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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퍼즐도사 Aug 18. 2022

사랑하는 아빠에게

아빠한테 처음으로 하트 이모티콘을 받았다

아빠와 함께 얼굴 보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만, 기회를 놓치고 평생 후회하느니 술의 힘을 빌려 이렇게 글로 내 마음을 보내보려고 해.


아빠와 엄마의 불화를 자식인 입장에서 바라보기엔 너무 괴로웠어. 그리고 그 괴로웠던 시간이 너무 오랜 기간 지속되어 두 분을 많이 미워했고. 이혼 소송으로 갈등이 너무 극심해지니까 이러단 내가 죽겠다 싶어 나라도 살겠다고 발악하다 보니 내가 아빠 엄마 모두 집에서 쫓아낸 꼴이 돼버렸네. 처음엔 더 이상 두 분의 싸움으로 온갖 신경을 쓰지 않아서 솔직히 몸도 마음도 편했어. 하지만 그것도 몇 달 안 가더라고. 나 살겠다고 내 부모를 마음속에서 내쳤는데 마음 한켠에선 자꾸 여유 없는 부모님을 욕하기 바빠서 쉽게 내쳐버린 내 모습이 불효자식 같아 너무 괴로웠어. 지금도 여전히.


이대론 정말 죽겠다 싶어 나는 지금 상담을 1년 넘게 받고 있어. 며칠 전에는 집단상담도 받고 왔고. 그런 경험을 통해 나의 분노를 정당화시키려는 이기적인 모습을 직면하면서부터 내가 유독 모질게, 편협적으로 아빠를 생각하고 대했던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너무 커. 이젠 알겠어. 엄마의 주관적인 생각과 감정이 나에게 아무런 여과 없이 주입되었었다는 걸. 그리고 나를 괴롭게 하는 부모님에 대해서 내 분노를 정당화하며 정도가 넘은 분노를 나도 알게 모르게 표출했다는 점. 나 조차도 여유가 없어 그런 자기중심적인 상태였으면서 부모님께는 항상 주변을 살피는 여유로운, 성숙한 모습을 지나치게 기대했던 점. 다 내가 어리석고 성숙하지 못해서 그랬던 거겠지. 그간 나의 이런 모습을 보며 아빤 참 외롭고 답답하셨겠다 생각했어. 그래서 못난 자식이었음을 고백하며 참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횡설수설이지만 그냥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아빠도 그 자리에서 더 나은 삶을 향해 노력하는 힘을 잃지 않았으면 해. 코로나가 다시 활개 하는데 건강 관리에 유의하시고요. 언젠가는 따뜻한 포옹으로 인사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지난 글, 결국 부모님을 손절했다에서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내 마음과 생각을 부모님께 진솔히 전달하는 건 내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동안 무슨 오기였을까?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은 얼마든지 전할 수 있는데. 내가 마음의 빗장을 너무 단단히 걸고 있었나 보다. 처음으로 아빠한테 받은 저 하트 이모티콘으로 오늘은 내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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