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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트랜드 Jan 08. 2024

사직 같은 휴직.

워킹맘 기자의 삶


남편의 주재원 결정으로

난 '일단' 휴직을 했다.


일반휴직.


길어야 1년인 휴직인지라

동료들은 이번 휴직이 어쩌면 '사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가족사진이 그려진

케익도 선물 받고,

수많은 선물, 선물, 또 선물에

감동의 편지, 카드, 그리고 눈물까지…


사실상 '퇴직'에 준하는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실제 최근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한 선배가

1년 일반휴직 후 '진짜' 사직을 하셨다.


회사는 휴직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10년 넘게 이 회사에서 청춘을 바친 선배는

그렇게 결국 '사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든 원하면 재입사를 하라'는 구두 약속과 함께.


그래서 더 나의 휴직이

동료들에게

휴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길고 길고 긴 동료들과의 인사를 나누며

난, 참 슬펐고 또 기뻤다.




남편 동기 중

언론사에 기자로 재직 중인 아내를 둔 분이 계시다.


우연찮게 그 동기분도

이번에 함께 주재원으로 나가게 되셨는데


동기 아내분이 다니는 언론사는

언론사 중에서도 복지가 제일 좋은(?) 곳인지라

육아휴직도 아이 한 명당 3년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 회사는

아이 한 명당 육아휴직 '단 1년'.


2년도 절대 안 된단다.


법적으로 '의무'가 1년이라

딱 1년만 사규로 내정되어 있단다. ^^;;


이 얘길 하니 남편이

"그런 언론사가 초저출산 국가라는 점을 지적하며

정책을 내놓으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기사를 쓸 자격이 있는 거냐"라고 ㅋㅋ


회사 안에 어린이집이 있길 하나,

육아휴직이 일반 회사만큼 갖춰져 있길 하나,

그렇다고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길 하나,

그렇다고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길 하나^^;;


그나마 우리 회사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하는데도 이렇다.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살기에

기자라는 직업은 어쩌면 '최악'일지도 모르겠다.


난 친정엄마의 노후를 갈아 넣어

내가 하고 싶은 기자로서의 모든 일을 다 이뤄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현실이 가능했던 것일 뿐.


정말 엄마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엄마가 계시지 않았다면

감히 상상이나 했겠나, 여기자로의 삶.


그래서일까

회사에는 아이를 낳고 기르며

계속 기자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여성 동료가

사실상 손에 꼽는다.


대부분 여자 기자들은

아이를 낳고 나면

일반회사로 이직하거나

회사를 그만두거나

기자직군이 아닌 사무직군으로 옮겨간다.

 

아니면 나처럼

부모님의 노후를 갈아 넣는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그래도 동료들과 이별의 잔을

수도 없이 나누며

"인생 헛살진 않았구나" 싶었다.


그래도 그들에게 나는

좋은 동료였던가, 싶다.


나와 헤어짐을 아쉬워해주고

꼭 돌아오라고 말해주는 그대들이 있기에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비록 이 회사로 다시 돌아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돌아오게 된다면

그건 다 동료들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의 시작을 함께했고,

회사의 역사 속에 늘 내가 함께 있었으며,

동시에 나의 사회생활은 오직 이곳뿐이었다.


후배들에게

옛날 회사는 이랬단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선배로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는데.


회사보다 내가 회사를,

아니 회사 속 ""동료들""을

더 많이 사랑했다는 것만큼은

자신할 수 있다.




애정합니다.

건강하세요.

아프지 말아요, 우리.


그리고 우리 모두

행복합시다 :)


알프스 바라보며

우리 동료들 위해

계속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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