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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pr 17. 2024

학교는 평화로운 곳일까?

영화 <티처스 라운지> 리뷰


일커 카탁 감독의 영화 <티처스 라운지>는 2023년 12월 27일에 개봉한 영화이다. 제73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초청작이자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제 후보작이다. 학교는 흔히 교사와 학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지만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그 사이의 관계성과 그에 따른 갈등을 보여주는 영화이며 친밀한 관계에서 한순간에 바뀌는 갈등의 최고점을 마주할 수 있다. 이 복잡한 갈등의 관계성 안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


카를라는 초등학교에 새로 부임된 담임 선생님으로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하지만 학교에서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도난 사건이 카를라의 교실에서도 벌어진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극도로 몰리게 된 상황에서 이민자의 가정의 아이인 알리가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학교는 어떠한 근거도 절차도 밟지 않고 심문하고 있었다. 교사인 카를라는 그것을 문제 삼았지만, 그녀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진행된다. 결국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반 아이들에게는 기정사실로 되어 놀림을 받기 일쑤다. 도둑질은 또다시 범위를 넓혀 교사들에게도 번진다. 각자의 해결책을 찾던 중 카를라는 직접 범인을 잡기 위해 노트북의 카메라를 켜 녹화를 했고 거기에 자기 돈을 훔친 사람이 찍힌 것이다. 하지만 얼굴이 아닌 블라우스만 찍힌 상태였고 자연스레 쿤 선생님이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평화로움을 가장한 사회 속 갈등.


소통이 미흡해 많은 문제가 발생했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렇게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지만, 그 사건의 모든 것을 꼬이게 만든다. 몰래카메라를 녹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학부모, 교사, 학생들 사이에서 곤욕을 치르게 된다. 침묵은 또 다른 소음을 일으키고 문제 해결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 선생님들 사이, 학부모들 사이, 학생들 사이에서 들은 흘러넘치지만 정작 해결되는 문제는 없었고 자극적인 사실만이 남아있었다. 어떠한 진실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문제의 본질을 인지하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그동안 어떠한 소통이 없었던 상황에서 '신뢰'를 쌓아 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처음부터 사실을 알리고 잘못을 바로잡고 ‘책임'을 졌다면 부가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책임을 지고 잘못을 바로잡는 것보다 입장 정리가 더 중요해 보이는 모습이 이 갈등을 극도로 몰았다. 평화로움이라 가장하는 사회 속 감춰져 있던 여러 문제가 이제야 드러난 것이다. 


소통이 단절된 사회에서는 더더욱 어려운 갈등의 해소.


영화는 문제 해결 과정을 보여 주기보다 소통이 단절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그래서 범인을 따로 밝히지 않는 결말을 선택한다. 풀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면서도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 답답함이 마음에 걸렸지만, 영화 속의 교실은 사회만큼이나 복잡하고 좁은 만큼 어지럽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학교에 한정하여 폐쇄성을 더하고 작은 사회를 투영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곧은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영화다. 다수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보다 중요하고 SNS의 발달로 가짜뉴스가 팽배한 요즘, 진실과 사실의 차이는 명백하게 드러난다. 10퍼센트의 진실 90퍼센트의 거짓으로 이뤄진 정보라도 그건 사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는 SNS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교내 언론을 통해 진실을 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추측성이 난무한 사실이 소문처럼 퍼지기 시작하면서 SNS의 역할을 대신한다.



영화의 대척점.


교사를 중심으로 학교, 학생, 학부모와의 갈등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카를라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고 심리적으로 조여 오는 갈등은 한계에 다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견으로 대하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학생들을 대한다. 다소 민주적인 해결 방식이지만 얼기설기 섞여 있어 복잡하다.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은 순간에 등장하는 마음과 마음 사이의 연결 고리는 평화라는 희망을 보여준다. 아마, 영화 속에서는 현실처럼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추구하며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지만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는 현대 사회의 소통 단절을 중점적으로 하여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며 풀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인정이 실패가 아니며 받아들이는 것이 승패를 가리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결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의 파장은 조금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뜬금없이 큐브를 맞추는 장면은 결코 지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큐브는 맞출 수 있다는 겉만 번지르르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의자 통째로 들려서 나가는 모습은 본질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겉에 드러난 것을 해결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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