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 리뷰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글래디 에이터>는 2000년에 개봉한 영화로 고대 로마의 웅장함을 담아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한 영화이다.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의상상, 시각효과상, 음향상을 수상하여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고대 로마의 실제 역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마를 승리로 이끈 막시무스는 군인들의 지지뿐만 아니라 마르쿠스의 총애를 받는 군단장이다. 전쟁이 끝난 후 마르쿠스 황제는 아들 콤모두스가 아닌 막시무스 군단장에게 황위를 물려주겠다고 말한다. 더불어 로마를 공화국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라는 말까지 남긴다. 하지만 마르쿠스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콤모두스가 이 계획을 듣고 부황을 살해한 후, 제위에 올랐다. 이를 눈치챈 막시무스는 군사를 일으키려고 하지만 실패한 후 처형당할 위기에 처한다. 가까스로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와 아들이 처참히 살해된 것을 발견하고 깊은 슬픔에 잠긴다. 그는 아내와 아들을 묻어주고 쓰러진 후, 노예로 팔려가 검투사가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자이자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였다. 그는 인생의 끝자락에서 힘겹게 지켜온 로마의 영광을 돌이켜보면 후회로 가득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의 재위 중 단 4년 간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 전쟁을 제외한 것들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로마가 공화국이 되길 바랐으나 공화국과는 거리가 먼 로마 제국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야망이 넘치는 콤모두스가 아닌 도덕적이고 정치에 때 묻지 않은 막시무스에게 권력을 넘기겠다고 말한다. 국민들에게 권력을 돌려주고 로마를 부패시킨 타락을 종식시켜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막시무스가 오직 원하는 건 오직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는 것이었다. "피보단 먼지가 씻어내기 쉬워".라는 말처럼 그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죽는 순간까지 명예롭게 싸우자는 그의 평소 가치관답게 검투사로서의 삶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꼿꼿하게 이어진다. 그는 결국 노예 검투사가 되어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죽여야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선황의 유언을 이루기 위해 싸웠고 끝끝내 로마를 시민에게 돌려주라는 그의 뜻을 이룬다.
콤모두스는 평생을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한다. 자신이 아버지의 덕목 4가지 (지혜, 정의, 용맹, 절재)에 해당되는 것은 없었으며 야망, 지략과 용기, 헌신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실망감이 슬픔으로, 그리고 분노로 번져간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슬픔이 온 세상을 피로 물들게 만들겠다는 분노의 다짐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를 살해한 후 황제에 즉위하게 된 콤모두스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황제에 즉위하는 콤모두스를 환호하는 반면, 그의 즉위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존재한 것이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검투사 시합을 금지했지만 콤모두스는 추모의 명목으로 검투사 시합을 개최하게 된다. 자신이 황제가 된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진 시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정치적 쇼와 마찬가지였다. "위대함은 로마제국의 미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백성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쏟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관심은 막시무스가 받게 된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막시무스에 분노하지만 민중의 인기에 전전긍긍하는 콤모두스는 쉽게 막시무스를 죽이지 못한다. 그가 막시무스를 제거하려 하지만 영웅처럼 되어가는 막시무스의 모습에 점점 더 불안에 떨게 된다.
이 영화는 대부분 허구의 이야기로 로마의 역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실제 자문을 담당한 역사학자들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자신들의 의견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로마의 실제 모습이나 로마 군단의 모습과 복장, 전투 장소 등은 실제와 다르며 '로마'의 대중적 이미지에 맞춘 것이다. 또한, 실존인물에 대한 역사절 사실과는 다르다. 그라쿠스는 가상인물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도나우 강 전선에서 사망했고 아들 콤모두스는 병영 기지에서 제위를 물려받았다. 또한 콤모두스는 애정 결핍을 가진 인물이 아니었으며 권위가 불안정하지도 않았다. 누나인 루실라는 콤모두스 즉위 직후, 자신의 지위를 빼앗길 것 같아 남동생을 암살하는 일을 꾸몄고 이로 인해 콤모두스는 충격을 받고 그 뒤로 폭군이 된다. 그는 건장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콤모두스의 애첩과 근위대장이 공모하여 독을 탔고 그의 레슬링 교관에 의해 목 졸려 암살당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는 온통 피의 잔해로 물들었다. 대중들은 여전히 승리로 가득한 로마를 바랐기 때문에 콤모두스가 개최한 검투사 시합에 열광했다. 그리고 그 열광을 이용해 콤모두스는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무모한 선택을 한다. 피로 물든 야만의 힘을 믿고 자만 하지만 피와 폭력으로 이룬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변덕과 잔혹함 속에서 야망이 무너지고 만다. 콤모두스의 야망을 단순한 '악'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가 아버지인 모르쿠스 황제에게 말했던 것처럼 야망, 지략과 용기, 헌신을 통해 분명 정치가로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을텐데, 아버지의 그늘에 갇혀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일시적인 인기에 의존하는 대신 제대로 된 정치를 이어갔다면 그의 결말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는 로마를 '자신의 로마'로 만들고자 했지만 결국 그의 비극은 무모한 자만과 무의미한 폭력 속에서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
<글래디에이터>는 화려한 결투 액션과 웅장한 음악이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특히,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데, 막시무스 역을 맡은 러셀 크로우는 그의 강렬한 표정과 무게감 있는 연기로 분노와 슬픔 그리고 복수심이 얽힌 복합적인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또한, 콤모두스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는 권력에 대한 집착과 내면의 불안함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영화에 깊은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전형적인 선악구도를 따르며 무능하고 비열하며 야망가 득한 권력자와 정의로운 검투사의 대립과 극적인 결말로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들의 대립은 군중에 의해 완성되는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완성시키며 '개인이 먼지한 톨보다 작은 존재라 할지라도 어떤 상대가 나오든 뭉치면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편, 루실라의 아들인 루시우스가 <글래디에이터 2>의 주인공이 된다고 한다. 24년의 시간이 걸린만큼 어떤 이야기를 펼쳐갈지 궁금해지는 가운데, 역사적 사실과 또 어떤차이가 있는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글래디에이터 2>는 11월 1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