿌듯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 후 준비된 마음으로 외부와 SNS 소통하고, 입원생활 메모를 정리하여 브런치 글쓰기와 책 읽기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점심식사 후에는 낮잠, 스트레칭, 영화보기, 브런치 글쓰기, 독서 및 퇴원 후 관심사 생각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 저녁이 된다. 취침은 저녁 9시쯤 자기 시작하지만  쪽잠이어서 그때그때 폭~자기가 나름 최선의 선택이 된다.


보름 만에 손발톱 정리했다. 손톱깎이를 주문해서 내손에 들어오기까지 2~3일 걸린 듯 하지만, 이런 일상이 정겹고 반갑고 감사하다.


<외부인 시선을 느끼게 된 방문자 불안>

4인 입원실에 2명이 치료받고 있다. 이따금씩 마스크를 벗고 쉴 때가 있다. 하루 2차례 청소를 도우시는 방호복 천사들이 출입문 밖에서 노크한다. "마스크 써 주세요~" 얼른 마스크를 썼다. 그들의 목소리와 눈빛 속에 감춰진 불안감이 확 다가오면서 미안한 마음과, 다른 이 들이 느끼는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마음에도 불편함이 없어지지 않아 좀 더 관찰해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의료진의 방호복(LevelC)과는 다른 산소 필터 공급기 없는 방호복(Level D)을 입고 있었다. 좀 더 그들의 불안을 이해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좋아졌다.


<창가 침대 빛 가까이>

4인실 병실 공간에서 내 자리는 문 앞이다. 밤에도 출입문 조명에 눈이 부셔 시리다.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 이동을 문의했다

 "안돼요."  

이동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는가 보다 했다. 다시 한번 요청했다.

"창가 자리가 좋죠  왜요 옆자리 환자분 때문에 그러세요?"  

"아니요 자연빛이 좋아서요."

"휴일 끝나고 말씀드려 볼게요".

휴일이 지났는데도 Feedback이 없었다. 간호사실 인터폰으로 Feedback! 을 받고 싶다고 했다.

"알아보고 알려 드릴게요"

결국 옮기지 못한 채 4인 병실에 나 혼자 문 앞 침대 위에서 견뎌야 하는 것이 격리병동의 규칙이라고 보호자(아내)를 통하여 전달되어 왔다.

그다음 날 나의 가림막 커튼을 제거해 주면서 창 밖 자연의 눈부신 빛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물론 창가 환자분은 퇴원하셨고 그 후로 빈자리가 되었다.


입원한 지 세 번째 금요일 저녁이다. 주말을 조금 더 주말다운 기분을 내기 위해 침대 시트를 갈았다. 환자복도 새것으로 갈아입었다. 차가운 겨울이지만 내일은 항상 새롭고 설렘을 약속한다. WELCOME Tomorrow!!!


토요일 오후 노린스 샴푸가 병실에 도착했다. 18일 만에 침대 위에서 모니터링 라인들이 없는 오른손 한 손으로 머리를 감는다. 린스를 머리에 두루두루 바르고 문질러도 거품이 일어나지 않는다. 일단 미니 타올로 닦아낸 후 다시 시도한다.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결 부드러워진 머릿결을 만질 수 있다. 머리 빗질을 살짝 하여 가지런히 정리하니 세상만사가 개운하다.


<희망은 선택이다. Hope is a choice>

 입원생활에서 나 자신과 최소한 한 가지 다짐한 것이 있다. 기대와 낙담이 있으면 항상 희망'선택'하기로 했다. 또한 그리 노력하고 있다.

불편과 편안함이 있을 때에도 불편의 원인을 확인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편안한 느낌을 마음으로 선택하고, 또다시 선택 확인하고 다짐하는 일이 반복한다.


<영혼이 잘 되는 것은 매사에 건강해진다>

나를 위해 영적 삼시세끼를 공급해주는 가족들과, 믿음의 신실한 친구들, 성도 공동체의 오순절 다락방 기도소리에 성령께서 인도해 주고 계심을 충만히 느낄 수 있다. 매일 매시간이 은혜롭고 감격스럽다.


친구들이 가끔씩 SNS로 보내주는 자연풍경 사진이 좋아 보인다. 양재천, 눈 덮인 남산, 등산 간 곳 풍경 등 이곳에 있으면서 달라졌다. 친구들이 카톡 전화 오면 친구들의 인물사진을 보내달라 한다. 그 사진들을 보면 정말 정말 좋고 반갑고 기쁨이 된다. 가끔씩 톡방에 올려주는 오래된 즐거웠던 기억의 사진들 한컷이 그때의 설렘과 기쁨을 한 다발의 꽃향기 가득한 채로 병실을 채워준다.


※ 뉴 노멀 관련 말 말 말

* 2021 년 신년음악회 갈라 프롬 베를린을 준비해온 베를린 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는 말한다. "팬더믹 상황 속에서 음악회 준비기간은 고통의 시기이기도 했지만 기도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  코로나가 드러낸 취약점은 뭘까? 코로나는 한정된 자원으로 무한 성장을 향해 달려가다 맞은 부메랑이다. 이 취약점을 보완하는 길은 자연과의 공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 전염병 연구로 유명한 예일대 역사학자 프랭크 스노든은 ‘전염병은 인간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 2021년 신년 '갈라 프롬 베를린'을 준비하는 6개월의 기간동안의 기간을 고통스러웠지만 오히려 기도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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