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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y 31. 2024

모두의 꿈이 악몽으로 변하며 남자의 몰락도 동시에.

영화 <드림 시나리오> 리뷰


당신의 현재에 '인기', '유명함'이 들이닥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SNS의 파멸적인 과시욕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해시태그 시그네>의 크리스토페르 보글리 감독이 '꿈'이라는 소재로 현대 사회를 풍자한 <드림시나리오>로 돌아왔다. <드림 시나리오>는 SNS 시대의 집단 무의식을 탁월하게 엮어낸 블랙 코미디 영화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존재감 없는 대학교수 폴. 딸의 꿈에서 등장하기 시작해, 불특정 다수의 꿈에서도 그가 등장한다는 증언이 쏟아진다. 폴은 점점 유명해지고, 사생활이 침해되며 불편함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처음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 현실이 싫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 '현재 영향력이 큰 사람', '유명한 사람'과 같은 수많은 수식어와도 어울렸다. 그뿐만인가. 그의 평생 꿈이었던 출판의 기회가 눈앞에 다가온다. 과연 폴은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하지만 폴은 지켜보는 존재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바뀌며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긴다. 출판, 대통령 딸과의 만남, 스프라이트 광고 모두 날아가 버리고, 폴은 공포의 대상으로 전락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아무 위해를 가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그를 피하고, 폴은 사회에서 점점 더 고립된다. 그의 억울함을 주장할수록 사람들은 그를 위협으로 느끼고, 가족조차도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모두의 관심을 받아 자신의 책을 출판하려던 꿈은 물 건너가고 직장에서도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더 이상 사람들에게 폴은 '호기심의 대상',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 아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 ‘피해야 할 대상’이 된다. 그렇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만인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악몽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폴은 자신이 꿈속에서 저지른 일이 실제로는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았음을 주장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그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할수록 사람들에게 위협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순식간에 몰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근거 없는 관심은 근거 없는 불안감으로 이어졌기에 납득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으니까. 



폴이 사람들에게 악몽으로 등장하게 된 순간은 자신의 본능을 드러낸 그때부터였다. 성적 행위로 인한 흥분과 수치감, 인기에 따른 욕망의 표출. 무의식이 능동적으로 변하면서 그의 내면의 폭력성이 타인의 무의식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본연의 무의식이 능동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폭력성이 타인의 무의식에 왜 그러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폴이 어떤 사람인지 영화에서 언급된 부분이나 행동, 대사를 봐서는 정확하게 알기는 힘들다.  폴은 sns에서 수없이 스쳐가는 사람들처럼 보였으며 그저 평범한 사람이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인기를 얻게 되었을 뿐이다. 이렇게 복합적인 모습을 통해 본연의 의미와 다르게 왜곡되는 sns의 모순성을 보여준다. 아무런 노력이나 준비 없이 인기를 얻고 그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 현대사회와 많이 닮아있음을 보여준다.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인플루언서'와 맞닿아 있는 유명세는 실체가 있는 걸까.


이 영화는 매우 독특하다. <드림 시나리오>는 융의 집단 무의식 개념을 중심으로 현대사회를 풍자한 블랙 코미디 영화이다. 디스맨, 밈, 캔슬컬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내어 현대 사회의 극단적인 sns 문화를 표현해 내었다. 이 영화에는 캔슬컬처가 도드라져 보이는데, 유명세를 누리는 주인공이 일련의 사건으로 나락을 겪으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무의식의 무의식을 깨우쳤기 때문일까. 욕망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던 폴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모두의 악몽에서 지워진 것이다. 그렇게 어디론가 사라진 폴의 자리에는 그 빈틈을 노린 자본주의가 등장한다. 문제의식 없는 집단 무의식의 문제와 반복되는 단발성 관심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어떤 결과와 합의점을 찾아야 할지 모른 채로 끝났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소셜 미디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의도와 달라지는 책 제목처럼, 처음 꿈꿨던 것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것처럼 모든 것이 쉽지 않음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영화였다. 부풀려진 욕망을 이용하는 사회와 그것을 알면서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파괴되어야 돌이킬 수 있게 되는 걸까. 유명'세'를 혹독하게 치르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폴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디스맨
전 세계를 강타한 도시괴담. 전 세계사람들이 꿈에서 이 남자를 목격한다는 괴담으로 다양한 추측들이 이어진 것들이다.

*캔슬 컬처(cancel culture) 또는 취소 문화(取消 文化)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해 SNS상에서 팔로우를 취소(cancel)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더 넓게는 유명인이나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논쟁이 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대중의 공격을 받고 지위나 직업을 박탈하려는 캠페인의 대상이 되는 현상이다. 


이보다 좀 더 매운 영화를 원한다면?


https://brunch.co.kr/@mindirrle/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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