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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다 Aug 13. 2019

그렇게 누군가와 '우리'가 된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그야말로 일이다.

서먹한 사이일수록 피로는 배가 된다.


주기적으로 상대의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음을 알려야한다.

적절하게 '네네~  아하~' 같은 추임새를 가미한다.


침묵이 길어지면 불상사다.

복작대는 서랍을 뒤지듯 허우적 허우적 할 말을 끄집어낸다.

닥치는대로 적막을 부수어야 어색함이 조금 가신다.


이야깃거리를 고르기도 쉽지 않다.

걸핏하면 진지해지는 바람에 핀잔을 듣곤 하는데...

지극히 사적이고 무거운 주제는 금물이란다.

염두하고 주의한다.


표정은 또 어떠한가.

친절하고 선하...

그렇다고 유치원 선생님같은

부담스러운 착함과잉이다.


겸손하되 굽신거리지는 않도록,

진중하되 딱딱하진 않게...


이것 저것 따지다보면

이도저도 아닌 얼굴이지만

여튼 적절한 표정에 애를 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운동장 몇바퀴는 달린마냥 진이 빠진다.



+



이토록 어려운 누군가와

익숙한 '우리'가 되기까지..

서로는 무던히 기력을 소진하며 부대껴왔다.


불편을 감수하고 함께 견딘 시간은

평온한 침묵을 허락했다.


허덕이며 이야깃거리를 찾지 않아도,

애써 표정 짓지 않아도 충분한 사이를 주었다.


서로의 색이 날것대로 묻어나도

거북함이 없다.


거북함은 커녕, 천천히 짙은 물이 들어

자꾸만 곁에 어울리 싶어진.



결코, 녹록지 않게...

기꺼이 곁을 지켜낸 우리가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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