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읽고걷는 최선화 Sep 22. 2024

가로수 아래 많은 생명이 있다.

식물의 재발견

하늘이 너무 맑아서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쳐들고 걷게 되는 날이다. 지난주까지 에어컨 없이 살 수 없었는 데 오늘은 반소매를 입고 나서면 팔에 부딪히는 바람이 차게 느껴진다. 목에 스카프 하나는 둘러야 하는 날씨인데 하늘은 스카프 대신 하얀 구름을 덮고 있다.

하늘을 쳐다보다 고개를 떨구었더니 가로수 아래 동거 중인 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밀조밀 여러 식물들이 함께 지내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노란 꽃을 피운 민들레이다. 예전에는 민들레가 봄에만 노란 꽃을 피우는 줄 알았는데 민들레는 봄과 가을꽃을 피운다. 달래나 고들빼기가 봄에도 돋아나고 가을에도 돋아나는 것과 같다. 식물이 얼마나 부지런한지는 조금만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다음에 보이는 건 제비꽃이다. 제비꽃은 가을에 다시 꽃을 피우는 경우를  나는 보지 못했다. 내가 아는 제비꽃은 가을이면 코뚜리를 키워서 씨를 멀리 날려 보내느라 바빴다. 꽃으로만 제비꽃을 만나면 제비꽃인지 모를 수 있다.

강아지풀도 씨를 영그느라 바쁘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면서 햇살을 받으며 누렇게 변해갈 준비를 한다. 모든 식물이 그러하겠지만 가로수 밑에 세를 사는 강아지풀은 크게 자라지 못했다. 어쩌면 크게 자라서 씨를 멀리 보내고 다시 돋아난 2세대 인지도 모르겠다.

쑥도 이틀간 내린 비에 연한 잎을 키운다. 얼마마큼 자랄지 알 수 없으나 겨우내 가로수 곁에 붙어서 추위를 이긴 후 내년에 또 그 자리에 싹을 띄울 것을 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다면 말이다.


가로수 정화를 위해서 하루아침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가로수 밑 식물들이 잠시 눈에 들어오는 날이었다. 사진에 담아서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 본다.








작가의 이전글 공원의 어느 아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