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룸 넥스트 도어> 리뷰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 <룸 넥스트 도어>는 2024년 10월 23일 개봉 예정인 영화이다. 시그리드 누네즈 작가의 <어떻게 지내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제8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18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르소나인 페넬로페 크루즈, 안토니아 반데라스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틸다 스윈튼과 줄리앤 무어의 연기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마치 잉그리드와 마사라는 인물이 튀어나온 듯 두 배우의 연기는 섬세하면서도 강렬해 영화의 감정적 깊이를 더한다. 모성, 가족, 그리고 죽음까지의 여러 가지 측면을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그녀에게>, <귀향>, <패러랠 마더스> 등과 같은 영화에 담아내곤 했다. 이번 신작 <룸 넥스트 도어>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베스트셀러 작가인 잉그리드는 마사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젊은 시절 뉴욕 잡지사에서 일하며 친하게 지냈던 마사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종군기자로 활약했던 마사가 암으로 인해 야윈 모습으로 잉그리드를 만난다. 마사는 한 가지 부탁을 한다. 바로, 자신이 죽어갈 동안 옆방에 머물러 달라는 것. 마사의 마지막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잉그리드는 마사와 함께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한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마사의 방문을 확인하며 죽지 않길 바라는 잉그리드의 마음도 너무나 이해가 되면서도,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사의 마음도 너무나 이해가 갔다. 영화를 보며 문이 닫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평온을 얻길 바라는 모순된 두 가지 마음이 내내 공존하며 내면 갈등을 일으킨다. '닫힌 문'이 그들 간의 신호다. 영화 속에서는 문이라는 소재가 죽음과 단절이라는 단어에 가깝지만, 마사와 잉그리드의 관계에서는 그들을 연결해 주는 상징적 요소가 된다. 마사와 잉그리드는 삶과 죽음에 대한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졌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그 차이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닫힌 문은 그들 사이의 물리적 경계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각자의 선택과 감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을 연결해 주는 상징적 요소가 된다.
안락사란,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의미를 가진 용어이다. 안락사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주제이며,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안락사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수명 연장과 더불어 100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요즘, 안온한 죽음을 맞이하기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 질병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가 되어버렸다. 기술의 발전과 의료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났지만, 많은 사람들은 만성 질환이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며 고통을 덜고 평화롭게 삶을 마감할 권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회적, 윤리적, 종교적 측면에서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사안인 만큼 <룸 넥스트 도어>는 사회적으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문제임을 보여주는 '문제적' 작품이다.
소설과는 꽤 차이가 있다. 영화를 먼저 감상한 후 원작 소설을 읽어서인지 아쉬움이 두드러졌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중심인 반면, 소설 속에는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곁가지를 덜어내는 과정에서 잉그리드라는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의 선택에 대한 다양한 배경이 생략되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그들의 연기와 미장센에 의존한 나머지 감정선 전달이 다소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에서 종종 나타나는 이러한 변화는 원작의 깊이를 약화하지만, 제약된 상영시간에서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따라 원작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다양한 시각과 깊은 통찰이 영화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영화가 원작 소설을 완전히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측면이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삶'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깊은 통찰을 영화에 잘 녹여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 <페인 앤 글로리>에서는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며 인생의 여러 가지 측면을 녹여내었다. 더 나아가 <룸 넥스트 도어>에서는 어떻게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삼아 '죽음'에 대해 논한다. 만약 나의 상황이라면, 내 친구가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직 정해지지 않은 답을 채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유의미한 과정이다.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고, 더 나은 죽음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