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회복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생은 처음인 것들이 많아서 모든 게 서툴고 어렵다고 한다. 배우자의 바람을 예상하고 결혼을 결심한 분은 없을 것이다. 외도 자체를 밝히는 데에는 여러 고민이 뒤따르기 때문에 심정 토로를 할 수 있는 사람도 많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외도 후유증은 위로받기도 까다롭다.
재작년과 작년에 화제몰이한 드라마, 결혼작사이혼작곡은 외도를 경험한 부부 3쌍과 내연녀 3명이 나온다. 거기서 3명의 아내의 반응이 각기 다르다. 외도를 덮고 가정을 지키려는 50대, 남편의 외도로 함구증에 걸린 40대, 내연녀와 남편 그리고 시부모님께 분노하는 30대. 외도는 가정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한편, 외도 후유증은 몇가지 공통된 특징을 보인다. 배신감, 불안함, 자기연민, 우울, 과도한 집착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한꺼번에 휘몰아칠 것이다. 외도의 후유증에 대해서도 배우자가 또 바람을 필까하는 걱정도 한 켠에 늘 있을 것이다. 괴로운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는 것도 힘들게 하는 이유이다. 외도 후유증은 상당히 길게 간다. 가장 중요한 관계에서 공백이 크게 생겨버린 사건이기 때문에 삶이 무너지는 기분일 것이다. 외도한 배우자가 잘못을 번복할까 의심하지 않고 싶어도 그렇지 못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배우자의 외도 사유를 자기에게서 찾으려고 할 수 있다. 외도를 받아들이고 가정을 지키기로 했다면 외도를 경험한 나의 심정 치유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외도 상처 관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배우자의 외도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다면, 멈춰야 한다.
배우자가 외도를 고백하거나 바람난 게 밝혀졌을 때 바람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부부관계에 대한 문제를 들 수도 있다. 일례로, 외모문제, 성격차이, 자녀교육관, 무시, 성생활 등 다양한 부분들 중 어떤 부분에 결핍을 느껴 외도상대를 만나게 되었다고 말이다. '외도의 문제는 배우자 양쪽의 문제일 수 있다'라고 의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우자에게 불만을 느꼈다고 해서 해결방법을 외도에서 찾으면 안되는 게 맞다. 고로, 배우자가 외도한 사람에게서 문제를 찾는 건 잘못된 방식이다. 배우자의 외도를 막아보려고 극단적인 외모 관리나 자기검열을 멈춰야 한다. '내가 문제여서 아내 혹은 남편이 바람난 게 아니고 외도 자체가 잘못된 행위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관계를 유지하려고 용서와 화해를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한 번 더 믿어보고 싶어서 가정을 지키려고 용서와 화해라는 도착지를 설정하고 빨리 도달하려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회복을 위한 의지와 마음가짐도 필요하지만, 외도 후유증을 직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받아들임과 치유의 과정을 생각보다 길게 잡아야 한다. 충분한 시간이 없다면 외도 후유증은 평생 갈 수도 있다. 화가 나고 속상한 감정이 자연스러운 걸 인지하면서 용서되지 않는 마음을 재촉치 않아야 한다. 외도를 알게 된 뒤 무너지는 심정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걸 이해한다.
자녀들의 상처가 클까하는 마음 혹은 이혼남/이혼녀로 낙인찍힐까하는 걱정에 용서를 결심하는 가정이 많을 것이다. 덮어둔다고 해서 탈이 안나는 건 아니다. 외도 이전의 행복했던 시절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외도를 경험한 '나'의, 감정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 용서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감정은 효율을 방해하고 예측적이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대해질 때가 많다. 한편, 진화심리학자들은 감정은 생존을 위해 발달되었다고 한다. 불안은 맹수나 재해로부터 미리 대비하는 데에 필요했고, 사랑은 공동체 생활, 종족 번식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지금까지 감정을 억누르는 법을 배워왔다면, 감정에 집중하고 나를 돌보는 것도 함께하면 좋지 않을까.
외도 후유증도 전략적인 상처관리가 필요하다. 막막하고 어려운 게 당연하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면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또 전문적인 손길이라면 원하는 목적지에 지름길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외도 후유증 회복에는 전문상담가를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