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ing the dots #0 Welcome!
우연히 내 글을 읽으러 들어오시는 (반가운!) 손님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준비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왜 브런치를 시작했고, 왜 점을 잇기로 결심했는지 이야기해보겠다.
이야기는 아주 간단하게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한다. 이 사진은 나의 첫 글감이 되었던 도시, 리미니를 여행하다 우연히 찍은 사진이다. 당시 나는 집 같던 도시와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새로운 것들로 나를 가득 채워가고 있었다. 그 과정은 정말 행복했다. Sheer happiness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괴로움마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행복에 취해 있던 와중에 리미니의 한 철거된 고건물에 붙은 이 문구가 내 머리를 한 대 치고 갔다. 안타깝게도 난 썩 좋은 포토그래퍼가 아닌지라 느낌만 담겼고 글은 잘 보이지 않는다. 부디 사진을 통해 내가 당시 느꼈던 기분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Everything not saved will be lost
'남기지 않은 모든 것은 결국 잃게 될 것이다'.
너무나 남기고 싶은 풍경 속에서 마주한 이 말은, 경고 같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저주 같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었고, 난 뻔한 인간이었다. 반년만에 돌아온 한국에는 만나야 할 친구들과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행의 기억들은 서서히 빛을 잃고 그저 메모리 카드 속 데이터 무더기가 되어갔다. 역시 소중한 기억들은 꽉 붙잡지 않으면 손 틈 사이로 스르륵 흐르기 마련이었다.
1년 반이나 지난 지금, 우연히 사진을 뒤적이다 발견한 이 메시지가 마음에 와 닿았다. 소중한 것들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나는 다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사실 영상에 도전해봤지만 적성에 맞지 않고... 역시 글이 편해서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도 있다.)
Z세대이지만 마음만은 밀레니얼.. 인 평범한 대학생이다. 위로 언니가 둘이라 언니 세대의 문화를 향유하며 자랐다. 어린 시절 동네에 불던 '조기유학' '사교육' 열풍의 희생자로, 주인공이었던 유치원 졸업연극도 차마 하지 못하고 울며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참 애매하게 1년 반을 지내다,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교 입학 직전까지 1n년간 한국에 묶여있던 '토종' 한국인이다. ( 이 정도면 토종이라고 해주세요.. 제발.. )
대학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국제학'을 전공하고 있다. 하지만 멋진 학문이다. 교환학생은 사랑해 마지않는 이탈리아로 다녀왔다. 그렇다.. 여느 교환학생들이 그러하듯, 나도 거한 이탈리아뽕을 맞고 온 이탈리아 쳐돌이다.
( 아직도 널 사랑해 이탈리아.... 이거 보면 연락 줘. ) 모험심이 강한 편이라 모험과 신비의 나라에서 짧게 일했었다. 돈을 받고 남의 글을 써주고 있다. ( 내 글을 쓰고 싶어 브런치로 왔다 )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 회사에 인턴도 했다. 그렇지만 2019년 7월을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혀 특이하지 않지만, 평범하다기에는 또 범주에서 살짝 벗어난 것....... 그 마저도 평범한. 그냥 산만한 사람이다.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 깊게 파다가 다른 좋은 것들이 생기면 금세 정신이 팔려 또다시 그 우물을 파기 시작하는... 참 정신없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것들의 역사를 남기고 싶어, 내가 지나온 파다만 길들을 자꾸 들춰보고 살펴보려고 한다.
영화와 여행을 좋아한다. 요리를 좋아하니 당근 음식도 좋아한다. 특히 피자랑 샤브샤브를 유독 좋아한다. 차와 커피와 술도 좋아한다. 이상하게 밤늦게 마시는 커피와 낮에 마시는 술이 좋다. 청개구리 심보...? 식물을 좋아한다. 장국영을 좋아한다. 박정민과 유태오를 좋아한다. 데이식스와 Boy Pablo, 그리고 Tom Misch의 음악을 무척 좋아한다.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고, 똑똑한 척하는 것도 좋아한다. 트리비아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세상의 근사한 것들에 숨겨진 조그마한 사실들이 너무 즐겁다. 글씨를 쓰는 것을 좋아해, 필기할 수 있는 공부를 좋아한다. 쟈스민 향을 좋아한다. 영화 포스터를 모은다............ 그냥 맘에 드는 건 다 모은다.
나는 너무나도 수다스러운 사람이라, 그 많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서도 아직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내가 세상과 나누고 싶은 얘기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시답잖은 웃긴 얘기부터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까지, 각양각색의 장르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문제는 어딘가에 꺼내놓고 털어놓고 싶다가도, 말하고 싶은 사람이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그럴 때마다 글을 쓴다. 가지런히 줄이 그어진 공책에 이야기를 하고, 멍하니 앉아 모니터를 켜 글을 쓴다. 블로그도 글을 쓰기 좋은 SNS였던 것 같다. 한참 동안 열심히 이런저런 글을 써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에서도 완전히 솔직해질 수 없게 되었다. 나의 모든 일상을 가감 없이 공유하는 곳에서조차 세상과 나누고 싶은 내 생각이 '오글거리는 이야기'로 매도되는 걸 원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잘 쓴 글이 아닐지라도, 누군가 내 글을 진지하게 읽어주었으면 한다. 나의 감정들을 '오글거리는' '블로그 감성'으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했다. 결국 내 블로그는 일기장으로 전락해버렸고, 방에 굴러다니는 오래된 공책에 비밀스럽게 글을 적기 시작했다.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나에게도 진지한 모습이 있고, 그 모습을 고민 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싶어 이렇게 브런치를 찾아왔다. 이곳에서는 어쩌면 누군가가 내 글을 신중하게 읽어줄 것만 같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내 글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어쩌면 너무 형편없어서 내 계정을 확! 삭제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진지하게만 읽어준다면야 그것도 좋다. 모두들 환영합니다!~
나는 가끔 (이라고 하지만 사실 엄청 자주) 내 인생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같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자말의 인생의 부분 부분들이 다 퀴즈쇼 문제를 맞히기 위한 실마리였듯, 왠지 지금의 나는 몰라도 내 인생이 서로 다 연결되어 어느 한 점을 위해 굴러가는 빅픽쳐 같다는 것이다. 사실 나조차도 가끔 과몰입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어처구니없을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나만의 '운명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며 산다.
세상은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넓고 알 수 없는 곳이다. 세상의 주인이 될 줄 알며 태어났지만, 조금 커서 보니 콩알만 한 내가 마냥 하찮을 뿐이다. 하지만 조그만 먼지 조각에게는 먼지 조각만의 세상이 있는 법이다. 나의 목표는 먼지 조각의 세상을 좋고 근사한 것들로 가득 채우고, 채우기를 멈추지 않으며 점점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음미하기 위해, 관계를 맺고 엉망일지라도 얼기설기 엮어보려고 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점을 잇는 이유는, '좋아하는 것들을 더 아끼고 나누고 싶어서'라고 해두겠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