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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니니 Dec 19. 2022

34. 그 해 캐나다의 첫눈

 한국의 9월은 추위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계절이다. 늦여름의 더위가 햇살에 묻어 있는 약간의 더운 느낌의 계절인 가을의 시간. 9월 23일, 바로 내 생일이다. 그리고 그게 오늘이다. 한국에서는 종종 내 생일에 추석 명절 연휴 일 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게 바로 올 해이다. 이전 브런치에서 썼듯 많은 사람들이 연락을 안 했지만 한국에서 멀리 떠나 캐나다로 온 만큼 우리에게 특별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비록 우리는 돈이 없어서 생일날 소고기가 잔뜩 들어간 미역국은 먹을 수 없었지만 잊지 못한 생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바로 눈이 내렸다. 한국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내 인생을 통틀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9월의 첫눈.

 내 평생 처음 보는 눈도 아닌데 괜스레 특별한 감정이 터 저나 왔다. 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 병을 들고 테라스로 나가 눈을 본격적으로 감상했다. 고요한 마을 뒤로 종종 쌩쌩 소리를 내며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의 바람 가르는 소리, 방음벽을 뛰어넘어 들어오는 자동차들의 멋진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차들이 없을 때는 자박자박 눈이 내리는 소리가 전부였다. 나플 나플 하늘을 나부끼던 눈송이들은 이내 무거운 듯 무심하게 툭툭 소리를 내며 바닥에 쌓였다.

 분명 처음 보는 눈도 아닌데 하염없이 보게 된 올 해의 첫눈. 아내가 추우니까 그만 올라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눈을 보고 싶어서 조금만 더 있다고 올라가겠다고 답장을 했다. 바람이 부는 대로 나플거리는 눈송이들이 없신 없이 흩날리다 온 세상을 공평하게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날 만난 9월의 눈은 어쩌면 내 인생에 다신 없을 수도 있겠다고. 어쩌면 앞으로 내 삶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생일의 눈일 수도 있다고.

처음이라 특별했고, 처음이라 반가웠다. 반면 다시는 못 볼까 봐 너무 사위운 올 해의 첫눈이었다.

여행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는 익숙함을 떠날 때 익숙함을 


 처음이라 특별했고, 처음이라 반가웠고, 다신 못 볼까 봐 너무 아쉬운 올 해의 첫눈이다.

여행의 특별함은 익숙함을 떠날 때 모든 것이 특별해 지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똑같은 눈이 이렇게 특별해질 수 있다니. 아마도 여행지의 모든 것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나의 마음가짐이 만든 특별한 감정이겠지. 

아무렴 어떠냐. 이렇게 눈 하나도 즐겁고 깊게 즐길 수 있으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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