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존재 앞에서 성숙한 척을 한다는 것은

미숙한 교사가 성숙한 학생에게,

by 이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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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서 느끼는 힘든 감정 중 하나는 불완전한 존재 앞에서 완전한 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경험의 폭이 넓지 않은 학생들 앞에서, 자아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 앞에서 교사는 이미 그런 세월을 지나오면서 온전한 자존감을 길러왔음을 보여야 한다.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 어려워하는 학생 앞에서, 사랑 앞에 힘들어하는 학생 앞에서, 교우 관계가 힘들다고 토로하는 학생 앞에서 교사는 온전한 사람인 마냥 연기를 해서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을 법한 답변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아주 만족하고 진로를 잘 선택한 사람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에 통달한 것처럼, 인간관계에 형통한 해결책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교사인 나는 여전히 내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최선인 걸까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을 하고, 나의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는 일에 서툴며, 사람을 대하는 일이 여전히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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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인생이라는 시간을 살아온 나도 여전히 힘들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일을 매우 힘들었다. 다 알고 있는 것 마냥 연극을 해오던 내 부족한 모습이 여과 없이 탄로 날 것만 같았다. 내 민낯을 보인 것처럼 부끄러울 것 같았다. 여전히 성장통을 겪어내는 현실의 나와 그럴싸한 어른의 모습을 연기하는 나의 모습의 괴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쯤, 독서 행사 담당 교사로 임장 지도를 하게 되었다. 수업을 위한 교재 연구로써 책의 단편만 보던 내게 학생들이 진지하게 책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몰두하면서 책을 읽었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부끄럽게도 먼 과거의 이야기였다. 각자가 읽고 싶은 책을 보며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보니 수업시간에 빼곡히 필기를 하던 손과 다른 느낌이 들어서 꽤나 신선했다. ‘책을 읽을 때 모습은 이렇구나’ 공부할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면서 눈길이 갔다. 이후 행사가 마무리된 후 학생들은 활동지를 제출했고,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책을 읽는다는 기분으로 종이에 채워진 글자를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문장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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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성숙하고 의젓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딱 초등학생 같은 나노카를 보며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나노카처럼 고민하고 성숙해지려 노력하지만 아직 완전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점, 그것을 인정하게 되면서 불완전성에 불안해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독서 행사에서 적어냈던 학생의 말을 빌려 이 고민을 매듭지어 본다. 미숙해 보였던 아이들에게서 서툰 나의 고민을 투영해 본다. 그리고 솔직하게 고백해 본다. 나도 사실은 아직 이번 생을 살아가고 있는 서툰 존재라고. 흩뿌리는 가을비에 부유하는 낙엽처럼,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사람임을 용기를 내어 내뱉어 본다.


성숙하기에, 완전하기에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서 미숙한 나를 보면서, 우리는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것이다. 청소년기의 학생이라고 마냥 어린것만은 아니라고, 성년기의 어른이라고 마냥 완전한 것은 아님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러기에 교학상장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되새기며 시공간을 관통하는 사자성어의 힘을 학생들을 통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불완전한 시간 속에 위로가 되는 문장을 내어준 존재에게, 서툰 단어들로 이루어진 신변잡기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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