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오산 사원 청소: 영국인 아주머니께서 해준 말.
플라오산 사원(Candi Plaosan)에서는 주로 표면에 생긴 이끼와 곰팡이를 제거하는 일을 했다. 이끼와 곰팡이는 단단한 석재류도 부서뜨릴 수 있을 만큼 위험한 존재다. 제거를 해도 착색이 돼 생기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뜨겁고, 습한 날씨 탓에 사원 표면에 이끼와 곰팡이가 많이 보였다.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서 약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약품으로 인해 사원 표면이 손상될 수도 있어 물과 수세미 등을 이용해 1차로 제거를 한 후 필요시 약품을 쓴다고 한다.
살살 문지르면 특히 곰팡이는 잘 안 지워지기 때문에 세게 힘을 줘야 했다. 마른 상태에서 이끼를 제거한 후 표면에 물을 뿌린 후 수세미로 곰팡이를 없앴다.
학교에서 석재류와 이끼, 곰팡이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 무기물인 석재류는 지류 등 유기물보다 온도와 습도, 조도에는 강하지만 이끼와 곰팡이로 인해 파손될 수 있다고 했다. 얼마나 이끼와 곰팡이가 석재에 위협적인 지 잘 알기에 작은 이끼여도 깨끗이 제거하려 했다.
청소를 하면서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더웠고, 팔도 아팠다.
다양한 국적이 섞여 사원을 청소하는 우리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우리에게 와서 말을 붙이는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 지 등을 물어봤다. 우리는 대답했고, 그들은 엄지를 치켜세우거나, 고맙다고 얘기했다.
영국에서 왔다는 한 아주머니는 꽤 오랫동안 우리의 일을 지켜보았다. 한번 해보지 않겠냐며 던네준 수세미를 받고 아주머니는 열심히 이끼를 닦아냈다. 다시 수세미를 건네주면서 그녀는 '휴우' 한숨을 쉬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돌아가면서 우리에게 '너희는 히어로(Hero)야.'라고 했다. 느낌이 이상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말이었다. 흔한 단어이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직접 이 말을 듣는 일은 생각만큼 흔하지 않을 것이다. 히어로, 영웅. 되뇔 수 록 뭔가 간질간질 하니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