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사람들이 한국 이름을 쉽게 부르지 못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 이름은 좀 어려워한다. 우리도 외국 이름을 따라 말하기도 읽기도 쉽지 않을 때가 있으니 서로가 당연한 거겠지. 내 이름은 좀 예쁜 편이라서 어릴 적엔 예쁘단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지금은 외모와 이름의 괴리 때문에 그런지 그런 소리를 못 듣고 있지만 난 내 이름이 좋다. 외국에서 일을 하지 않다 보니 자기소개를 할 일은 거의 없는데 제일 많이 할 때는 아무래도 커피를 사 마실 때다. 처음에는 내 이름을 다 불러줬는데 발음이 구려서 인지 잘 적어내지 못했다. 매번 스펠링을 불러주는 것도 귀찮아서 성(姓)만 불러줬는데 '장:Jang'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때론 Zan으론, 때론 익숙한 Jone, Janz, Zan 등등 여러 가지 잘못된 내 이름이 적히고 불려졌다. 한 번은 내 이름과 비슷한 이름이 불려진 적이 있었다. 나는 당연히 내 이름이 아니길래 가만있었는데 직원이 내 자리로 커피를 들고 찾아온 적도 있었다. 웃으며 이야기를 했으나 나를 알고 있으나 잘못된 줄 모르고 잘못된 이름을 부르던 직원도, 잘못된 이름을 들으며 나를 부르는지 몰랐던 나도 서로의 입장에서 난처했던 경험이다.
어떤 방법을 써야지 귀찮지 않고 내 이름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계속됐다. 캐나다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 한국적인 이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결심했어!!" 그때부터 나는 스타벅스에서 단 한 번도 다시 이름을 묻지 않는 이름을 찾아냈다.
"미스터 킴!"
Kim은 북미에서도 성으로 쓰이는 이름 중 하나여서 캐나다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성이었다. 또한 발음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완벽한 계획에 흡족했지만 현실은 어떨지 몰라 떨리는 마음으로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커피를 주문하고 이름을 말해줬다! "마이 네임 이즈 킴!" 결과는 대성공! 묻지도 따지지도 신분증을 요구하지도 않고 슥슥 커피잔에 Kim 세 글자가 씌었다. 이날 이후로 나는 미스터 킴이 되었다. 내가 아버지를 바꾼 것도 아니고, 주민등록상의 이름을 바꾼 것도 아니다. 족보를 바꿔치기한 것도 아니고 단지 불려지는 내 이름만 김 씨로 바꾼 것인데 결과는 아주 흡족했다. 나는 후회 없다.
내 이름을 불러줘요 미스터 킴!
사담 : 지난번 브런치에 내 이름을 장김치라고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나는 외국인에게 소개할 때 김김치라고 해야 되나?라고 한 번 고민한 적이 있었다. 아내에게 물어봤는데 아내가 헛소리하지 말라고 해서 생각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