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와 결혼식에 다녀왔다. 나름 사회적으로 과년의 나이에 이르렀음에도 친구의 결혼식에 가는 건 처음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신기하게도 내 주변엔 결혼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결혼식에 앞서 옷차림이며, 축의금이며 혹시나 먹을 만큼 먹은 나이에 비해 예의가 부족할까 많이 알아보고 주변에도 물어보았다.
결혼식은 정말 즐거웠다.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도 만났고, 결혼한 친구의 표정을 보니 나도 행복해졌다. 스무살 때부터 만나온 친구들과 어른옷을 입고 어른짓을 하며 모여있다는 게 새로웠다. 여전히 웃고 장난 치는 모습은 스무살 때와 다를 바 없었다. 생각하는 것들이 비슷했는지, 스무살 적에 깨실대며 웃던 게 엊그제 같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표정은 똑같지만 친구들은 많이 달라져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는 가장 뒤처져있었다. 가장 오래 공부했고, 가장 늦게 취업해서 경력도 연봉도 최하였다. 인생에 비교는 의미가 없다지만 그래도 남보다는 뒤처지고 싶지 않은 게 사람 심리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뒤처져서 슬픈 게 아니라 서로 달라져서 슬픈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공부 욕심이 가장 큰 내게,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없다는 게 서글프다.
그래도 내 주변은 여전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가장 많다. 다른 친구들은 이번 달에 결혼식을 5번을 다녀왔네, 조만간 애인과 결혼을 해야할 것 같네 얘기했다. 그렇지만 내가 매일 같이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 중에서는 여전히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친구들이 더 많았다. 결혼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친구들이 더 어른 같아 보이긴 하지만, 나는 그저 다른 길을 걷고 있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토닥인다. 어떤 인생을 살아가도 친구들은 종종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때마다 서로 달라진 부분을 공유하고, 또 함께 했던 옛날 얘기를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나는 나의 길을 가고, 너는 너의 길을 간다. 속도는 다르지만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