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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트랜드 Mar 18. 2024

국제학교, 새로운 세상

스위스 취리히에서의 일기 5.

오늘은 학교에서 ‘모닝 커피타임’이 열리는 날이었다.


아이들을 보내놓고 황급히 집을 정리한 다음

외출 준비를 하고 학교로 향했다.      


오늘의 커피타임 주제는

앞으로 학교에 새로 건설하게 될 건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학부모들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사장이 직접 나온다고 해 궁금했다.


대체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걸까?      



9시 시작인 커피타임에

9시 10분쯤 도착했다.


강당에 후다닥 들어서자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학부모들이 이사장의 프리젠테이션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이사장은 3장의 미래 건물 설계도와 디자인 사진, 입체 모형까지 갖춰놓고

학부모들에게 앞으로 짓게 될 건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왜 이 건물을 새로 지어야하며,

짓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등을

호소력 있게 설명하고 있었다.     


10여 분의 설명이 끝나자,

학부모들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30여 명 정도의 학부모들은 나이도, 국적도, 성별도 매우 다양했다.


할아버지뻘로 보이는 백인부터 나와 같은 동양인,

라틴 계열로 보이는 학부모까지.


아버지들의 참석이 많은 것도 굉장히 신선했다.      


특히 학부모들의 질문 내용이 정말 신선했다.


아이들이 이렇게 새로운 건물이 건설되는 동안 겪게 될

안전 문제가 꽤 많이 화두로 올랐다.


그 중 정말 특이했던 건 건설을 하기 위해

수많은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오게 될 텐데,

아이들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하냐는 질문이었다.


먼지나 소음 같은 부분뿐만 아니라,

외부인의 유입까지 걱정하고 확인하는 모습이 꽤나 낯설었다.     


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 중 하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었다.


주변의 다른 건설 사정까지 모두 고려해

지역 주민들이 공사로 인해 받게 될 피해를 계산하고,

이를 어떻게 설득하고 보상할지에 대해 모두 고민하고 있었다.


이사장은 내일 지역 주민들과의 커피 타임이 준비되어 있다며,

그 자리가 굉장히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학생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 센터가 함께 들어설 것이며,

이는 스위스 학교들 간의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펀딩에 대해서도 아주 구체적인 질의응답이 오갔다.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필요한 펀딩을 어떻게 조달할지를 묻는 학부모도 있었다.


또 훗날 나의 아이들은 졸업을 하게 될 텐데,

그를 위해 기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건지를 묻기도 했다.


디테일하고 집요했고,

전혀 이런 질문을 꺼려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보유한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과,

학부모들에게 추가적인 비용 지불을 요청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커피 타임이 끝나고 만난 한 학부모는 나에게

“주재원 학부모로서, 건물을 짓고 있는 학교가 있다면 선택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단기간 학교를 거쳐 가는데,

장기 플랜을 실천하느라 그 학교를 다니는 동안

먼지, 소음 등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면

그 학교를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전제가 깔린 질문이었다.


그렇다면 더 많은 주재원 학생들의 유입을 잃게 되고,

연달아 펀딩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놓일 것 같단 것이었다.   

   

학부모들이 이런 디테일하고도 정교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학교가 뭔가를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까지 고민하고,

공사로 인한 소음과

환경오염 문제가 지역 주민들에게 끼칠 피해까지 들여다보는 학부모들이라니.


정말 신기하고 신선하고 놀랍지 않은가.      




현재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는

로컬 아이들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이 학교에서 킨더부터 디플로마까지 마치고

졸업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학교의 정책도

장기 플랜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만큼 유입되는 학생 수가 적다보니

그로 인한 펀딩 문제가 커지는 추세로 보였다.


(국제학교는 워낙 비싸기 때문에,

양질의 무료 공교육이 가능한 스위스에서

굳이 국제학교를 선택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그러나 학교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은 학비 또는 기부금으로 충당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진행되는 건설 프로젝트는

빠르면 2027년, 늦으면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2027년까지 이 학교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우리가 새로 건설되는 건물을 이용하게 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번 건설이 천천히 이뤄지길 바란다.

먼지도, 소음도 없는 깨끗한 학교에서 생활하기를 바란다.


결국은, 내 아이의 생활이 우선이다.

결국 나도 이기적인 학부모인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설 프로젝트의 여부가

이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가족적인 분위기,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들의 헌신,

체계적이고도 아이 중심적인 교육 제도,

학부모들간의 끈끈함.


나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져도

난 이 학교를 선택할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생활 #국제학교 #육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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