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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니니 Oct 17. 2022

26. 퀘벡 한 번 가 보자!!

헬로 봉쥬르, 봉쥬르, 헬로!

 어린 시절부터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지만 먼 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이름은 알고 있던 곳. 바로 퀘벡이다. 영어를 쓰는 캐나다에서 프랑스 말을 사용하는 퀘벡. 어린 시절 부모님이 사주셨던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 본 뒤로 막연한 동경의 지역이 됐다. 하지만 한 번도 퀘벡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여유롭지 않은 환경 때문에, 청년이 됐을 땐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또는 물리적 거리 때문에, 취업 이후엔 바쁜 삶 때문에 캐나다까지 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굳세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역시나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흘렸다. 나는 어느덧 캐나다에 살고 있고, 내 평생 이렇게 퀘벡과 가까운 적이 없었다. 마치 퀘벡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내 평생 퀘벡으로 올 수 없을 것이라며 날 부르는 것 같았다. 



 나는 일산에서 한 교회를 오래 다녔다. 한 25년 정도. 성인이 된 뒤로 군생활 2년을 제외하고 청소년부에서 10여 년 동안 교사로 봉사를 했다. 교회를 통해서 아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편인데 특히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미술을 통해서 파워블로거가 된 사람도 있었고, 큰 전시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말 대하드라마에 나와서 연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방송국 PD와 영화사 PD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대중적으로 만나는 예술인은 클래식 음악과 모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다. (사담이지만 우리 교회에서는 한 아이돌이 다녔는데 그 아이돌은 지금도 월드 투어를 하며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연락하면 어느 날은 경기도 파주, 다음날은 태국 방콕, 며칠 뒤에는 미국에 있었다. 그 아이돌과는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종종 연락하고 지낸다. 우리 아내도 교회에서 만났고 아내 또한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예술을 하는 친구들은 한국이 좁게 느껴졌는지, 혹은 한국에서는 밥벌이가 안돼서 그런지 해외에 많이 나가 있다. 플루트를 전공한 가댕이는 독일에 나가 있고, 미술을 전공한 응푸 또한 독일에 나가 있다. 피아노를 전공한 은별이는 러시아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얼마 전에 결혼을 하고 출산을 했으며, 스페인에 나가 있는 김옌도 있다. 친한 친구였던 건희는 독일에서 유학 후 지금은 미국에서 자리를 잡았다. 파일럿이 꿈이었던 수연이는 미국 항공사에 취업을 했다가 COVID-19와 개인 사정으로 다니던 항공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항공사에 취업을 했다. 호텔리어가 되어 태국에 있던 아임 제로도 있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외국에서 저마다의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데 오늘 이야기할 친구는 '수진'이다.

 나는 청소년부 교사를 하면서 밴드부의 리더였는데 중학교 시절 수진이는 드럼이 꿈이라고 나를 찾아와서 함께 밴드부 활동을 했었다. 여자 중학생이 드러머가 꿈이라며 찾아오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녀의 실력과 열정에 의심을 품었지만 꿈을 향해가는 수진이는 흔들림 없이 꿈을 지켜 드럼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1년도 다니지 않고 수진이는 돌연 유학을 선언했는데 입학한 학교가 무려 버클림 음대였다. 처음 드럼을 배울 때부터 함께 했는데 어느덧 버클리 음대에 들어가다니 마치 내가 아주 유명한 사람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방학 때마다 한국에 들어와서 우리 집에 놀러 오던 수진이는 어느덧 버클리 졸업을 1년을 앞두고 있었다. 보스턴에 있는 수진이와 이렇게 가깝게(약 1,980km)  있었던 적이 없었다. 캐나다에 있는 동안 가깝게 있다고 서로 종종 연락을 하고 있었는데 수진이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니니쌤! 저 위니펙 놀러 갈래요!"


 수진이의 제안은 놀랍고 고마웠다. 나를 만나러 국경을 넘어 약 1,900km를 날아오겠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하지만 흔쾌히 오라고 할 수 없었다. 유학생인 수진이는 돈이 넉넉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위니펙까지 오는 길이 저렴하지도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관광도시가 아닌 위니펙에 재미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고작해야 북극곰 보러 가기랄까. 이 또한 특별한 경험이겠지만 위니펙은 건축물이 예쁜 도시도 아니고 역사가 깊은 도시도 아니었다. 나 또한 캐나다행을 준비하며 처음 들을 만큼 생소한 도시가 바로 위니펙이다.

 그때 내 머리에 번개같이 한 도시가 지나갔다. 바로 퀘벡! 수진이는 이미 토론토를 여행해서 토론토로 갈 순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가고 싶은 애드워즈 아일랜드를 방문하기는 몇 번의 경우를 통해 가야 돼서 피차 복잡하고 이동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라 갈 수 없었다. 캐나다 서부로 가기엔 가난한 우리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거리와 돈이었다. 딱! 퀘벡이 안성맞춤이었다. 유럽식 건축물에 캐나다와 미국과 다른 이색적인 불어를 쓰는 지역인 퀘벡. 우리는 도깨비의 도시 퀘벡으로 가기로 정했다. 


 여행이 결정된 뒤로 약간의 흥분이 매일의 삶에 감돌았다. 여행은 정말 우리에게 큰 기대와 즐거움을 준다. 미리 계획하고 예측하지 않았지만 이런 환상적인 결과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도깨비의 도시 퀘벡! 치안이 좋은 도시 퀘벡으로 내가 가게 됐다.


그래, 이참에 지구 끝 퀘벡도 한 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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