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교사가 퇴임하는 선생님을 떠올리며

by 이여자

선생님 세 분이 퇴임하셨다. 간다고 하실 때는 가시는구나, 보내드려야 하는구나 마음 정리만 했는데 퇴임식 때 한 글자 씩 읊으시면서 감정을 참아내는 소리를 들으며 정말 떠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오니 진짜 퇴임하셨구나, 교무실 그 자리에서는 뵙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큰 기둥이 뽑힌 듯 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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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날 것 같아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것 같아 글을 적으셨다는 선생님께서 어느 날 가을의 나뭇가지를 보며 ‘이 나뭇잎이 다 떨어질 때쯤이면 나는 이 학교에 더 이상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하셨다. 동시에 나는 작년 가을에 출근하면서 ‘이 학교에서 맞이하는 첫 단풍이구나,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가을을 마주해야 할까’하는 생각을 했다. 같은 가을이었지만 마주하는 세월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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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과 반복되는 거리 두기로 전체 회식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신규교사에게 큰 회식은 부담스러웠기에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그마한 식사 자리 한 번 같이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젊은 패기가 자랑이라는 어린 사람이 ‘선생님, 저랑 밥 한 번 먹어요’라고 먼저 다가서는 용기도 부족했다. 고작 1년을 보낸 나도 이렇게 허전한데, 재직 기간 동안 많은 기억을 공유하는 분들은 오죽하실까. 나도 곧 떠나갈 때가 오는 것 같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벌써부터 슬프게 들려온다. 당신께서는 이미 존재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니 될 수 있는 한 오래도록 남아달라는 말을 애써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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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공기가 코를 스친다. 얼어붙었던 땅이 녹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는 다가오는 3월이 시원섭섭한 세월을 보내고 마주하는 새로운 삶의 시작일 것이다. 또 한번 마주할 가을의 나뭇가지를 보며 한번 연락드려야겠다고 다짐하며, 퇴임하시는 선생님께서 앞으로 만들어가실 시간이 그 어떤 봄보다 가장 아름답고 찬란하게 피어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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