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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걷는 최선화 Jan 20. 2024

남겨진 겨울 열매 - 튤립나무(백합나무)를 기억해 주기

식물의 재발견

겨울만큼 식물의 가지를 자세히 관찰하기 좋은 계절은 없습니다. 소나무와 전나무, 사철나무와 같은 상록수들은 한겨울에도 잎을 달고 있지만 대부분 활엽수들은 잎을 모두 버리거나 일부만 남긴 채 겨울을 보냅니다. 그래서 우듬지(나무 꼭대기 가지)까지 훤히 보이는 나무 가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하늘이 파란 날 바라보는 나무의 가지 끝은 일품입니다. 느티나무의 가느다란 끝, 겨울눈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은행나무, 벚나무의 가지 끝도 최고입니다. 그중 저는 쫙쫙 뻗는 느티나무의 가지 끝을 좋아합니다.

모든 활엽수들이 잎과 열매 없이 겨울을 나는 건 아닙니다. 대왕참나무들 중 일부는 마른 잎을 달고 겨울을 나기도 하고, 어떤 나무는 잎을 조금  남기거나 모두 떨구고 열매와 함께 겨울을 나기도 합니다.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와 튤립나무(백합나무)가 그렇습니다.

‘튤립나무라는 이름은 학명의 종소명(tulipi-fera:튤립 꽃을 피운다는 뜻)에서 유래했고, 백합나무라는 이름은 속명(Liriodendron:백합나무라는 뜻)에서 왔습니다.  (<겨울나무> 김태영, 돌베개 참조) 학명은 ’ 생물종을 분류하는데 이용되는 표준화된 학술 이름으로 학명은 라틴어로 기재하며, 일반적으로 속명(屬名)과 종소명(種小名)으로 이루어진 린네의 이명법(二名法)에 따른다고 합니다. 문, 강, 목, 과, 속, 종, 속명+종소명으로 표기합니다. 백합나무의 학명은

Liriodendron tulipifera입니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

물향기수목원에서 처음 본 백합나무를 알게 되니 주변에 조경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그 나무에 대해서 몰라서 보여도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주말이면 가끔 걷는 수원화성 화서문 인근에서 여러 그루 심어져 있는 백합나무를 보고 반가웠습니다. 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잎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열매들이었습니다. 튤립처럼 봉오리가 열린 열매들이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더군요. 겨울 강풍에도 나무를 꼭 붙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열매가 신기해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지난해 여름이 지날 즈음 18년을 살다 이사 온 예전 아파트에 백합나무 한 그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옆 아파트로 이사를 해서 자주 지나다니던 길인데 그 나무를 작년에야 처음 보았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아파트가 재건축을 하게 되어서 그 백합나무의 운명은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 나무가 잘 자랐으니 어디 다른 데로 옮겨 심어지길 바라지만 그건 건설회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니 답답합니다.

그 자리에 머물 때까지만이라도 자주 사진으로나마 남겨두고 싶어서 며칠 전 사진 한 장을 남겼습니다. 오늘도 가서 사진 한 장을 남겨 와야겠습니다. 사진으로라도 그 나무를 기억해 주고 싶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어디서든 다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도 함께 담아보렵니다.



수원화성 화서문 인근 백합나무들

재건축예정인 예전 아파트의 백합나무

물향기수목원에서 만난 백합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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