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반찬을 담으려고 반찬통을 찾았다. 크고 작은 반찬통이 많아, 적당한 걸로 하나 꺼내 반찬을 담았다. 내친 김에 반찬통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난 반찬통을 산 적이 없는데 이 많은 반찬통들은 어디에서 온 걸까.
첫 번째 반찬통은 결혼할 때 시어머님이 주신 것들이었다. 당장 필요할 거라며 반찬통 세트를 주셨더랬다. 그 뒤로도 시어머니께 반찬통을 몇 개 더 받았다. 주로 시댁에 갈 때 반찬을 싸주신 것들이었다. 내가 명란젓을 좋아한다는 걸 아시고는 종종 명란젓을 담아주시고는 했다. 비싸서 자주 먹지 못 하는 명란젓을, 시부모님 덕분에 많이도 먹었다.
친정엄마는 손이 커서 무슨 음식을 만들던지 늘 잔뜩이었다. 반찬을 싸줄 때도, 먹을 사람은 나랑 남편 둘 밖에 없는데 마치 대가족이 몇 달 동안 먹을 양식을 싸주듯이 큰 반찬통에 잔뜩 담아주시곤 했다. 다 못 먹어, 정말로 다 못 먹어서 조금은 버렸어, 라고 미안한 얘길 한 뒤로는 작은 반찬통에 조금씩 담아주신다. 딱 맛있게 먹을 만큼.
그러니까 집에 쌓여 있는 이 반찬통들은 엄마들의 사랑의 흔적이다. 생각해보면, 누가 나한테 이렇게 매번 반찬을 자주 싸준단 말인가. 부모님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나의 애틋한 엄마, 아빠. 그런데 나는 왜 가끔 당신이 미울까. 너무나 사랑받고, 너무나 사랑하는데도, 가끔은... 아빠, 엄마가 밉다. 미안해, 늘 고마우면서도, 고마움보다는 서운함이 앞서는 딸이라서.