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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현 Feb 02. 2023

남다름은 감각으로부터

토스의 생존 감각 - 원티드콘 High Five 후기 1


아내와 밥을 먹다가 제가 물었습니다.


"여보, 배추김치는 줄기 좋아하는 거 맞지?"

"나는 일단 신김치파니까 줄기가 좋은데, 많이 안 익은 김치면 이파리가 좋아. 줄기가 너무 쌩쌩하잖아. 이파리는 너무 익으면 맛이 없고."


제가 저희 아내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감각'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디테일하게 구분해 내는 감각이요. 좋고 싫음은 때론 감정적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감각적입니다. 여러 대상 중 하나를 선택해 자기주장하는 일은 대상들 간의 차이를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되니까요.


제가 서른이 넘어서야 조금씩 갖기 시작한 그 능력을 아내는 평생에 걸쳐 자연스럽게 가꿔 온 사람입니다. 처음엔 아내의 그런 유난함을 보면서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에 웃음이 터지곤 했는데, 요즘은 멋있다는 생각을 더 자주 합니다. 이 날도 저는 아내의 김치론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지난주에 원티드에서 주최한 HR 컨퍼런스에 참여했다가 얼리버드 신청자를 위한 깜짝 선물을 한 꾸러미 받았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롱블랙에서 발간한 책 <Being Exceptional>이 너무 취향 저격이었어요. (이런 센스 있는 선물은 대체 누가 고른 것입니까..!)


디자인까지 너무 예쁜 것…


롱블랙은 영감이 되는 비즈니스 사례를 매일 하나씩, 24시간 동안만 공개하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입니다. 책의 서문에서 롱블랙이 생각하는 ‘감각’의 정의와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롱블랙은 오늘날 비즈니스에서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감각이라고 믿습니다. 누구나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플랫폼 시대, 남다른 감각으로 한 끗 다른 제안을 내놓는 이들은 자본과 기술이 없어도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감각이란 무엇일까요? 롱블랙이 정의하는 감각은 예리하게 세상을 읽고, 이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고, 그 위에서 남다른 제안을 내놓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중략)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팔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단 많이 마셔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원두 종류나 물의 온도에 따라 어떤 맛이 나는지 알아야 합니다.

내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도 발견해야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세한 커피 맛의 차이를 구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분명히 아는 사람만이 남다른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남다름은 차이를 구분하는 감각에서 출발한다는 이야기가 여운이 남았습니다.




컨퍼런스에서 토스 People and Culture Leader 토니 박 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페이팔과 링크드인의 창업자인 리드 호프만이 제시한, 단기간에 공격적으로 조직과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인 블리츠 스케일링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HRer가 아니다 보니 조직의 운영 방식이나 기타 전문적인 내용들보다는 토스라는 회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더 귀를 기울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평소에 좋아하는 기업이라 그들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지만, 토스팀의 문화를 리딩하는 사람의 육성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전해 들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촬영 금지가 원칙이라 사진을 못 남긴 게 아쉽네요!)


연사가 강연 말미에 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YES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토스팀의 목표다. 무조건 YES맨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결정이라면 망설임 없이 YES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이 된다는 의미다.


통역을 메모한 걸 다듬은 거라 정확한 워딩은 아닐 수 있지만 아무튼...


저는 평소에 토스의 문화에 대한 일종의 팬심? 같은 게 있는데 생각해 보니 그 이유 역시 ‘감각’인 것 같습니다. 제품의 디자인이나 사용성도 너무 감각적이지만, 그보다는 문화를 만들어감에 있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존 감각이랄까요.


얼마 전에는  <유난한 도전> 읽었습니다. 평소처럼 독서노트를 쓰면서 곱씹으며 읽지 않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몰아보듯 후루룩 읽어버렸네요. 구성원에 대한 신뢰, 극도의 자율, 미친듯한 몰입,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생존을 위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들. 그동안 각종 유튜브 영상아티클을 통해서 익히 들었던 토스의 일하는 방식이 실제로 정말 어떤 모습인지 살짝 들여다볼  있었던  같아 좋았습니다.


토스는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들만의 인지가 정말 뚜렷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연에서도 인원이 급격히 늘어나더라도 의사결정이 느려지지 않도록 조직 구조를 고민했고,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함에 있어 룰이나 정책으로 구성원들을 매니징 하는 쉬운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들을 나눠주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게 옳다는 감각이 있었겠지요. 그 인지를 바탕으로 토스가 사회에 제안하는 남다른 일하는 방식, 온 사회가 워라밸을 외치던 2018년에도 일에 대한 유난한 몰입과 성취를 묵묵하게 주장하고 끌고 나갔던 그런 모습에서 저는 항상 남다른 멋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토스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누군가 “그렇게 좋으면 토스 지원하지” 할까 봐 걱정(?)되지만, 저는 뭐랄까.. 스포츠팀을 응원하는 마음이랄까요. 물론 깜냥도 안되지만, 운동 경기를 보면서 저 팀에서 내가 뛰어야겠다는 생각까진 굳이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토스 이야기를 하면 제 글이 괜히 더 멋있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토스의 행보가 항상 흥미로운 일인으로서, 서비스의 이용자로서, 토스팀의 성취를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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