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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Nov 09. 2024

여름의 끝자락에서 너의 세상을 마주하다.

영화 <청설> 리뷰


조선호 감독이 연출한 한국 영화 <청설>은 2009년 개봉한 대만 영화 <청설>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2024년 11월 6일 개봉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서 선공개되기도 했다. 리메이크 영화인만큼 원작의 감성을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한국적 요소와 시대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변화를 주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었던 용준은 부모님의 가게 일을 돕게 된다. 도시락 배달을 간 용준은 여름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여름은 수영 선수이자 청각장애를 가진 동생 가을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동생의 올림픽 출전이 자신의 꿈과 같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여름과 가까워지고 싶은 용준의 노력과는 달리 여름은 계속해서 거리를 둔다. 



영화는 대부분의 장면이 수어로 이루어져 있다. 듣는 것'의 세상과 '보는 것'의 세상을 번갈아 보여주며 낯설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에 가까워지게 만들어준다. 소리의 공백이 표현의 한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어 더욱 흥미로웠다. 소음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침묵으로 가득한 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불안감도 존재했지만 혐오의 말들을 배제하고 진정성이 온전히 전달되는 소리 없는 대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족과 이성. 우선 여름과 가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름은 자신의 시간을 모두 '가을'에게 쏟는다. 심지어는 자신의 꿈도 가을의 꿈과 같단다. 그동안 말은 안 했지만 이런 여름의 생각은 가을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그런 언니가 너무 안쓰럽고 내가 짐이 된 것만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여름은 가을을 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여름의 이런 부담감과 책임감은 용준과의 사랑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여름은 자신의 사랑과 가을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다 용준을 끝내 밀어낸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용준에게 다가갈 '용기'를 낸다.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서툴지만 진솔한 마음을 보여주는 용준 덕분이었다. 




<청설>은 충실하게 영화, 시대배경까지 모두 다 잘 옮겨 닮았지만 굳이 원작 영화의 결말로 끝나지 않아도 됐을 것 같은 설정이 이어져 상당히 아쉬웠다. 무엇보다도 러닝타임이 길어서 지루한 감이 있었고, 지나치게 청량감을 유지하다 보니 후반부에서 이야기와의 밀착력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의 사랑, 꿈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 굉장히 따뜻했다. 이 시대에 마주하기 어려운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의 여백을 채운다. 다만, 인물들 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밀려 개인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미뤄둔 듯하다.



수어란 수화 언어를 줄여 이르는 말로, 손짓을 포함한 신체적 신호를 이용하여 의사를 전달하는 시각 언어이다. 수어는 만국 공통어가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인데, 설마 배리어프리를 지원 안 하는 건 아니겠지?
 코다 CODA(Children Of Deaf Adult)는 농인 부모의 자녀를 일컫는 용어로 이 영화의 경우에도 코다에 해당된다. 원작 영화에서는 농인의 비장애인 형제를 둔 소다 SODA이다. 코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김진유 감독의 <나는 보리>라는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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