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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데렐로 Dec 19. 2022

2등은 세상에서 제일 슬프다

어젯밤 한 사내는 울었다

이긴 사람들은 모두 울고, 진 사람들은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비범한 감정은 이렇게 표현되나보다. 


결승전에서 이긴 아르헨 선수들은 펑펑 울고, 진 프랑스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다. 이긴 자나 진 자나 자신들이 어떻게 뛰었는지를 몸으로 말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은 이렇게 끝이 났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늘(12월 19일) 새벽 세 시가 채 안 된 때에 벌어진 일이었다. 


격한 감정의 변화를 겪은 상황을 표현할 때 넋이 나간다고 한다.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는 프랑스 선수들의 표정이 그랬다. 축구 그깟 게 뭐라고, 덩치가 산만한 남자들이 단체로 넋이 나갈까.


개인상인 골든 부츠상을 수상한 프랑스 팀의 음바페는 자신이 받은 트로피를 덜렁덜렁 들고 나가다 떨어뜨릴 뻔했다.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도 처연해 보여서 음바페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20년전 한국(일본)월드컵 8강전(?*) 토너먼트 때 신문에서 보았던 제목을 떠올렸다. 아직도 기억하는 걸 보면 ‘임팩(impact)’이 꽤나 강했던 모양이다. 


그 제목은 이렇게 주장했다. "오늘 밤 한 사내는 운다." 

8강전에서 맞닥뜨린 잉글랜드의 간판 선수 베컴과 브라질의 호나우두를 등장시킨 제목이었다. 내가 직접 보진 못 했지만 그날 밤, 데이빗 베컴은 울었을 것이다, 아마. 아니 틀림없이.


음바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도 베컴처럼 오늘밤 울면 된다고.


이긴 선수들의 모습은 달랐다. 이번 월드컵 최고의 스타이자 아르헨티나의 주장인 리오넬 메시는 동료들과 함께 메달을 목에 걸고 말 그대로 환호작약한다. 일생에 단 한번뿐일 환희의 순간을 즐기는 표정은 아마 저러하리라.


축구, 잔치는 끝났다. 4년이 지나야 다시 축구 경기를 보겠다(나는 4년에 한번쯤씩 축구를 본다). 월드컵을 볼 때면, 이건 전쟁의 다른 모습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가진다. 조금이라도 그런 기능이 있다면 세상에 그보다 좋은 순기능이 없겠다. 제발 다음 4년 동안은 전쟁없는 세상이기를... 


이번 월드컵의 마지막 두 경기는 '2등보다 차라리 3등이 낫다'는 누군가의 탁견(卓見)을 실증하는 승부였다. 결승전 진출 실패에 눈물짓던 크로아티아는 3, 4위 전에서 이긴 후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 장면만 본다면 우승이라도 한 줄 착각했을 것이다. 


2등은 슬프다. 1등보다 슬프다. 프랑스를 보라. 그리고 3등보다도 슬프다. 크로아티아를 보라. 이렇게 이성으로 계량화할 수 없는 결론 앞에서 사람의 감정은 마르지 않는 샘이 된다. 


오늘 나는 새삼 확인했다. 슬픔이 기쁨보다 깊고 오래간다는 것을. 하지만 그건 인간사일뿐이다. 시간의 강은 기쁨도, 슬픔도 모두 싣고 간다. 얼마나 다행인가. 나도 이제 다시 축구의 시간에서 나의 시간으로 돌아가야겠다. 새벽 네 시가 다 되었다. 


*브라질 vs 잉글랜드 경기 : 나무위키로 확인해 보았다. 8강 세번째 경기였다. 브라질이 잉글랜드에게 2:1로 이겼다. 나무위키엔 오만가지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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