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 2> 리뷰
24년 만에 돌아온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는 11월 13일 개봉한 영화이다. 1편에서는 막시무스의 숭고한 희생으로 로마에 자유의 희망을 심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24년 후, 로마는 여전히 폭정과 혼란에 휩싸여 있다. <글래디에이터 2>는 희망과 절망, 영광과 몰락이 교차하는 로마 제국의 또 다른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과연 미완성된 '로마의 꿈'을 이룰 새로운 영웅이 탄생할 수 있을까.
로마의 영웅이자 최고의 검투사였던 막시무스가 콜로세움에서 죽음을 맞이한 지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쌍둥이 형제의 폭압으로 시민을 위한 자유로운 나라, 로마의 꿈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아카시우스 장군이 이끄는 로마군에 대패한 후 노예로 전락한 하노는 마크리누스의 눈에 띄어 검투사로 발탁된다.
여전히 로마는 '로마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영토는 한없이 넓어졌지만 정신은 병들어버린 로마는 전쟁을 평화 유지라 미화하며 끊임없이 정복전쟁을 일으켰다. 로마 시민을 굶주림과 피폐한 삶을 살게 만들었고 피지배민들은 노예로 전락했다. 그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과는 다르게 권력을 둘러싼 암투와 배신이 로마를 뒤덮고 있었다. 막시무스가 일으킨 '로마의 꿈'은 잊힌 지 오래다. 검투사들의 피 튀기는 혈투는 여전히 로마 시민들에게 최고의 오락거리였고, 콜로세움은 그들의 잔혹한 욕망을 채우는 공간이었다. 로마의 전염성은 하노의 복수심을 불러일으켰고, 그 복수는 폭정으로 얼룩진 로마에 대한 심판을 예고하듯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글래디에이터>는 역사 고증과는 거리가 먼 영화이다. 새로운 이야기에 가까운 만큼 실제 역사에 대한 사실도 알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 루실라는 <글래디에이터>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누나인 루실라는 콤모두스 즉위 직후, 자신의 지위를 빼앗길 것 같아 남동생을 암살하는 일을 꾸몄고 (콜로세움 암살미수 사건) 이로 인해 처형당했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의 모자의 만남은 이루어질 수 없다. 또한, 마크리누스는 노예 출신이었던 영화와는 다르게 근위대장이었다. 또한 카라칼라 황제 살해 후 로마군의 추대를 받아 제위에 올랐다. 살라미스 해전을 모티브로 한 모의해전의 경우에는 실제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글래디에이터 2>는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으로 웅장한 로마의 풍경과 해상 전투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빈약한 서사로 인해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많은 등장인물과 화려한 배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역시나 막시무스의 부재가 속편의 걸림돌이 된다. 막시무스의 부재는 관객들만 느끼는 게 아니었던 것인지 영화의 곳곳에 그의 흔적이 묻어 나온다. 이번 편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루시우스가 중심에 서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게 흘러갔음에도 불구하고 1편이 큰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인물설정이나 화려한 전투 덕분이었다. 하지만 전작을 끊임없이 되새기면서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연출과 빈약한 서사는 몰입을 방해하고 지루함을 자아낸다.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반면 세부적인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고 전작과 유사한 전개방식과 산만한 액션은 신선함을 주지 못했다. 전작의 명성이 속편의 독이 된 셈이다.
<글래디에이터> 리뷰 링크
https://brunch.co.kr/@mindirrle/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