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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pr 26. 2024

도무지 알 수 없는 감정과 끝나지 않은 관계의 이상.

영화 <챌린저스> 리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챌린저스>는 2024년 4월 24일 개봉했다. 그가 낯설지만 친숙한 소재를 통해 다시 돌아왔다. 바로 테니스 경기를 소재로 하여 복잡 미묘한 감정을 테니스에 빗대어 묘사한다는 것이다. 테니스 경기의 역동성을 영화적으로 잘 활용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과 열정을 깊이 있게 다뤘다. 테니스 안의 땀방울이라는 열정, 테니스 밖의 사랑이라는 정열이 불 튀기는 양상으로 번져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이 가장 인상 깊다. 영화는 아트와 패트릭이 대결하는 챌린저 리그의 결승전을 중심으로 13년 전과 8년 전을 오가며 세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와 욕망을 보여준다. 그들이 도달할 감정의 절정과 관계의 이상이 어떤 마무리를 짓게 될지 궁금해진다.



뜨거운 여름, 테니스 챌린저 대회의 결승전이 열린 이곳. 가만히 있어도 땀방울이 흐르는 더위에 두 선수가 경기를 위해 서 있다. 패트릭 즈바이크와 아트 도날드슨. 그 사이 아트의 코치인 다시 덩컨이 관중석에 앉아 그들의 경기를 지켜본다.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해도 세 사람 사이의 묘한 기류는 어떻게 얽혀 있을지 짐작이 가능했다. 테니스 스타 아트는 슬럼프에 빠져 기량이 점점 떨어지는 상태로 은퇴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 아트와는 다르게 아트의 코치이자 와이프인 타시는 그런 남편이 답답할 따름이다. 타시는 아트의 자신감을 찾아주기 위해 챌린저 투어 참가를 신청하고 그곳에서 아트의 친구이자 경쟁자, 타사의 연인이었던 패트릭과 마주치게 된다.



선을 넘나드는 세 사람 사이는 과거로 돌아가며 더욱 복잡한 형태로 얽혀 있었다. 아트와 패트릭은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로 '불과 얼음'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단짝이었다. 그랬던 두 사람을 흔들어 놓았던 다시 덩컨은 테니스 유망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대스타였다. 동시에 사랑에 빠진 두 남자는 경기 후 타시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녀 또한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게 된다. 아트와 패트릭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었던 타시는 테니스 경기 대결을 통해 자신과의 만남을 결정짓기로 하고 이긴 사람과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부상으로 은퇴하게 되면서 테니스가 전부였던 타시가 선택한 세상은 그녀와 꿈꿨던 미래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쁜 남자가 끌리는 이유.


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다는 말과는 다르게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던 것일까. 여전히 남아있는 감정의 여파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타시의 모습을 포착한다. 마무리 짓지 못했던 관계와 미련은 분노 섞인 아쉬움으로 드러났으며 그 미묘함은 타시의 스치는 표정을 통해 짐작하게 만든다. 갑작스레 나타나 자신을 흔드는 페트릭이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바람'이 휘몰아치며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만큼의 큰 욕망을 느낀다. 끝없는 이성과 감성의 갈등은 그녀의 혼란으로서 나타나며 어떤 결말을 불러일으킬지 궁금증을 더한다. 끝내 욕망을 이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긴장감도 불러온다.



영화의 이중성에 공감한다면.


 영화의 마무리와 전체적인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만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 사이의 감정이 자세하게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막장'처럼 보이게 하는 부분이 상당했다. 영화 중간마다 튀어나오는 음악은 상당히 당황스럽게 여겨지지만 영화를 곱씹어보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치열함을 강렬하게 표현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끊임없이 넘나드는 감정과 승부의 치열함은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영화의 장점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타시라는 캐릭터를 젠 데이아가 아주 매력적이고 매혹적이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더욱 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속의 대결은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그 대결을 중점적으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감정과 테니스를 동일시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두 남자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 교류와 한 여자와 두 남자 사이의 강렬한 욕망이 적나라하게 표출된다. 흔하게 쓰이는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지만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극 중 I told ya라는 티셔츠는 "내가 그럴 거라고 미리 말했잖아"라는 그 의미를 담고 있지만 당사자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 모순적이게 느껴졌다. 진심을 담고 있어도 타인이 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지나가는 '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러한 결말을 유도했다는 듯이 티셔츠가 타지에서 패트릭으로 옮겨간다. "내가 그랬지?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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