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모먼트에 대한 오해와 알맞은 아하 모먼트를 찾는 방법
아하 모먼트가 뭘까요? 아하 모먼트라는 개념은 정말 유명하고 주위에서 많이 들을 수 있지만, 제게는 항상 헷갈리는 개념이었습니다. 뭔가 프로덕트에서 가장 중요한 한 순간인 것 같기도 하지만 단순히 프로덕트의 중요한 순간을 경험한다고 해서 무조건 우리 프로덕트의 롱텀 유저가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습니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제가 리서치하고 고민한 내용을 이 아티클에 정리해 봤습니다.
유저가 단순히 프로덕트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프로덕트가 주는 가치(value proposition)를 느끼는 순간.
페이스북
유저가 가입 후 7일 내로 10명의 친구를 추가한다
슬랙
팀이 슬랙 워크스페이스 안에서 2000개의 메세지를 보낸다
트위터
30명 이상을 팔로우한다
아하 모먼트는 이름부터 “아하”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고, 정의를 할 때도 ‘moment’라는 단어 때문에 ”… 가치(value proposition)를 느끼는 순간“으로 정의해서 마치 정해놓은 수치만 넘기면 무언가 크게 바뀌는 티핑 포인트로 착각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하 모먼트의 진짜 의미는 팀원 모두가 프로덕트의 핵심 가치를 잊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간단하고 수치화할 수 있는 한 줄의 목표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아하모먼트는 ”1만 시간의 법칙“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내용인데요. 같은 분야여도 사람에 따라 전문가가 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몇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몇만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 법칙이 이렇게 유명해진 건 전문가가 되기 위한 정확한 시간을 과학적으로 밝혀내서라기 보다는, 누구나 쉽게 기억하고 목표로 삼고 행동할 수 있는 좋은 목표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아하 모먼트도 1만 시간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으로 완벽한 티핑포인트라기보다는 기억하기 쉽고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지표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아하 모먼트의 대표적인 예시는 페이스북의 “가입 후 7일 내로 10명의 친구 만들기”인데요. 페이스북 유저들이 모두 가입하고 7일 내에 10번째 친구를 추가하는 순간 “아하” 하면서 페이스북의 가치를 이해한 로열 유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유저가 일주일 동안 10명의 친구를 추가하는 과정과 친구를 추가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제품 내 환경을 경험해 프로덕트의 가치를 느꼈을 것이고 이 때문에 장기적인 유저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조금 더 깊게 깊게 생각해 보면 페이스북, 슬랙, 트위터 모두 유저가 가입하고 다른 유저들을 추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유저가 직접 다른 사람과 연결을 해야만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프로덕트입니다. 즉, 세 프로덕트 모두 엔드 유저들 사이의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가 매우 중요한 프로덕트입니다. 이 때문에 세 회사 모두 아하모먼트를 유저가 성공적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낸 시점으로 정의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예시를 분석해 보면 실제로 아하 모먼트는 한 ‘순간(moment)’이 중요하기보다는 유저가 프로덕트의 ‘가치’를 찾는 과정에 훨씬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게 더욱 명확해집니다. 아하 모먼트를 사용해서 ‘어떻게 하면 유저가 제품의 가치를 느끼는지’를 찾아 정의해 놓으면, 그때부터는 팀원 전체가 유저들이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페이스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절 그로스를 리딩했던 Chamath Palihapitiya에 따르면 당시 페이스북의 성장에는 아무런 비밀 비법 같은 건 없고 모두가 “7일 내 10명의 친구”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집중한 게 다였다고 합니다.
이제 데이터를 보고 아하 모먼트를 어떻게 찾는지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이 방법이 절대 모든 서비스에 적절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섹션과 다음 섹션을 모두 읽고 비교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먼저 알아볼 방법은 위에서 알아본 예시와 비슷하게 특정 액션을 여러 번 했을 때 고객에게 가치가 느껴지는 프로덕트의 아하모먼트를 찾는 내용입니다.
아하 모먼트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공적으로 전환된 “좋은” 유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많은 경우에는 이게 리텐션이겠지만 이는 회사에 맞게 어떤 지표로든 설정이 가능합니다. (리텐션, 월 활성일, 매출 등)
이후 설명에서는 설명의 편의 상, 성공적으로 전환된 좋은 유저를 “리테인 된(retained) 유저”로 하겠습니다.
리테인 되는 유저는 프로덕트의 가치를 느낀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테인 된 유저와 이탈된 유저의 행동을 비교해 리테인 되는 유저는 하고, 이탈하는 유저는 하지 않는 액션(과 이에 대한 지표)을 찾으면 프로덕트의 가치를 느끼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액션을 찾게 될 것입니다. 즉, 아하 모먼트를 찾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리테인 된 유저들]과 [특정 액션을 한 유저들]이 최대한 많이 겹치는 케이스를 찾아야 합니다.
예시 그림을 보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리테인 된 유저들(주홍색)
특정 액션 취한 유저들(하늘색)
두 유저 그룹을 각각 원으로 나타내고 리테인 된 유저는 하고, 이탈하는 유저는 하지 않는 액션을 찾아보겠습니다.
액션 A의 경우, 리테인 된 유저(주홍색)의 일부만 액션 A(하늘색)를 했습니다. 이때는 리테인 된 유저의 일부분 만이 액션 A를 취했으므로 이 액션이 리텐션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액션 B의 경우, 리테인 된 유저의 대부분이 액션 B를 했지만, 리테인 되지 않은 수많은 유저도 액션 B를 했기 때문에 리테인 된 유저들만 하는 특별한 액션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 액션 C에서는 세 가지 액션 중에 두 원의 많은 영역이 가장 많이 겹치는데요. 다른 말로, 액션 C가 리텐션과 상관관계가 가장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액션에 비해 리테인 된 유저들만이 특별히 더 많이 하는 액션 C가 바로 아하 모먼트입니다.
이제 이런 개념이 실제 데이터셋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예시로 살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우리가 SNS 서비스의 아하모먼트를 찾으려고 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SNS 서비스의 피쳐 중 메세지를 보낸 횟수와 리텐션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아래 차트는 메세지를 보낸 횟수별로 리테인 된 유저의 비중(%)을 나타냈는데, 이를 보면 8번 이상 메세지를 보낸 사람들이 가장 리텐션이 높은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율이 아닌 유저 수로 봤을 때 8회 이상 메세지를 보낸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볼 수 있죠.
이 그래프 왼쪽에 각 메세지 횟수별로 리테인 됐지만 메세지를 해당 횟수만큼 보내지 않은 유저 수(주홍색)를 나타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를 보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는데요. 바로, 8회 메세지(혹은 비슷한 횟수의 경우)를 보낸 유저 중 리테인 됐지만 액션을 취하지 않은 유저 수(주홍색)가 액션을 취한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위에서 봤던 ‘액션 A’ 예시와 같습니다. 즉, 리테인 된 유저의 일부분 만이 해당 액션을 취했으므로 이 액션이 리텐션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 차트는 메세지를 보낸 횟수별 유저수를 비율로 나타냈습니다. 보라색이 "액션을 하고 리테인 된 유저 수"이므로 보라색 비중이 가장 높은 “메세지 2회 전송”을 아하 모먼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가 바로 앞서 봤던 액션 C 예시처럼 리테인 된 유저들과 특정 액션 취한 유저들이 가장 많이 겹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리텐션과 가장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액션을 찾았는데 아직 끝이 아닙니다. 사실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인과관계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인데요. 미국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재밌는 비유로 ”소방차의 출동이 불난 집과 상관관계가 있겠지만 소방차가 출동해서 불이 나는 건 아니다“ 라고 많이 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의 가설(”2회 메세지가 아하모먼트이다”)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A/B 테스트와 같은 실험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2회 메세지”를 아하모먼트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유저들이 최소한 메세지를 2회 이상 보내도록 유도해 메세지를 많이 보내는 게 리텐션을 높이는데 기여하는지(인과관계) 테스트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저가 잘 보이는 홈 화면 같은 곳에 “친구에게 메세지 보내기” 버튼을 만들어 둘 수 있겠죠.
만약 메세지가 리텐션과 인과관계에 있어 추가한 버튼이 리텐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즉, 아하모먼트가 맞다면), 유저들이 메세지를 많이 하게 될수록 리텐션도 올라가야 합니다.
하지만, 만약 메세지 횟수가 리텐션과 단순히 상관관계만 있다면 (인과관계 X, 아하모먼트 X)...
- 유저들이 메세지를 많이 보내도 리텐션에는 별 영향이 없고
- 리텐션은 변함이 없는데 메세지 횟수만 올라간다면 점차 메세지 횟수와 리텐션의 상관관계도 낮아질 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하게 되면 유저가 가치를 느끼는 정확한 시점을 나타내는 올바른 ‘아하 모먼트’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아하 모먼트가 여러 가지 행동을 모두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한 순간, 혹은 한 액션을 해서 바로 경험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하모먼트를 찾는 방법은 모든 기업에 적절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앞선 예시에서 나온 프로덕트에서는 ‘친구 추가’나 ‘메세지 보내기’ 같은 액션은 자주 일어나고 유저가 직접 연결할 유저를 찾아 추가해야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즉, 많은 유저들과 연결될수록 프로덕트의 가치가 높아지는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가 매우 중요한, 프로덕트들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프로덕트의 밸류를 느끼기 위해서 굳이 유저가 직접 자신의 네트워크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프로덕트들도 있습니다. 이런 프로덕트들의 아하모먼트를 살펴보면..
우버
앱으로 택시를 부르고 몇 분 만에 택시가 오는 경험
줌
첫 줌 미팅을 셋업하고 줌을 통한 화상회의를 경험
에어비엔비
첫 번째 스테이를 예약을 하는 경험
드랍박스
파일을 드랍박스 폴더에 넣었더니 자동으로 클라우드에서 동기화가 되는 경험
이런 프로덕트들은 가장 중요한 액션이 명확히 있는 서비스들로, 중요한 액션의 발생 빈도가 ‘친구 추가’ ‘메세지 보내기’ 같은 액션보다는 낮을 수밖에 없는 프로덕트죠.
즉, 아하모먼트가 OO 액션을 X번 하는 형태가 아니라, OO 액션을 한번 경험함으로 충분히 프로덕트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서비스들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굳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하 모먼트를 찾으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이런 프로덕트(아하 모먼트가 1회 액션인 경우)에서도 위에서 설명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리텐션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 포인트를 찾을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찾은 데이터 포인트는 아마 고객이 프로덕트의 가치를 느끼는 시점과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인사이트의 경우는 조금 더 긴 타임프레임에서의 목표로 유용한 북극성 지표(North Star Metric)로 사용되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VC a16z 파트너이자 우버에서 그로스를 담당하던 Andrew Chen은 페이스북의 “10일 내 7명의 친구”에 대해 “12일 내 10명의 친구나 하루 안에 5명의 친구였어도 무방했을 것” 이라고 합니다. 데이터적으로 완벽한 아하 모먼트를 계산하는 것보다는 사실 아하 모먼트를 통해 팀이 프로덕트의 코어 밸류에 대해 잊지 않고 집중해서 달릴 수 있는 목표를 갖게 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아하 모먼트를 잘 활용해서 유저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프로덕트를 만드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아티클은 아래 레퍼런스 링크들을 많이 참고해 작성했으니 더 많은 자료를 보고 싶으시다면 링크들을 방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mode.com/blog/facebook-aha-moment-simpler-than-you-think/
http://andrewchen.com/wp-content/uploads/2022/01/ColdStartProb_9780062969743_AS0928_cc20_Final.pdf
https://productmindset.substack.com/p/a-guide-to-aha-moment
https://mixpanel.com/blog/magic-numbers-are-an-illusion/
https://userguiding.com/blog/what-is-aha-moment-how-to-find-it/
https://apptimize.com/blog/2016/02/this-is-how-you-find-your-apps-aha-moment/
https://blog.loclr.com/incheon-airport-limousine-b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