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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미야 Feb 04. 2023

구독자님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최미야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경로로 제 브런치에 들르시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반갑습니다. 저는 대체적으로 우울하고 슬픈 글을 씁니다. 간혹 가다 평화스러운 분위기의 글도 쓰지만 대부분이 조금은 어둡습니다. 제 브런치를 오래 보셨던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저는 이혼했고, 싱글맘에, 조울증을 앓고 있는 39살의 여성입니다. 그래서 글의 주제가 거의 그것들에 치우쳐 있습니다. 저는 항상 글을 마무리 지을 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우울하고 아무리 절망스러워도 말입니다. 마지막 끈은 놓지 않고 있는 겁니다. 제가 제 스스로를 "희망을 노래하는 종달새"라고 지칭하는 것도 아시겠지요들.


브런치는 제 소통 창구이자 어쩌면 배설 창구입니다. 감정을 토로하면서 공감받기 위해 발악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간혹 댓글을 달아 주시는 독자님들께서 응원의 말씀을 하실 때 저는 엄청난 용기를 받아 갑니다. 제 이름 석 자를 걸고 솔직히, 정말 가감없이 제 일상을 펼치는 이곳, 이 브런치를 구독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째서 제 글을 보시고 또 구독까지 해 주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가 독자님들 마음을 움직였다는 의미로 생각해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한양대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답니다. 병원에서는 매일마다 약을 먹고 삼시세끼를 챙겨 먹고 산책을 나갑니다. 산책이라고 해봤자 담배 피우러 나갈 때 말고는 크게 하는 건 없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새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스물여섯의 여자인데 저와 담배 친구가 되었답니다. 간호사 쌤들은 전부 다 친절합니다. 그렇지만 밤에 잠을 안 자고 있으면 "안 주무실 거면 약 드셔야 돼요" 하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답니다. 매번 약 먹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갑니다. 혹시나 약을 빼먹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까도 주치의 선생님이 오셔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 생일이 다음 주 화요일인데 혹시 토요일에 3시간 정도 외출이 안 되냐고 물어봤더니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 외출 기간 동안 전 남친과 있을 생각이었는데,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남자를 만나려는 제가 좀 한심스러웠답니다. 그런 전 남친은 이따가 딸기를 사들고 면회를 온다고 하였습니다. 과연, 크고 달고 달콤한 딸기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건 일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답니다. 나 자신에서 나오는 생각들을 최대한 재련해서 써보는 것입니다. 독자님들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답니다. 아, 이런 내용은 써봤자 독이 될 것이다, 하는 것도 있습니다. 아무리 솔직히 브런치에 쓴다고 해도 자기 검열은 필수입니다. 그렇다고 없는 일을 쓰진 않았습니다. 모두 제게 일어난 일들이고 제가 겪었던 상황들을 글로 쓸 수밖에 없었답니다. 왜 저는 글을 써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걸까요. 왜 저는 글을 쓰고 싶은 걸까요. 왜 저는 제 글을 누군가 평가해 주길 바라는 걸까요. 글쓰는 사람들은 전부 다 관심종자입니다. 읽는 사람이 있어야 글을 쓰니까요.


요즘 브런치에 글을 아주 자주 올리고 있습니다. 병원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와 책 보기, 티비보기 등등인데 저는 티비 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종일 앉아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한답니다. 매일 아침을 먹고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브런치에 쓸 글감을 구상합니다. 그건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죠. 독자님들께서 읽었을 때 어떤 감정을 자아낼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 말이에요. 읽어주는 당신들이 있기에 저는 씁니다. 정말 사하고 고맙게 여기고 있답니다.


저는 유익한 글, 정보가 되는 글은 못 씁니다. 그렇다고 다른 책에서 발췌해 갖고 와서 해석하는 것도 안 좋아합니다. 그냥 저는 제가 느낀 그대로를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나라는 우주 안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재촉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브런치는 제게 독자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제 조촐한 이야기나마 들려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말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제 감정과 제 상황에 대한 글을 써내려갈 것 같습니다. 제 불행, 제 행복, 제 슬픔, 제 외로움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상황들에 대해 계속 계속 파고들어 볼 작정입니다. 독자님들, 제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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