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이 만드는 집단지성의 힘
하브루타는 친구를 뜻하는 히브리어인 하베르에서 유래하여 짝과 함께 질문을 주고받으며 토론하는 유대인의 교육 방법이다. 한때 비경쟁적 토론 방식으로 인기를 얻었으나 혹자는 하브루타는 이제 진부한 수업 방식이라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하브루타가 가진 ‘생각해내고 발견하고 집중하는 힘’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매력을 역동적으로 활용해보기 위해 하브루타를 통합사회 과목에 시도해보았다.
통합사회 1단원은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균형적인 관점을 배우는 것에 중점을 둔다. 시간적, 공간적, 사회적, 윤리적 관점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배워 구체적인 사회 현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배우는 단원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고민했던 부분은 ‘어떻게 지식과 현실을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연결 지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네 가지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암기하지 않고 사회 현상을 다양한 관점을 통해 마음으로 이해하고 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느끼게끔 수업을 디자인하고 싶었다.
여러 수업 방식을 고민하다가 학생 참여 중심 수업으로 풀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했던 걱정은 뚜렷한 배움 없이 수업이 끝나는 것이었다. 전통적인 방식의 교사 중심의 지식 전달 수업의 틀에서 벗어나는 두려움이 컸다. 학생 참여형 수업의 취지를 온전히 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활동을 한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고를 확장하지 못하고 이야기만 주고받다가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학습자가 스스로 수업을 구성하면서 사회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과정을 짝과 함께 배우는 것을 수업 목표로 세웠다.
또한 학생들이 하브루타를 토론의 방식 중 하나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즐거운 수업이라고 느끼길 바랐다. 하브루타가 수업 시간에 하는 단순한 토론이 아니라 편하면서도 생산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극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따분하거나 지루할 수 있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카페’라는 장치를 만들었다. 우리는 카페에서 많은 생각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알아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간다. 이처럼 통합적 관점이라는 내용을 부드러운 재즈 음악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에서 배워가길 바랐다. 그렇게 통합사회 하브루타 카페가 탄생하였다.
하브루타 카페에서는 메뉴판을 보고 주문할 시간을 가지듯, 커피에 관한 지문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 새로운 음료를 보면 어떤 맛인지 궁금해하듯 서로가 궁금한 부분을 각자 기록해서 짝과 함께 공유하고 모둠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만의 답변을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학우들 앞에서 모둠에서 나온 질문과 궁금증을 풀어낸 생각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여 발표한다.
하브루타 카페의 힘은 교실 공동체 안에서 더욱 확장한다. 질문과 그에 대한 자신의 답변을 말하는 것에서 나아가 비슷한 질문을 했던 조는 없었는지, 기존에 나온 의견과 다른 생각은 없는지 다시 고민할 시간을 가진다. 이러한 개방적인 과정에서 창의적인 답변이 나오기도 하고 학생들은 사고의 지평선을 확장할 수 있다. 하브루타 카페 안에서는 어떤 현상에 대해 주도적으로 의문을 품고, 질문하고, 답변함으로써 결국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학생은 치열한 지적 사고력을 기르는 즐거움이 있으며 교사는 반마다 다른 내용이 나오기에 지루할 틈 없다는 것은 하브루타 카페만의 묘미이다.
하브루타 수업의 진정한 가치가 발휘되기 위해서 교사는 학생이 가진 숨겨진 힘을 믿고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충분히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느꼈다. 교사가 직접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거나 정답을 알려주기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느낄 수 있게끔 자극해야 한다. 예컨대 어떠한 사소한 질문이라도 유의미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학생의 배경지식이나 다른 교과 내용과 연결하여 질문의 방향을 바꿔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도 해당 내용에 대해 많은 부분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워하는지 전체적인 흐름에서 안내를 해주는 조력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실제로 자신의 역량을 역동적으로 보여주었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을 주제로 자신의 관심사인 과학에 접목하여 에너지 드링크를 왜 섭취하는지를 생물학적 지식을 풀어서 학우들 앞에서 발표한 에피소드도 기억이 남는다. 또한 예술사적 흐름 속에서 압생트라는 술이 억제되던 시기와 맞물려서 커피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을 풀어나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연결 지어 호기심과 순수한 열정으로 타오르는 그들의 눈빛은 여름 해변의 몽돌처럼 뜨겁게 반짝였으며, 교사를 움직이는 카페인과 같은 원동력이었다.
짝과 모둠으로 함께 생각하는 힘을 증진시키는 하브루타 수업이지만, 다른 사람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뒤처지지 않게끔, 최소한 더러 따라오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기다려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하브루타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매력이기 때문에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학생들에게 하브루타 카페는 안전지대라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 공간 안에서는 네가 말하는 것은 비판받지도, 평가받지도 않을 것이라고-말이다.
통합사회 하브루타 카페 수업을 시도하면서 어떠한 학생 중심 활동이든 실행하는 목표 의식이 명확해야 하고 중요성을 잘 풀어서 학생들에게 설명해서 이해를 자극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 진행 역량뿐만 아니라 학생을 잘 설득할 수 있는 기술도 갖춰야겠다는 것도 배웠다. 교사의 역량과 학생의 창의성이 융합되어 집단지성의 힘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하브루타 수업이 다시 한번 널리 퍼져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면 좋겠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브루타의 즐거운 순간을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느끼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