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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n 13. 2024

무지(無知)한 관종의 무지한 허영심.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리뷰


크리스토페르 보르글리 감독의 <해시태그 시그네>는 2023년 1월 11일에 개봉한 영화이다. 제75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작으로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에서는 SNS와 관종, 즉 관심 종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관심종자란,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특이한 행동을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신조어이다. 이처럼 관심종자들이 주목받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을 다양한 캐릭터와 상황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다.



#시그네


시그네는 카페에서 일을 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간다.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녀의 마음과는 다르게 누구도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음에 절망한다. 나르시시즘을 동경하지만 시그네와는 거리가 먼 단어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을 위해 그리 노력하지도 않는 모습이다. 한편, 남자친구인 토마스는 유명세를 얻고 있는 행위 예술가로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는 사람이다. 홀연 듯 남자친구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세상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그 모습에 절망하던 시그네는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과연 자신이 원하던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타인의 무관심, 개인의 애정결핍이 만들어낸 비극.


시그네는 누군가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사람이다. 시그네의 아버지는 어릴 적 이혼한 후 왕래도 없을뿐더러 자신에게 늘 무관심했다. 남자친구 토마스는 예술가로서 스스로의 일에는 열정을 다하지만 시그네에게는 그만큼의 관심을 쏟지 않는다. 시그네에게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항상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심지어는 토마스를 향한 관심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애쓴다. 시그네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관심이 쏟아지길 원하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을 자신의 상상을 통해 이상적인 모습으로 등장시킨다. 그리고 그것이 허상인 것을 알고 난 후, 그 간극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관심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우월감을 느끼고 선망하는 대상이 되고 싶어 했지만 동정을 통해 타인에게 관심을 끈다. 건강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해치면서까지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지만 수없이 실패하는 자신을 마주한다. 그녀는 결국 관심을 쟁취하게 되지만 자신의 건강을 잃고, 남아 있는 관계마저 잃게 됐다. 이처럼 병적인 애정결핍은 자신을 망치는 것부터 시작하여 내면을 파괴시키는 상황까지 잃게 된다. 또, 관심을 얻을수록 더해지는 타인의 무관심은 더더욱 관심을 갈구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얻은 관심으로 시그네는 과연 행복해졌을까?



관종은 시그네뿐이 아니다.


이곳에 나오는 이들은 대부분 관종이다. 우선, 남자친구 토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예술을 위해 의자를 훔쳐 집 안 곳곳에 두고 행위 예술을 벌인다. 그것도 모자라 자기 과시적인 인터뷰를 하고 예술로서 인정을 받기까지 한다. '훔친 예술'의 예술적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전, 시그네의 한심한 관심 끌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시그네가 스스로를 아프게 만들어서 세상의 관심뿐만 아니라 토마스의 관심을 끄는 데에 성공한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듯 시그네에게 하지 않던 스킨십을 하고 사랑한다는 듯 표현하는 모습이 시그네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자신이 소유한 전시도구 중 하나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차 심드렁해지면서 시그네에 대한 관심 또한 희미해져 간다. 상상 속에서 등장하지 않던 토마스가 끝내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이유 또한 시그네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관종을 이용하고 관심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또한, 관종이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생각이 그렇지 않더라도 타인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여 자기 과시를 하는 모습이 관종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그 관심을 이용하여 상업적으로 이용하고도 위급한 상황에서는 명확한 대처를 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그들이 내세우는 캠페인에 대한 진정성에도 의심이 갔다. 시그네의 지나친 관종력이 다른 사람들의 관종력을 덮었지만 그들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였다.



SNS 관심 중독의 시대.


영화 속에는 다수의 관심을 받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여 SNS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나 될 수는 없지만 누구나 될 수 있는 '관종'의 시대에서 살아가는 '시그네'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자신의 내적 공허를 채우고 인정욕구를 채우기 위해 관심을 갈구하지만 끝내 자기 연민에 빠지게 된다. 자기중심 없이 어떤 수식어에 자신을 맞추게 되면 형체 없는 관심의 결과는 '독' 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부디 그녀가 타인의 관심에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불행배틀을 멈추고 '난 살아가는 걸 사랑한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팔로워 숫자, 좋아요 숫자가 아닌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길 바랄 뿐이다.



이 영화를 보면 최근 개봉한 드림 시나리오는 굉장히 순한 맛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https://brunch.co.kr/@mindirrle/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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