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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n 04. 2024

설계된 허상 속 미완성된 설계자의 미궁.

영화 <설계자> 리뷰


이요섭 감독의 <설계자>는 2024년 5월 29일에 개봉한 강동원 주연의 영화이다. 영화 <설계자>는 정 바오루이 감독의 영화 <엑시던트>의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설계하는 이가 사실 누군가의 설계 속 일부라는 것을 의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과연 이 모든 우연 속에 계획된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을까.



우연한 사고라는 이름으로 가장된 죽음을 설계하는 사람이 있다. 그 뒤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이 있었다. 그의 설계를 통해 철저하게 계획된 살인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모소한다. 그렇게 아무 증거 없이 죽음을 완벽하게 처리한 영일에게 새로운 의뢰가 들어온다. 모든 언론과 세상이 주목하고 있는 유력 인사였다. 작은 실수라도 하면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수 있는 위험한 의뢰였지만 팀원들과 맡기로 한다. 철저한 설계와 사전 준비를 거쳐 마침내 실행에 옮기는 순간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게 된다. 과연 영일의 설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설계자>는 사회를 움직이는 세력들이 중심이지만 주요 정치 뉴스와 스트리머들이 등장하며 수많은 음모론을 뱉어낸다. 그리고 음모론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면서 진실과 음모 사이의 경계선은 더욱 희미해진다. 거기에 더해 미디어의 위험성과 기자의 비윤리성을 강조했으나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영화를 뒷 수습하기도 벅찬 모습이다. 그를 감당하지 못하며 자연스레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에 대한 대답 또한 하지 못한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았던 수많은 장면들은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설계와 감당하지 못할 많은 이야기에 묻혀버렸다. 주요 사건에 정치이슈를 포함시키며 대한민국의 사회도 잘 반영했고 잘 각색되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 어설픈 우연함이 주는 피로감은 상상 이상이다. 여러모로 황당한 영화였다.



영화에서는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을 언급하며 자신이 설계한 죽음이었으며 그 외에도 누군가가 존재한다고 암시한다. 그리곤 청소부의 존재를 언급하며 그 존재가 소중한 존재를 앗아갔음을 밝힌다. 그 사건을 조사함과 동시에 또 다른 죽음을 설계하며 판을 키워간다. 뭔가가 있을 것 같은 계획들에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한 순간 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이전에 쌓아둔 이야기는 맥거핀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고 개연성은 사라졌다. 미스터리로 이어온 만큼 사건의 실마리 또한 미스터리로 남겨두려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어디 그뿐만인가. 우연성에 기대어 '치밀한 계획'인 것처럼 행동하며 판을 키워놓은 영화의 설계에 실망감을 끼얹는다. 진실을 조작하는 사람들이 무엇이 사고인지, 무엇이 계획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며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웠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좋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스트리머들, 우연성에 기대는 설계, 클리셰 가득한 전개, 이유 없는 맥거핀 남발로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집중해야 할 부분에 신경 쓰지 못한 탓에 열린 결말은 모호한 결말처럼 보이고, 늘어진 전개에 몰입감은 떨어진다. 결국 <설계자>는  영화의 설계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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