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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현 Dec 22. 2023

잘 살려고 새벽러닝

새벽러닝 한 달 후기


연말이 되면 안 하던 짓을 하고 싶다. 의미 있는 사건을 하나라도 더 남기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야 지나간 1년 앞에 조금이라도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올해는 특히 더 그렇다. 열심을 내던 몇 가지 일들을 손에서 내려놓은 지금 나는 많이 불안하다.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서너 달째 이어지고 있다.


잘 사는 것. 나의 가장 큰 관심사다. 잘 산다는 건 뭘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기꺼이 견디고 싶은 일상을 발견하고 싶다. 많은 생각 없이 그 하루를 그저 견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미래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는 매일을 살고 싶다. 욕심일까.


어쨌든 그런 마음으로 러닝을 시작했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견뎌야 할 그 일상의 모습에 운동은 꼭 포함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목표는 일단 4주. 새벽 5시에 일어나 30분씩 달렸다. 출근을 위한 기상이 아닌 내 의지로 하루를 시작했다.


지난 일요일, 목표했던 4주가 지났다. 비 오는 날도, 회식 다음 날도, 주말에도 달렸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질 땐 패딩을 입고 달렸다. 그럼에도 100% 성공하진 못했다. 일하다 새벽에 잤던 날 하루, 아내와 늦게까지 와인을 마신 다음 날 하루, 눈이 많이 와서 미끄러질까 봐 하루. 그렇게 3일은 쉬었다.


깜깜한 새벽에 옷을 갈아입을 때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3일에 한 번은 그랬다. 그때마다 ‘생각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면 할만했다. 4주 정도 되면 뛰는 게 막 좋아져서 가뿐히 집을 나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머리는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다. 그나마 몸이 익숙해져 알아서 움직였다. 습관은 이런 거구나, 새삼 깨닫는다.


정말 딱 30분만 뛰었다.


꽤 건강해졌다. 요즘 감기가 독한데 오는 듯하다가 가버렸다. 살면서 이런 일이 없었다. 목이 조금 깔깔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심해지곤 했었는데.

러닝을 하는 기간 동안 회사 일도 무척 바빴는데 몸이 잘 버텨주었다. 머리도 잘 돌아갔다. 달리지 않았다면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 밖에 몸 여기저기 불편하던 곳들도 좋아졌다. 다른 건 한 게 없었다. 규칙적인 러닝의 결과였다.


새벽에 일어나 달리는 건 분명 잘 사는 방법 중 하나라는 걸 확인했다. 길에 얼어붙은 눈 때문에 지금은 달리지 않고 있지만 얼음이 녹고 나면 다시 달릴 생각이다. NRC 기록을 훑어보니 뿌듯하다. 이제 새벽 5시 언저리가 되면 오늘도 달릴 거냐고 앱이 먼저 묻는다.


아니, 오늘은 홈트할게


‘잘 사는 삶’에 조금은 가까워졌을까. 정답이 없다는 건 안다. 그래도 직접 경험하고 확인한 방식들로 내 삶을 묵묵하게 채워간다면, 언젠가 내가 바라는 모습이 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 새벽 러닝처럼, 쉽진 않아도 결과가 분명한 또 다른 것들을 꾸준히 찾아보려 한다. 거기에 내 몸을 맞추어 가며, 내가 견디고 싶은 보람된 매일의 모습을 조금씩 완성해 갈 수 있길 바란다. 그것이 주는 하루치의 단단한 성취감과 아주 조금 더 나아질 내일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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