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농부님은 어제 노인대학에서 철원으로 현장 체험학습을 다녀오셨습니다. 며칠 전 통화해서 학우들이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서로 같이 앉으려고 하신다고 하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년째 재입학 중인 노인대학에서 엄마가 넘치지도 않으시고 모자라지도 않는 자리에 계신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 통화는 어제 다녀오신 철원 소풍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엄마, 어제는 몇 시에 집에 오셨어요?” “집에 오니 10시 더라.” “늦으셨네요. 철원이 멀긴 하죠.” “그 뭐냐, 무슨 레일인가? 그거 타고 오느라 늦었어.” “아, 모노레일이요.” “응, 그거. 예약을 안 해도 된다고 해서 그냥 갔는데 어제 따라 사람이 많아서 기다렸다가 타고 왔지.” “잘하셨네요. 이런 기회가 가셔야 가게 되지. 철원까지 가게 안 되잖아요.” “그래, 모노레일 타고 올라가서 5분 정도 걸어 올라갔더니, 야~ 평야가 정말 넓더라. 밭은 없고 다 논이야. 버스 타고 오면서 산에 폭포가 여러 개 보여서 ‘저기 폭포가 맞네요.’라고 했더니, 학장님이 ‘저 산 너머 논이 있어서 논물이 떨어지는 거예요.’라고 하시더라.” “학장님이 계셔서 더 잘 듣고 오셨네요.” “울 학장님이 교육감 하시던 분인데 똑똑하셔.” “재미있으셨겠어요.” “그래, 근데 코로나 전에는 버스 세 대로 가고, 작년에는 버스가 두 대가 갔는데 올해는 버스 한 대로 갔다 왔다.” “왜 그렇게 줄였어요?” “나이가 들어가니 그렇겠지.” “다니실 수 있을 때 많이 다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엄마의 시간도 나의 시간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꾸 가속이 붙습니다. 몸의 시계는 천천히 가려고 하는 데 그럴수록 현실의 시계는 더 빨라집니다. 그런 시간들 속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 짧은 통화, 이 계절에 피어나는 꽃들,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설렘... 그런 소소한 것들을 공감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한낮의 공원을 거닐면서 장미와 산딸나무꽃에게 급히 자리를 내어준 이팝나무와 아까시나무를 봅니다. 주말 피었던 붓꽃도 급히 금계국에게 자리를 내어 줍니다. 5월에 접어들면서 식물의 시간도 엄마와 나의 시간처럼 가속이 붙었습니다. 과속의 시간을 달리는 자연을 잠시라도 볼 수 있는 여유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