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데렐로 Jul 25. 2022

신 포도 때문에 고민하지 말자

피아노 배우기(9)

세상의 많은 일들을 인생에 비유하지만, 피아노 배우기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다. 피아노 연습을 하다 보면 틀리는 곳이 정해져 있다. 피아노 악보의 마디 하나 하나를 A-B-C-D-E-F-G 라고 할 때 A 한번, B 한번, C 한번 과 같이 번갈아 혹은 차례로 틀리는 것이 아니다. 


A B C E F G 마디는 틀리지 않는데, D만 연거푸 틀리고는 한다. 연습에서 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이 D 때문이다. 10번을 연주해서 7번이 틀렸다면, 6번쯤은 D 때문이고, 한번은 나머지 6마디 중 하나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한 마디를 도대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어려운 부분은 그것 자체로도 문제지만 도처에 문제를 전염시키기도 한다. 선생님 앞에서 테스트를 받을 때 그 부분을 신경 쓰느라 앞부분에서 지레 틀리기도 하고, 간신히 그 부분을 통과하고 나서 그 뒤의 다른 부분이 틀리기도 한다.


이때 죽기 살기로 어려운 한 마디를 연습하고, 그 노력이 빛을 발해 성과를 거두면 다행이다.  그런데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고도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흥미마저 잃게 되는 안 좋은 상황을 맞게 된다.


<바이엘> 93번, 94번 악보


이때 될 때까지 무리하게 연습하기보다는 돌아가는 방법을 택해보면 어떨까. 48번 곡에서 아무리 해도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표시를 해놓고 그냥 넘어가는 거다. 48번을 못 쳤다고, 49번을 못 치는 것도 아니고 50번을 치면 안 되는 것도 아니니까. 


다만 선생님과의 ‘타협’이 필요하다. “저는 이 부분은 당최 못 하겠으니 일단 넘어가겠습니다.”하고, 그 부분에 분명하게 표시를 해 놓는다. 이게 중요하다.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표시를 해 놓는 것. 도둑들이 알리바바 집 문간에 표시해 놓는 것처럼! 그리고 나중에 다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해 본다. 


실제로 그렇게 해보니 대부분은 잘 할 수 있었다. 지금은 능력 부족으로 헤매고 어려움을 겪지만 전반적으로 능력이 향상되면 자연스레 극복할 힘이 생기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신 포도 이야기에서 도움을 받았다. 신 포도에만 죽자 살자 매달릴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신 포도는 놓아두고 옆에 있는 포도들부터 먼저 먹으면 어떤가. 만약 모든 포도가 신 포도라면 생각을 달리 해야 되겠지만... 그때는 바이올린이나 클라리넷을 배워야 하나?



매거진의 이전글 아저씨도 처음엔 초보였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