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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데렐로 Aug 29. 2022

배우본색

“제 이름은 우영우입니다.

똑바로 읽어도 우영우,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우영우입니다.”


이 문장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쯤 되겠다. 하나, “또 그 드라마 이야기야?!!” 드라마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다. 둘, “도대체 저게 무슨 소리야.” 드라마를 안 본 사람들의 반응이다. 시작을 저렇게 했으니, 이제 이 글은 다른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부담은 부담이고, 드라마에 관한 기본적인 언급은 하고 가야겠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직접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대충의 내용은 알 것이다. 나도 그 드라마를 보았다. 드라마를 보다 말고 꺼버리거나, 채널을 돌려버리거나, 욕을 하지 않아도 될 드라마였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지도 않았다. 합격 도장을 찍어도 될 만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이 미적지근한 반응보다 세간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드라마가 방송된 다음 날은 어김없이 드라마에 관한 기사가 여러 건 보였다. 그것도 긍정적인 내용의 기사들이.


좋은 드라마의 조건을 생각하자면 몇 가지는 꼭 짚어야 한다(딴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 당연히 내 생각이다). 첫째, 합리적인 사고에 바탕한 연출. 풀어 말하면 괴랄(*)하지 않은 연출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상식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대본. 풀어 말하면, 드라마가 진행되는 상황과 대사가 ‘막장’이 아니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출연자들의 연기가 기본은 해야 한다. 이 세 번째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본을 의심하게 되는 연기도 많은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발연기’라는 말이 생겨나고, 수시로 반복될까.


드라마 <우영우>를 보면서 ‘좋은 배우, 좋은 연기’를 보았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우영우를 연기한 배우 박은빈은 물론이고 나머지 배우들도 충분히 칭찬받을 만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즐거워진 김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을 떠올렸다.


우리나라 배우들을 예로 들면 혹시라도 논란의 소지가 깎아야 할 손톱 크기 만큼이라도 있을까봐 헐리웃 배우들을 예로 들어본다. 사족을 먼저 달자면, 선정 기준은 내가 내 마음대로 좋아하는 배우들이고, 좋아하는 이유도 내 마음대로다. 그 내 마음이 이 글을 읽는 분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레디 액션!!!



***신데렐로가 좋아하는 배우와 영화***

(앞에 나오는 굵은 글씨가 배우의 이름이고, 영화 제목은 <OO>와 같이 표시했다.) 


알 파치노-<대부> 전편에 그의 카리스마가 흘러넘친다. <히트>에서 은행강도를 사살할 때의 그 표정. 문자 그대로 냉혈한(冷血漢**)이다. 다른 표현이 있기 어렵다. <여인의 향기>의 탱고 신과 마지막 부분에서 비누 향기를 언급하는 연기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더스틴 호프만-영화 <졸업>. 젊음은 어정쩡한 시기인가. 그가 호텔에서 로빈슨 부인을 만날 때의 어정쩡함, 영화 끝부분 결혼식장 문밖의 어정쩡함. 그는 그 어정쩡함을 어정쩡하게 연기해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레인맨>의 자폐 장애 연기는 어떤가. 전화번호부를 통째로 외우고, 쏟아져 떨어지는 이쑤시개 개수를 한눈에 파악하는 연기. 아니, 현실?

왼쪽은 알 파치노, 오른쪽은 더스틴 호프만. 인터넷의 영화 관련 이미지에서 골랐다.


로버트 드 니로-<택시 드라이버>의 택시 기사 트래비스가 거울을 보며 총을 다루는 연습을 하던 모습과 선거 사무소의 배우 시빌 셰퍼드를 바라보던 표정. <디어 헌터>에서 차마 사슴을 쏘지 못 할 때의 그 표정. 그리고 혼란스런 베트남에서 친구 닉과 러시안 룰렛을 할 때의 숨막히는 상황. <히트>에서 알 파치노에게 판정패했다고 해도, 이 두 편으로 얼마든지 만회가 가능하다.

잭 니콜슨-<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멀쩡한 정신병자 역할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멀쩡하지 않은 정상인 역할을 떠올리면, 그의 정신상태를 한번쯤은 의심해 보게 된다. 거기에 <어 퓨 굿맨>의 제섭 대령을 더하면 그의 정신상태는 풀 수 없는 고차 방정식이 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1970년대 후반 극장에서 <아우트로>를 보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반했다. 수십년 후 미국에서 산 <아우트로> DVD를 다시 보았을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매력은 여전했다. 그 매력은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환생했다. 며칠 전 케이블 채널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다시 보았다. 그는 매일 서부극에서 총만 쏴대는 배우가 아니다. 그리고, 배우보다 더 위대한 감독이다.


언급하고 싶은 배우가 여럿 있지만 짧게 몇 명만 더. <본 시리즈> 이전 <굿 윌 헌팅>의 맷 데이먼, <죽은 시인의 사회>의 로빈 윌리암스,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할리우드는 아니지만 <무간도1>의 양조위.


여배우도 몇 명 떠올려 본다.

니콜 키드만-언급할 영화가 별로 없는 것도 같지만, 하나는 있다. <투 다이 포> 한 편이면 그 이전의 발 연기도 그 이후의 범작들도 모두 잊을 수 있다.

우마 서먼-<킬빌 1부>의 노란 추리닝과 레스토랑에서의 도륙(屠戮***) 신. 이 영화의 현실성이 0%인 거야 어디 그녀의 잘못인가. 쿠엔틴 타란티노의 잘못이지.

왼쪽은 니콜 키드만, 그 옆은 샤를리즈 테론. / 대문사진 출처 : pixabay


샤를리즈 테론-<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광기 어린 퓨리오사, <몬스터>의 창녀 에일린이 어떻게 <이탈리안 잡>의 미녀 도둑과 같은 사람일 수 있을까. <밤쉘>의 앵커역까지 포함하면 그녀의 원래 모습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메릴 스트립-<리버 와일드>의 강한 엄마, 강한 아내는 케빈 베이컨 같은 악당 쯤 얼마든지 무찌를 수 있다. 그녀가 연기한 패션지 편집장 역(<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은 명품이라는 프라다에 독이 되었을까 약이 되었을까.

제시카 차스테인-이 배우를 빼놓으면 곤란하다. 말이 필요없다. <미스 슬로운>만 보면 된다. 


배우(연기자)라고 불리려면, <우영우>의 박은빈처럼 수의근(隨意筋)인 손가락을 불수의근으로 만들 정도의 능력은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쯤 되면, ‘왜 저 배우는 드라마(영화)에는 나오지 않고 광고만 찍느냐’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듯하다. 박은빈과 광고를 한꺼번에 이야기하자니 정관O의 추석 매출이 궁금하다. 레O진(津)이 음료인지 술인지도 궁금하고.


영화는 끝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야... 할 때, 성룡 영화처럼 크레딧 옆에 한 화면 보탠다.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서 숀 코넬리는 은둔 작가 윌리암 포레스터로 분(扮)했다. 그가 우리나라의 과거 스포츠 신문쯤에 해당하는 신문을 보자 제자 자말 월러스(로버트 브라운 분)가 한마디 한다. '당신도 이런 신문을 보느냐'고. 숀 코넬리의 대답. “이건 디저트야.” 그렇다. 이 글 ‘배우본색’은 디저트로 쓴 글인데, 양이 너무 많았나? 맛은?


숀 코넬리가 세상을 떠난 지도 2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 그는 <장미의 이름>에서 돋보기를 끼는 프란치스코 수사로, <파인딩 포레스터>에서 자말을 변명해주기 위해 녹슨 자전거를 꺼내 페달을 밟던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는 한때 불사신 ‘더블 오 세븐’(007)이었다.


*괴랄하다 : 인터넷에서 쓰는 단어 가운데 하나. 국어사전에는 당연히 없고, 오픈 사전에는 ‘괴랄(怪辣)은 괴이하고 악랄하다의 준말’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맞는 뜻인지는 아직 의문이다.

**냉혈한(冷血漢) : 최근 젊은 세대의 문해력(文解力)이 관심을 모았다. 문제가 된 단어의 상당 부분이 한자어였다. 냉혈한도 그에 해당할 듯하다. 하지만, 괴랄하다에 비하면 냉혈한이 그리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

***도륙(屠戮) : 이것도 문해력에 등장할 만한 단어 되시겠다.

****수의근(隨意筋) : 문해력 단어3이지만, 본문에는 별(*) 표시도 하지 않았다. 이 단어로 신데렐로는 라떼 확정!

제목 : 영화 <영웅본색>은 한자로 英雄本色이라고 쓴다. 이 글의 제목은 거기서 따왔다. ‘배우본색’이라 쓰고, 俳優本色으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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