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키드: 포 굿> 리뷰
1편과 2편 사이에 무려 1년이라는 인터미션이 끼어있었다. 1편의 내용을 잊을까 걱정하며 극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영화가 선사하는 화려하고 마법 같은 이미지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2025년 11월 19일에 공개된 <위키드: 포 굿>은 전작 <위키드>의 파트 2 실사 영화로 오즈라는 거대한 세계 속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혀 다르지만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 엘파바와 글린다. 쉬즈에서 마법 같았던 둘의 우정은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 알파바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모든 걸 잃을까 두려운 마녀 글린다. 서로 대척점에 서게 된 두 사람은 거대한 여정의 꿈에서 운명을 영원히 바꿀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갈등도 있었지만 서로에게 결핍을 채워준 '진짜' 친구가 되었다. 갈라진 두 사람은 함께는 같은 길을 갈 수 없다. 하지만 서로를 놓아야만 같은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우정은 2편에서 정치적 선동과 사회적 프레임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둘은 세계가 만든 질서 속에서 서로 다른 상징으로 대중들에게 '보이며' 대척점에 서게 된 비극적인 구조가 완성된다.
엘파바, 나쁜 마녀?
엘파바는 어린 시절부터 차별받고 미움받으며 자라왔다. 특히 그녀의 초록색 피부는 그녀의 본질을 가리는 '편견'의 대표적 요소였다. 하지만 그녀는 마법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릇된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신념이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오즈의 문제를 바로잡으려 한다. 하지만 그녀는 정치적 선동으로 인해 나쁜 마녀로 낙인찍힌다. 엘파바가 오즈를 구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그녀가 하는 선의의 행동은 부패한 악의 축에 의해 '악의'로 덮어씌워지며 '악의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글린다, 착한 마녀?
글린다는 오즈의 상류층인 길라킨 가문의 출신이다. 그래서 부족함 없이 자라 자기중심적이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주목받는 것이 당연했다. 그랬던 그녀에게 엘파바는 전환점이었다. 하지만 마법사오즈의 사기극에 협력하며 오즈의 희망이 된다. 꿈꾸던 자리에 올라 행복을 노래하고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 행복을 노래하며 대중을 '행복 라이팅'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거짓은 '버블'처럼 터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침내 생각을 바꾸고 선의의 마법을 행한다. 그녀는 더 이상 인형이 아니며 권력에 굴복하지도 않는다. 마법재능이 없지만 대중을 움직이는 힘은 있었던 글린다는 엘파바가 부탁한 대로 마법을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사용한다.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었던 '버블'뒤에 더 이상 숨지 않는다.
영화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보다, 오히려 어느 누구도 완벽히 선하거나 악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 모호함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존재가 바로 마법사 오즈다. 그는 마법 능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지만, ‘선동’을 마법처럼 다룬다. 그는 대중에게 공포를 주입하고 행복을 약속하며 외부의 적을 만들어낸다. 대중의 불안과 두려움은 가장 빠른 방식으로 ‘해결해 줄 강력한 지도자’를 갈망하게 만들고, 그 욕망이 바로 마법사가 쓴 가장 잔인한 주문인 것이다. 엘파바는 악의 상징, 글린다는 희망과 행복의 상징이 된다. 권력은 진실을 보여주는 대신 진실을 바라보는 방식을 조작하여 대중들이 원하는 진실을 마법으로 꾸며낸다.
오즈의 대중은 맹목적이고 집단적이며, 종교적 광신처럼 흔들린다. 그들의 불안과 욕망은 정치가가 만든 프레임을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적합한 대중이었다. 세상을 선과 악으로 단순화하면, 복잡한 현실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짜 마법사가 아니라 세상을 대신 판단해 줄 ‘강력한 지도자’였다. 엘파바는 그렇게 ‘악’이 되고, 글린다는 ‘희망’이 되며, 두 마녀의 비극은 대중의 갈채 속에서 완성된다.
영화의 화려한 비주얼과 마법 같은 연출은 매우 훌륭하다. 엘파바와 글린다 두 주인공의 깊은 우정과 고뇌, 성장을 보여준 이야기 전개는 매우 흥미롭다. 특히 정치적 메시지와 대중 심리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는 이 영화의 화려한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다만 이야기가 늘어지는 부분이 있고 많은 주제와 인물을 한정된 러닝타임에 다 담으려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또한 주요 인물 외 조연들의 서사가 충분히 조명되지 않아 감정적 몰입이 아쉬운 대목도 있다. 생략한 부분으로 인해 빈틈이 많이 보여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은 것도 상당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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