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다운 니니 Dec 12. 2022

33. 명절 스트레스 안녕

 캐나다에 있던 어느 날, 한국은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었다. 공교롭게도 올해 추석은 내 생일이 겹쳐 있었고 그 이유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명분으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원래 한국에 있을 때도 내 생일을 거창하게 알리고 화려하게 파티를 하는 취향은 아니었다. 조용하게 지나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라서 카카오톡에서 생일 알람을 비롯해서 각종 SNS에 내 생일을 비공개로 저장해놓았다. 나는 평소 연락이 없던 사람이 SNS를 보고 생일을 축하 연락을 하고 이게 하루 종일 반복되는 것에 큰 피로감을 느낀다. 또한 반대로 '이렇게까지 내 생일이 공개됐는데 연락이 한 번 없다고?'라고 생각이 들며 연락 없는 사람들이 괘씸해지고 적대감이 쌓여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내 생일은 비공개로 하고 있다.

 올 해도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다. 물론 나는 괜찮다. 엄마가 나에게 생일이라고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엄마가 큰 며느리로 명절에 얼마나 바쁘고 정신이 없는지 알고 있고, 또한 며느리 한 명도 없어졌으니 그 빈 곳이 얼마나 큰지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의심 없이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절을 해외에서 보내보니 나는 벌초도 안 하고 좋았다. 나만 이렇게 좋은 건가 싶었는데 아내고 좋아했다. 30년 가까이 모르고 지냈던 사람들과 결혼이라는 행사 한 번을 통해 가족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게 되었다. 이건 보통 신경 쓰이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심지어 명절에는 평소에 못 보던 사람들이 누구의 형제자매로, 누구의 부모로 모인다. 내가 옆에서 함께 명절 음식을 만들어주고 함께 있어주지만 그것만으로 해소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분명 더 클 것이다. 자주 만나는 시부모와의 문제보단 가끔 만나는 이런 가족들의 스트레스가 더 큰 것 같았다.

 아내와 함께 근 10년의 명절을 보내며 한국의 며느리들이 얼마나 고달플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오죽하면 명정이 다가오면 가짜 깁스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불이 나게 팔리고, 매번 명절 때마다 세대 간의 갈등이 폭발하며 폭행사건사고와 살인까지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친구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캐나다에 있는 우리 집에 누워서 한국 뉴스를 보았더니 원래 이런 뉴스가 많았을까 싶을 만큼 세대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기사들이 포털을 점령하고 있었다. 

'이런 말은 젊은 사람들에게 주의하세요.', '예의 없는 노인 NO!, 지킬 건 지킬 수 있는 노인 Yes!' 같은 기사들이 넘쳐났다. 젊은 사람들에게 해서는 안 될 말들, 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자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젊은 세대가 취업으로, 결혼으로, 출산으로, 노후준비로 얼마나 힘이든지 구구절절 변호하고 내편, 네 편을 가르고 있는 기다들이었다. 이런 기사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을 대변했고, 기성세대들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이 기사를 보며 공감할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불편한 마음도 생겼다. 

 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아내의 고충을 100%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노력래도 아내의 감정과 압박을 모두 알 수 없을 것이다. 각 가정마다 환경이 다 다르고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성장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의 명확한 정답은 없는 것 같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세상은 분명하게 변하고 있다. 지금은 이 변화가 다소 느리게 느껴지곤 하지만 시대의 변화는 분명하게 있다고 본다. 나중에는 명절이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이 아닌 교과서에서 배우듯 행복이 가득한 날이 되지 않을까?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지금 우리 사회의 변화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를 향해 꼰대라고 손가락질하며 그들의 노하우와 충고를 모두 듣지 않고 적대하는 식으로 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성세대는 젊은 이들을 향해 역정을 내며 고생을 모르고 자라서 철이 없다고 그들의 변화된 생각과 환경을 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 중에도 기성세대에 감사하며 공경하고 그들의 지혜를 본받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에 기반에 감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한 기성세대들 중에서도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젊은 이들의 노력을 보고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고 확신한다. 세상의 변화를 서로를 이해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간혹 모난 곳이 정 맞듯 모난 곳이 유난히 더 잘 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한국에 돌아가면 또다시 명절 준비를 열심히 할 것이다. 불평 없이 자신이 해야 되는 일을 모두 해낼 것이다. 묵묵히 할 일을 하던 아내가 이렇게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을 미처 몰라 너무 미안했다. 더 잘해줘야지, 지금보다 더 아껴줘야지.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아내 편이 되어야지 결심하는 추석이었다.

앞으로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번 추석만 같았으면 좋겠다. 명절 스트레스여, 안녕~


매거진의 이전글 32. 내 이름은 미스터 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