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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선 May 12. 2023

저희 집은 옥탑방인데요. (1)

옥탑방 플리마켓 - 첫 번째 이야기

감자 깎는 이승호

4월 29일, 비가 왔다. 아침이면 그칠 줄 알았던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늦잠을 잔 우리는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채 하지 못하고 바쁘게 서로의 일을 도왔다. 옷을 팔러 온 승호는 앉은자리에서 감자 50알을 깎았다. 음식을 파는 재민이는 40인분의 소스를 비 맞으며 준비했다. 책을 파는 나는 한 손에는 얼음 9킬로를, 한 손에는 캠핑 의자 두 개를 들고 비 맞으며 장을 봤다.


시간은 어느덧 열두 시가 되어 셀러가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여덟 명의 셀러가 다 모이자, 여섯이 둘러싸여 밥을 먹던 실내가 좁아졌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파라솔을 미리 사두었던 것이 생각나 서둘러 옥탑마당에 두 개를 펴놓고는, 파라솔을 주문하기 잘했다고 뿌듯함을 느끼며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계획했던 모든 일이 바뀌었다. 사십 명을 거뜬히 받을 수 있던 옥탑 마당과 옥상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셀러들 또한 난감했다. 예쁘게 전시를 해놓고 옆에서 설명을 하고 싶다는 바람과 달리 좁은 실내에 전시만을 해두고 밖으로 나와 서성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바쁘게 흘러 한 시 반을 가리켰고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온 손님은 나의 지인 민주와 민주의 남자친구였다. 그다음에 온 손님은 내 친구 슬해였다. 여전히 실내는 준비로 바빴다. 십 분이 흐르고, 삼십 분이 흐르고 시간은 어느덧 두 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일찍 온 이들은 밀린 플리마켓 시간에 맞춰 근처 카페에 있다 온 듯싶었다. 나는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음료 두 잔을 건넨 뒤 사라져 마무리되지 않은 일들을 처리했다. 나는 셀러들에게 준비를 서둘러 달라고 재촉했고, 거의 한 시간이 다 되어서야 실내는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다.


그렇게 플리마켓 1부가 시작되었다. 실내에 왔다 갔다 하며 상품을 구경하는 게 불편했을 법도 한데, 그런 내색 하나 없이 모두가 1부를 즐겼다. 셀러 서영님이 가져온 귀걸이와 액세서리는 내 친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제주도민 승호가 가져온 빈티지 옷은 부리나케 팔렸다.


현직 경찰의 기부 타로

복작거리는 실내와 달리 외부에서는 잔잔히 현직 경찰의 기부 타로가 열풍이 일었고, 재민이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줄을 지었다. 특히, 잼마토 파스타와 카스가 부리나케 팔리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주문받고 음료를 제작했다. 나와 재민이는 쉴 새 없이 컵에 음료를 따르고 오븐을 구워댔다. 셀러 주황님은 현직 경찰인데, 취미가 타로와 최면이다. 우리는 작년 12월 한 커뮤니티 모임에서 만나 그에게 선물로 최면 1회 이용권을 받은 게 인연이 되었다. 그에게 이번에 셀러를 부탁하였고 그는 흔쾌히 얻은 이익을 기부하는 방향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타로를 봐주는 그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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