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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걷는 최선화 May 21. 2024

이름을 불러주는 일, 마음을 만드는 일

식물의 재발견

이동 일정이 없는 이른 아침 공원으로 운동을 다녀왔습니다. 어제 운동방에 공약한 1km 걷기와 2km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찌뿌둥한 몸 상태로 바로 달리는 것은 무리라 워치에서 걷기를 설정해 두고 1km를 걸었습니다.


달릴 때 보이는 풍경과 걸을 때 보이는 풍경이 다른 건 당연한 것이겠지요. 활짝 핀 금계국들이 걸을 때는 사진처럼, 달릴 때는 영화처럼 보입니다. 속도감이 주는 시각의 차이를 다시금 깨닫는 아침이었습니다.


노오란 금계국과 함께 핀 나비바늘꽃은 초가을까지 피고 지면서 씩씩함을 보여줄 듯합니다. '바늘 나비꽃'이라고 헷갈린 적도 있지만 먼저 보이는 것 먼저!!라고 기억하니 나비 먼저 바늘 나중.. 나비바늘꽃을 잊지 않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  가게 화분에 심겨 있던 화초 이름이 계속 떠오르지 않습니다. 분명 알던 식물인데 말이지요. 식물도 자꾸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그 이름을 잊게 됩니다. 마음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거기 있다고 잊고 지내면 어느새 그 마음에 먼지가 쌓이고 기름때도 끼는 듯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됩니다. 모르는 식물의 이름은 사진을 찍고, 식물앱에 물어보고 지인을 동원하면 알 수 있지만 방치된 마음을 다시 원형대로 돌려놓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마음을 만들지 말기. 조금 더디게 마음을 쌓아가기. 그리고 데일 정도로 뜨겁게 하지 말기..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씩 변해갑니다. 이젠 20대의 열정보다는 50대의 호젓함으로 마음을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 떠나온, 떠나간 마음들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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