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에 쏘였다
목숨 다 바쳐
벌이 나를 깨우쳤다.
기쁘고 슬프고 걱정스럽고
욕심내고 성낸 일
모두
아픔 하나로 사라졌다.
숟가락
먹다 보면
가장 맛있는 순간이 온다
그릇에 담긴
그것과
꼭꼭 씹어 삼키는
나와
끝까지 냉정하던
숟가락이
스르르 녹아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도둑 할매
툇마루에 올려놓은
오이 세 개가 없어졌다고
속상해하던 할머니가
두양댁 할머니한테 전화하신다.
“우리 집에 왔다 갔나?”
두양댁 할머니 금방 달려온다.
얼굴 한쪽이 일그러져 눈도 감기고
무릎이 잘 펴지지 않아도
걸음은 빠르다.
알아들을 수 없는 혀짤배기소리하면서
가져갔던 오이 꺼내 놓는다.
남의 집 놀러 갈 때면
집집마다 흔해 빠진 깻잎이라도
따다 주는 두양댁 할머니
그 착한 마음 한쪽에 숨어 있던
못난 마음이 오늘 또 들켰다.
우리 할머니 이제는 뭐라고도 안 하고
허허 웃고 같이 재미있게 노신다.
두양댁 할머니 돌아가는 길에
우리 집 모깃불 하려고
베어 놓은 풀더미를 보더니
우리가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한 아름 안고 간다.
잘 펴지지 않는 무릎으로
바쁘게 걸으니 뒤뚱뒤뚱 발걸음마다
초록 풀들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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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학교에 다니기 싫었는데 학교를 다녔고, 학교를 벗어나지 못해 선생까지 했다. 그래서 다행히도 학교 다니기 싫고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 심정을 이해하는 선생이 되었다. 한발 더 나아가, 학생과 선생이 ‘사랑
과 자발성’으로 만나 지금 여기서 행복할 수 있는 대안 교육 운동에 작은 힘이나마 보탰다. 그리고 학교에서 다 못 한 말은 시로 옮겼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시를 쓰고자 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공부했고, 그동안 동시집 『타임캡슐 속의 필통』, 『놀아요 선생님』, 『벌에 쏘였다』 등을 펴냈다. 제1회 서덕출문학상, 오늘의 동시문학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