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집 아기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 주는 자장노래에
스르르 팔을 베고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반도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소학생》. 1950년 4월
사냥꾼
숨어라 꼭꼭, 모두 다 꼭꼭
건너산 솔밭에 사냥꾼 들었다.
양지쪽 노루는 응달에 꼭꼭.
너구린 굴 속에 토끼는 눈 속에.
꿩들은 꺽꺽, 기침도 말아라.
감춰라 살짝, 발자국 살짝.
사냥꾼 따를라 너희들 발자국.
나무 위 새들아 재빨리 내려온.
눈에 난 발자국 하나도 안 뵈게
날개로 살살, 덮어서 감춰라.
울어라 깍깍, 까마귀 깍깍.
사냥꾼 가는 곳 앞서서 다니며.
네 소리 언짢아 총 끝이 떨리면.
헛방만 놓다가 그대로 간단다.
울어라 깍깍, 목놓아 울어라.
《소학생》. 1950년 1월
한인현(1921~1969)
동시인. 함경 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광명보통학교와 함흥사범학교를 거쳐 건국 대학교를 졸업. 평생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동요집《민들레》를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